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 토끼똥 공부방 아이들의 작품. 김지은 기자 kimji@skkuw.com
마당과 벽난로는 없지만, 새로 옮긴 공간도 다시금 주민 자치의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13일에 찾은 마포구 민중의 집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온 '토끼똥 공부방' 아이들로 복작였다. 올해로 4년 차를 맞는 이곳에서 아이들은 날마다 각자의 '노는 법'을 연구한다. 토끼똥 공부방 교사 박혜린 씨는 "학습지 공부만큼이나 노는 것도 중요하다"며 "교사가 프로그램을 주도하기보다 아이들의 성향을 활동에 반영하며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끼똥 공부방뿐 아니라 자전거 소모임 등의 동아리, 1인 가구 주민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독립생활자 모임 등의 커뮤니티 역시 활발히 활동 중이었다. 다만 '화요 밥상'의 경우 함께 민중의 집에서 직접 밥을 만들어 먹던 것에서, 지금은 합정동 홈플러스의 입점을 저지하기 위해 꾸려진 망원시장 농성장을 찾아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는 지역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추구하는 민중의 집 창간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운영 초기에는 500일 넘게 파업을 했던 홈플러스 테스코의 비정규직 여성 노조원 모임이 이뤄졌고, 작년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때는 농성장에 식사를 지원했다.

▲ 민중의 집에서는 화요일마다 함께 부엌에서 밥을 해 먹는 '화요 밥상'이 열린다. 김지은 기자
회원들이 제안해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다. 민중의 집 회원이자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바리스타 김경 씨는 <맛 콘서트>라는 행사를 제안했다. 현재 시즌3이 진행 중인 이 행사는 음식과 맛이 우리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마련됐다. 김경 씨는 "홍대 주변 음식 문화에 작은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며 "가공, 유통, 물류 등의 권력이 소비 구조를 왜곡시키는 현상에 대해 맛으로 풀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그동안 수없이 많은 강좌들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제안과 참여로 개최됐다. 회원들이 강좌 설계를 제안하면 지역 주민, 노동자 혹은 여성을 위한 대안적 이야기를 풀어 갈 수 있는 주제인지 판단하는 과정을 거쳐 강좌가 개설된다. 얼마 전에는 지역 주민 눈사람(별명) 씨가 평소 관심 있던 생물 강좌를 열어 매주 월요일마다 수업을 진행했다. 이런 식으로 먹거리, 여성, 역사, 정치 등 다양한 주제의 강좌가 열리며 문화 공연도 심심치 않게 열린다.

분명히 한계도 있고 위기의 순간도 겪었지만, 민중의 집은 여전히 민중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중한 공간이다. 마포 민중의 집 실무자 최현철씨는 "민중의 집이라는 공간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많이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민중의 집의 가치관에 공감한다면 누구나 공간을 대여하거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450여 명의 회원과 마포지역 내 여섯 곳의 노동조합, 여섯 곳의 상인회, 문화연대, 진보신당 마포당원협의회 등 16개의 지역 단체가 회원 단체로 등록되어 민중의 집과 연대하고 있다. 민중의 집 공동 대표 정경섭 씨는 "광주 민중의 집과 장수 농민의 집 설립을 계획 중"이라며 "전국적으로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사회에 비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을 나눌 수 있는 거점들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제 민중의 집은 마포구 내 지역 주민들의 공간을 넘어 한국 민중의 이야기를 담는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