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꿈·희망·미래 재단 스티브 김 이사장

기자명 유영재 기자 (ryuno7@skkuw.com)

1976년 단돈 2천 달러를 가지고 미국으로 향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다 대기업에 입사했으나 얼마 후 안정된 생활을 접고 중소기업을 거쳐 파이버먹스라는 중소기업을 차렸다. 이후 5천4백만 달러에 파이버먹스를 매각하고,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자일랜을 창업했다. 그는 자일랜을 20억 달러에 매각한 후 경영 일선에서 은퇴했다. 우리나라로 영구 귀국한 이래 꿈·희망·미래재단, 리더십센터 등을 설립해 장학, 교육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강연으로 청소년들의 자기주도적 삶과 소통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스티브 김 이사장을 만났다.

지민섭 기자 jms2011@skkuw.com
#1. 작은 기업에서 큰 세상을 보다

■ 군 제대 직후 미국으로 간 이유는
그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엔지니어로 취직할 곳이 거의 없었다. 오늘날과 같은 대기업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부 좀 한다는 친구들은 교수, 의사 등으로 진로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학생의 입장에서 틀에 박힌 삶을 원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싶었다.

■ 석사 학위 취득 후 대기업에 취직했으나 얼마 후 중소기업으로 이직했다. 동기가 무엇인가
대기업은 배움이 없는 곳이었다. 사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은 사회에 진출하면 크게 쓸모가 없다. 거의 모든 걸 다시 배워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남들보다 빨리 배워서 진급도 하고 돈도 많이 벌고 싶었다. 한마디로 일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그러나 대기업은 업무가 지나치게 세분화돼있고 단순 반복되는 일이 대부분이어서 내가 속한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즉 전체적인 흐름을 읽을 수 없었다. 문제 해결 능력도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중소기업이었다. 도전이었다.

■ 중소기업에서는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었나
배움의 열정을 찾을 수 있었다.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는 부품들로 완제품을 만들라고 하니 겁이 났다. 그러나 점차 익숙해졌고, 회사가 어떻게 구성되고 움직이는지를 알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좁은 곳에서 큰 세상을 본 것이다. 또한 인정받는 삶이 돈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혼자서 여러 가지 일을 열심히, 책임감 있게 하면 자연히 귀하게 쓰일 수밖에 없다. 조직 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곳에서 비로소 자존감을 느낄 수 있었다.

■ 대학생들의 대기업 선호 현상, 바람직한가
대기업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그렇지 않다. 대기업 역시 영구적으로 번창할 수 없다. 대기업 내에서 개인의 성장 없이 일만 하다가 그 회사가 문을 닫으면 취직할 곳이 없다. 경쟁력이 없다. 그러나 조그만 곳에서부터 다양한 경험과 배움을 얻으면 이곳저곳에서 오라고 한다. 3D 업종이면 어떤가.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쌓아나가는 경험으로 삶의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낮은 곳에 평생 머무를 수는 없지 않나.

#2. 끊임없는 고민과 경험

■ 대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대한 사견은

지민섭 기자

대기업에는 워낙 많은 구직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걸러내야 한다. 이력서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출신 대학, 스펙 등이다. 그러나 사실상 다들 큰 차이가 없다. 막상 걸러진 인재들을 보면 문제 해결 능력도 없고 힘든 일을 감내할 줄도 모르고 소통도 제대로 못 한다. 어차피 자기 분야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면, 결국 사람의 됨됨이가 중요한 것이다. 기업에는 힘든 곳에서 일해보고 다양한 경험도 쌓아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 인성이 바르고 배우려는 의지와 용기가 있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기업들의 채용 방식은 이러한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 우리나라의 소통 교육을 평가해보자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학교와 학원에서 모든 교육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선행 교육, 즉 시험을 위해 미리 암기하는 행위의 연속이다. 감수성이 많은 어릴 때에 주입식 교육에 갇혀 있으면 머리가 발달할 수가 없다. 이걸 깨우치는 건 본인의 몫이다. 사회로부터 주어진 대로 순응하는 방식에서 뛰쳐나와 괴로워하고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학교에서도 동아리 활동과 같은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요즘 진행 중인 교육 사업에서 소통을 강조하게 된 계기도 같은 맥락인가
많은 학생들이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근시안적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수능 잘 쳐서 좋은 대학에 가려는 풍토가 만연하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해도 거의 다 패잔병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을 졸업한 선배들 중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며 의욕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학생들은 10년 후 자신이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진정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나는 소통이 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소통 능력은 자신의 의사를 남들에게 표출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꿈·희망·미래 리더십센터에서는 일방적인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역할을 한다. 고민과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그로부터 해방되는 순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3. 지금, 당신들의 차례

■ 수많은 도전에서 성공했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가치 있었다고 생각하는 도전은
요즘 진행 중인 교육 사업이다. 이때까지 모든 것들이 교육 사업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청소년들에게 감동을 주고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나의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리더십센터에서 한 명 한 명의 변화를 이뤄내는 일에 매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 ‘대학생들이 이것만은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지금 목표로 하는 직장이 과연 자신이 취업 후에 내가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개인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직장인지, 단지 안정적이고 남들이 인정해주는 직장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젊어서 안정을 찾는다? 글쎄. 끊임없는 배움에서 기쁨을 찾는 자세로 갖는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