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삼봉이발소>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연극 <삼봉이발소>에는 ‘외모바이러스’라는 병이 등장한다. 자신의 외모에 대해 극심한 콤플렉스를 느낄 때 발작을 일으키는 무서운 병이다. 이에 못생긴 여고생 박장미는 자신도 외모바이러스에 걸리면 어쩌나 걱정한다. 그러던 중 장미는 커다란 가위로 이를 치료하는 미남 이발사 김삼봉을 우연히 만난다. 이 연극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인간으로 변하는 고양이 ‘믹스’가 등장하고 삼봉이는 사람만큼 큰 가위로 병을 고친다, 그리고 치료 마지막엔 환자의 머리를 손질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또 외모바이러스는 어디서 튀어나온 질병인가. 일단 계속 들어보자. 자기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고 싶었던 장미는 이발소에 무작정 찾아간다. “예뻐지고 싶어요!”라고 힘차게 말하지만 삼봉이의 대답은 싸늘하다. “그 병신 같은 안경이나 고치려고 해봤어?”라며 있는 욕 없는 욕 다 퍼붓는다. 하지만 장미는 끈질기게 취직이라도 시켜달라면서 매달린다. 말은 차갑게 하지만 마음 약한 삼봉이는 결국 장미를 받아들인다.
장미는 삼봉이의 과거를 믹스로부터 듣게 된다. 학창시절 삼봉이에게는 이민아라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사고로 얼굴 반쪽에 화상을 입어 얼굴이 흉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의 모습에 연연하지 않았다. “삼봉아, 나도 처음에는 내 모습을 인정할 수 없었어.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봤지. 결국 사고 이후 변한 것은 내 얼굴뿐 이었어. 내 꿈은 아직 남아 있잖아?”라며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는 그녀다. 그 모습에 반해 삼봉이는 민아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삼봉이와 티격태격하던 도중 차에 치여 죽는다. 삼봉이는 민아를 죽인 장본인이 자신이라며 묘비 앞에서 좌절한다. 그리고 자신도 그녀와 똑같이 얼굴에 흉이 지도록 자신의 손으로 한쪽 얼굴을 계속 긁어 상처를 만든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믹스는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가진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삼봉이에게 부여한다. 그 능력은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게 하지만 자신의 생명을 갉아 먹는다. 바이러스를 치료할 때마다 자신의 생명을 희생해야 하는 삼봉이는 결국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그리고 그 옆에서 장미는 삼봉이를 간호한다.
외모. 우리 마음속에 담겨있는 이 단어는 무엇을 의미할까. 애인이 될 수 있는 기준? 아니면 취직을 할 때 가산 요인? 우리는 누군가를 처음 대할 때 그 사람의 외적인 부분부터 먼저 볼 수밖에 없는 존재로 태어났다. 그럼 태어나면서부터 상대에 대한 나의 호감도가 결정되었다는 말인가. 억울하지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극 <삼봉이발소>에서 외모는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물론 연극 내에서도 잘생긴 삼봉이는 인기가 많다. 장미 역시 처음에는 삼봉이가 잘생겨서 다가갔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외모보다는 그가 사람들에게 행한 행동들, 그리고 희생하는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도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외관을 먼저 볼 것이다. 하지만 외모와 별개로 ‘저 사람의 내면은 어떨까’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해 더 올바르게 아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