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중소기업 이득 커" VS "이득 적고 독소조항 많아"

기자명 권정현·김원식 기자 (webmaster@skkuw.com)

지난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이하 FTA) 비준안이 처리됐다. 한나라당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이날 오후 4시 23분에 국회 본회의 개의를 선언한 후 약 4분 후인 27분에 비준안 가결을 선언했다. 한·미 FTA 비준안은 재석의원 170명 중 △찬성 151명 △반대 7명 △기권 12명으로 처리됐다.
이번 비준안 처리는 사실상 ‘날치기’ 처리였다. 지도부의 한·미 FTA 비준안 단독 처리 결정에 따라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3시에 본회의장을 점거해 재적 과반을 채웠다. 한·미 FTA 비준안은 본회의가 시작된 후 약 4분 만에 처리됐다.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 몰려가 한나라당에 항의했으며, 심지어 민주노동당의 김선동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렸다. 비준안 처리 직후 민주당은 모든 국회 활동을 중단하고 한·미 FTA 무효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반대하는 시민의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 “소비자 이득 커”
외교통상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미 FTA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자동차 △포도주 △화장품 등의 미국산 수입상품의 가격이 내려가고 덩달아 국산품의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 한 예로 미국산 체리는 2백g당 9천9백 원에서 7천9백 원으로 인하된다.
또한 방송서비스 시장이 일부 개방돼 미국 방송사가 국내에 회사를 설립하고 방송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방송 콘텐츠 선택 폭이 넓어진다. 그리고 지난 7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0개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발효되면 △GDP는 5.66% △후생수준은 3백21억9천만 달러 △일자리 35만 개 △무역수지는 27억7천만 달러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대미 수출을 하는 중소기업도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발표에 따르면 관세율 인하 및 철폐로 △섬유 △자동차부품 △전기기계 △통신기기를 비롯한 분야의 중소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 측 “독소조항 피해 심각할 것”
한·미 FTA를 반대하는 측은 경제 성장 효과는 적으면서 독소조항이 많아 우리에게 돌아오는 이득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농업 △제약업 △축산업에서 입는 손해가 매우 크다는 것은 찬성측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이에 더해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독소조항으로 △투자자-국가 소송제(이하 ISD) △미래 최혜국 대우 조항 △역진방지(rachet) 조항 등이 있다.
ISD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국제중재기관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를 뜻한다. 예를 들어 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를 하려는데 중소기업보호정책(헌법 제119조 2항)이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한다 싶으면 우리 정부를 제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도 미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반대 측의 입장이다. 실제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후 미국 기업이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 두 국가로부터 각각 1천7백90억 원, 2천억 원의 합의금을 얻어 낸 바 있다. 반면 캐나다 기업이 미국 정부에 제기한 소송은 모두 기각되거나 패소된 바 있다.
‘미래 최혜국 대우’ 조항도 논란거리다. 이는 한·미 FTA 협정 발효 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FTA를 맺어 더 많은 개방에 합의한다면 그 내용이 한·미 FTA에 자동으로 적용된다는 조항이다. 즉 우리나라가 타국과 협상을 할 때마다 미국에도 똑같은 이득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서비스·투자 분야에서 적용되는 ‘역진방지’ 조항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는 한번 개방한 것은 영원히 개방하도록 하는 조항으로 앞으로 개방 확대는 가능하지만 뒤로 돌려 개방 축소는 불가능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한번 영화 시장을 개방해 스크린쿼터 의무상영 일수를 줄이면 이를 다시 되돌려 상영 일수를 늘릴 수 없다.

아직도 논란은 남아 있어
2007년 6월 협상이 타결된 한·미 FTA는 이번 비준안 표결로 4년 5개월 만에 모든 절차를 마치고 발효만을 남겨두고 있다. 발효 시기는 아직 미정이지만 내년 1월 1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정부 측은 논란이 되고 있는 ISD에 대해서는 ‘선(先)발효-후(後)재협상’을 내세워 앞으로 다시 논의할 뜻을 밝혔기 때문에 재협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미 FTA가 계속 시행될지에 대한 여부는 불확실하다. 한·미 FTA의 발효와 종료 절차를 다룬 협정문 제24조 5항을 보면 ‘이 협정은 어느 한 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게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쓰여 있다.
실제로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민주당,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야5당은 내년 4월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함으로써 한·미 FTA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미 FTA 협정문 제24조 5항은 비준 양국 중 어느 일방이 폐기를 서면으로 통보하면 180일 후 자동 폐기된다고 명시했다”며 “우리는 한·미 FTA 폐기를 활동 목표로 규정하고 당론으로 재확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