양정호(교육)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프로 보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착한’, ‘상생’, ‘함께하는’이란 용어들이다. 원래 프로 보노는 ‘공익을 위하여’란 의미를 지닌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라는 라틴어로부터 유래한 말로 재능기부나 사회적 기업처럼 전문분야의 능력을 지닌 개인이나 단체가 하는 봉사활동 모두가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듯이 연애 포기, 결혼 포기, 취업 포기의 ‘삼포세대’라고 스스로를 자조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기부나 봉사얘기를 하는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성균관대 학생들도 한 학기당 거의 5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방학 때나 학기 중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이렇게 4년간 졸업한 후에 바로 원하는 직장을 얻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졸업생의 51%만이 취업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나마 대졸취업자의 20~30%정도만이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일자리를 얻는다는 통계는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한다. 최근 대학생들보고 힘내라는 응원서적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이런 책들이 20대가 처한 어려운 현실에 해결책을 제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 한창 논의되고 있는 대학등록금 이외에 대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뭐가 있을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교육과정 개편이나 학생들의 역량을 높여주는 다양한 노력은 당연히 대학이 해야 될 몫이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 20대 대학생들이 100세 시대에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하면서 대학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대학의 사회적 기업 창업이다.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한 삼성이나 SK와 같은 ‘착한 기업’이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부각된 ‘아름다운 재단’처럼 대학도 ‘착한 대학’과 ‘아름다운 대학’의 길을 가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다.
올해 6월까지 취약 계층에게 사회적 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은 전국에서 모두 천오백개가 있다. 정부 인증 사회적 기업이 532개이고 예비 사회적 기업은 1천5개로 공익성격을 띄면서 이윤도 추구하는 기업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점점 높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전에 비해 사회적 기업의 숫자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내년 사회적 기업지원 예산이 1천7백60억으로 크게 늘어나는 것도 이런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이 사회적 기업으로 활동하게 되면 요즘 문제되는 대학생의 취업문제와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 요구라는 어려운 두 가지 현안을 모두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미국을 위한 교육’(Teach For America, TFA)과 같은 사회적 기업이 아이비리그대학의 명문대 졸업생들을 선발해 주로 저소득층지역이나 교육여건이 낙후된 지역의 공립학교에 3천여명의 교사를 파견하고 있다. 국내에도 이와 유사하게 ‘공부의 신’으로 잘 알려진 공신이나 방과후학교 사업을 하는 행복한 학교 등이 사회적 기업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이번 달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처음으로 대학이 주도해 창업하게 되는 방과후학교 사회적 기업 시범사업에 전국적으로 20개 대학을 선정할 예정으로 있다. 기본적으로 교직과정을 이수한 교대나 사대, 그리고 예체능계열 졸업생을 중심으로 방과후학교 전문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사업이지만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되면 활동영역은 더욱 다양해지고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초중고생들이 지출하는 방과후학교 비용인 무려 1조 2천억원에 이르고 있는 점을 생각해 보면 방과후학교 사회적 기업을 통한 20대를 위한 신규 일자리와 사회적 가치 창출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사업방향대로 기존에 이미 삼성사회봉사단과 SK그룹이 희망네트워크와 행복한 학교와 같은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방과후학교 사업을 진행한 노하우를 대학과 공유하게 된다면 대학차원의 방과후학교 사회적 기업 창업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또 성균관대는 삼성, 경기도와 함께 2011년부터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대학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학교 사회적 기업사업은 대학이나 대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대학은 졸업생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졸업생들은 의미있는 재능기부를 통해 취업경험을 얻으면서 급여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사업이 확장되어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턴과정이 만들어지면, 프로 보노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인성품도 취득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제는 대학이 대학 울타리내의 제한된 범위에서만 자신의 역할을 제한하지 말고, 사회적 기업처럼 사회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대학생들에게는 사회구성원으로 필요한 재능기부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 5,60대에 은퇴한 후에도 프로 보노 활동이 100세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