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케치 - 한·미 FTA 반대 집회

기자명 김원식 기자 (wonsik0525@skkuw.com)

한·미 FTA가 날치기 처리된 다음 날, 반대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시청 앞 광장을 찾았다. 한·미 FTA에 대한, 정부와 국회에 대한 시민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정송이 기자 song@

지난 23일, 오후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시청 앞 광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날 주최 측이 추산한 집회 참가자는 약 1만 명.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지만 이들이 모인 이유는 다들 같았다. 고등학생 김재우 군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FTA가 날치기 처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대다수 국민이 피해를 입는 FTA를 이렇게 처리한 데에 항의하고자 시위에 나왔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또 직장인 박수겸 씨는 “잘 체결된 FTA에 대해서는 찬성이지만 이번 FTA에는 반대다”며 “ISD, 농수산물 개방 등 우리가 뻔히 손해인 FTA의 체결을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급하게 꾸려진 집회인 만큼 노동자와 대학생 등을 비롯한 시민과 정치인의 연설이 대부분을 이뤘다. 인천에서 온 김성경 씨는 단상에 올라 “지금은 2011년이지 제5공화국이 아니다”며 “어떻게 국회에서 국민을 이런 식으로 모욕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날치기 통과를 비판했다. 전날 국회에 최루탄을 던졌던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은 단상에 올라 “나는 테러를 하지 않았다”며 “테러는 대통령이 서민들의 꿈과 희망에 한 것”이라 외쳤다. 한·미 FTA를 강행 처리한 정부와 국회에 대해 분노한 시민들은 이에 환호했다.
집회에 참여한 대부분의 시민은 의료 민영화로 인한 의료비 인상과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조항으로 인한 국내 기업의 피해에 대해 걱정했다. 대학생 김은미 양은 “<식코(Sicko)>라는 영화에 나온 미국인들은 의료비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외국에서도 우수하다는 평을 받는데 FTA가 체결되면 우리나라도 <식코>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수영 씨는 “ISD 조항은 우리나라에 큰 피해가 되는 조항인데 왜 이런 조항을 없애려고 노력을 하지 않는지가 궁금하다”며 “국회의원은 대체 우리나라의 편인지, 미국의 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이어 울려 퍼진 의경의 방송은 시민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러분은 지금 불법 행위를 하고 계십니다”라며 해산 요구를 계속하자 주최 측은 다음 날을 기약하고 해산을 결정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은 명동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에 의경은 도로를 봉쇄하고 시민과 대치했다.
정송이 기자 song@

계속된 경고에도 시민이 쉽게 해산하려고 하지 않자 경찰은 물대포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영하의 날씨에 쏟아진 물대포는 살인적이었지만 일부 시민은 물대포를 맞으면서도 ‘비준 무효’를 외쳤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최수영 씨는 “대체 경찰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건가요? 대체 우리가 무슨 불법 행위를 한다는 거죠?”라고 물대포를 발사하는 경찰을 향해 외쳤다.
시위가 계속되자 경찰은 광장을 포위하고 시민을 광장 쪽으로 몰았다. 이에 시민은 바리케이트를 치며 경찰들의 전진을 막았지만 맹렬한 물대포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경찰의 진압이 계속되자 시민은 차츰 해산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날 집회에는 이런 가사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국민 99%가 반대하는 한·미 FTA 체결에 왜 그렇게 혈안이 돼 있는 거죠? 대통령과 국회의원 모두 자신들이 1%만을 위한다는 걸 인정하는 건가요?” 한 참가자의 말을 듣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들과 그들이 정의하는 국민의 의미는 서로 같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