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죽어가는 노작가가 하나 있다. 노벨 문학상을 받았지만 수십 년 넘게 자택에 틀어박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신비주의 작가 프레텍스타 타슈다. 타슈는 속칭 연골암이라 불리는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에 걸려 살날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전 세계의 기자들은 죽음을 앞둔 대문호를 인터뷰하기 위해 새떼처럼 몰려든다. 타슈는 그중 극소수를 엄선해 자신과 인터뷰할 기회를 하사한다. 기자들이 한 가지 간과한 것은 타슈가 지독한 인간 혐오자라는 사실이다. 허위에 대한 혐오감으로 가득 차 있는 타슈는 문학과 독자, 나아가 인간의 허위를 낱
새 학기가 시작되는 이맘때쯤 연구실 창문을 열어두면 생기 넘치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지며 나 또한 활력을 얻는다. 이처럼 삶에서 가장 빛나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 학생들은 한편으로 각자 많은 고민을 안고 있기도 할 것이다. 내가 학부생 당시에 겪었던 고민이 끊임없이 느껴졌던 것처럼 말이다. 아마 그때와 비슷하게 우리 학생들도 취업과 진로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로 자리할 것이다. 수험생에게 수능이 세상 전부로 보이는 것처럼, 우리가 지금 안고 있는 고민은 너무나도 크고 무겁게 느껴져 가끔 힘에 부칠 때가 있다. 5년
자과캠 만남 - 유상석(기계 86) 동문엔지니어에서 시작해 경영인으로 거듭나다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삶의 태도 강조해일진전기는 발전소부터 가정집까지 전기가 도달하는 모든 과정에 필요한 설비를 생산하는 50년 전통의 국내 대표 부품·소재 전문 기업이다. 일진전기 전선사업부 본부장이자 부사장인 유상석(기계 86) 동문은 전력기기 국산화와 품질 개선을 이끌어왔으며, 2019년에는 전기산업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포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의 일진전기 공장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책을 좋아하던 소년, 공부에 눈뜨다“어
자과캠 만남 - 오현주(생명공학 05) 동문숫자와 과학을 좋아하던 학생이 마주한 방송이라는 꿈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길“오늘도 시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매 주말 저녁, 오현주(생명공학 05) 동문은 앵커로서 TV조선의 뉴스를 책임지고 있다. 동시에 오 동문은 정치부 기자로서 우리나라 정치의 면면을 취재하며 알리고 있다. 오늘도 뉴스를 진행하며 세상의 소식을 전해주는 그를 시민들의 목소리가 가득한 광화문광장 주변 카페에서 만났다.신약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학창시절오 동문은 어린 시절 눈에 보이는 현상에 대해 호
지루하고 긴 비행 끝에 집에서 8000킬로 떨어진 섬나라에 첫발을 디뎠을 땐 깜깜한 밤이었다. 공항 밖에서 마스크 없이 얼굴을 훤히 드러낸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마주치고 나서야 내가 영국에 와 있음을 실감했다. 그렇게 도착한 첫 도시인 런던에서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느낀 영국인들의 첫인상은 모두가 하나같이 친절하다는 것이었다. 걸어가다가 길을 조금만 막아도 모두의 입에서 ‘쏘리’가 나왔고, 눈을 마주치면 다들 방긋 웃어 보였다. 사진으로만 보던 유명한 관광지가 눈앞에 펼쳐지고 친절하고 예의 바른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아름다운
인간의 성장을 개구리의 삶에 비유한다면, 우리가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올챙이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될 때, 대학생에서 취업 준비생이 되고 신입 사원이 되는 순간 말이다. 그런데 힘들게 개구리가 되었는데 올챙이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너무 급격한 변화였을까? 올챙이로 돌아갈 때 우리는 마치 넓디넓은 우주에 혼자 던져진 기분을 느낀다. 아무것도 아는 게 없고, 아무도 모르는데, 그런 곳에 적응해서 다시 개구리가 되어야 한다니. 절망적일 만하다.그런데 ‘우물 안 개구리’라는 표현을 들으면
“1398년에 설립됐으면 아시아 최고의 역사를 가진 대학이군요!”2년 전 세계 3대 투자자로 유명한 싱가폴의 짐 로저스 씨 댁을 글로벌경영학과 학생들 10명과 방문했을 때에 그분이 우리에게 일깨워주신 말씀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그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의 역사가 한반도 안에서만 최고냐 아니냐는 것에 매달려 있었다. 역시 글로벌 투자자라 그런지, 그분의 말씀을 듣고 범위를 넓혀 보니, 아시아에는 그 어떤 대학도 성균관보다 먼저 설립된 것이 없다. 물론, 누군가는 계속 “엄밀하게 말해서 유럽식의 대학조직체가 어쩌구 저쩌구” 할지 모
‘정상성’이란 무엇인가. 나는 사회가 인정할 만한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사람인가. 『‘성’스러운 국민』은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 즉 초국가적인 시각으로 근대 이후 우리나라의 국가 체제를 분석하며 그 체제와 그를 뒷받침하는 사상이 얼마나 끊임없이 이분법적으로 사람들을 분류하고 위계화했는지 밝혀낸다.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와 그렇지 않은 부녀. 군대에 갈 수 있는 ‘진짜 사나이’다운 남성과 그렇지 않은 사람. 성(聖)스러운 국민, 성(性)스러운 국민. 나는 어느 쪽인가. 우리는 어느 쪽인가.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자과캠 만남 - 최재붕(기계 83) 동문 “기술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제 연구의 중심은 인간입니다.”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하고 베스트셀러 『포노 사피엔스』를 집필한 4차 산업혁명 전문가.모교와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우리 학교 기계공학과/서비스융합디자인협동과정 교수 최재붕(기계 83) 동문을 만났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견문을 넓혀학교에게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어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라나다최 동문의 유년 시절은 명륜동 파출소 골목에 있던 집에서 시작했다. 우리 학교 경제학과 교수였던 아버지
우리가 일상생활에 몰두하다 보면 나라 밖 상황에 무관심하거나 잘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데 그러다간 자칫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으므로, 틈틈이 국제사회 변동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21세기 블루 오션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국제정치를 한번 공부해보기를 권한다. 국제정치는 우리가 익숙해 있는 국내정치와는 다른 속성과 논리에 의해 운용되므로, 처음엔 생소할지 모르나 공부할수록 새로운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기본적으로 국제사회에는 중앙정부가 없어 공권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정치의 핵심인 민주주의자유평등 등의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입시 관련 논란이 뜨거운 감자다. 이와 유사한 논란은 2016년에도 있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 부정 입학 사건이다. 두 사건을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기득권 세력 2세의 입시 관련 논란으로 사회적 이슈가 됐다는 것과 많은 사람들의 실망과 분노를 사고 있다는 것은 맥락을 같이 한다.“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 정유라 씨가 본인의 SNS에 게시한 글이다. 국민의 공분을 샀던 이 글귀는 어쩌면 우리 사회를 가장 냉혹하고 잔인하게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개천에서 더 이상 용이 날
상황 하나. 지난해 12월 17일 이대목동병원 대회의실. 이대목동병원 경영진이 머리 숙여 사의를 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 해당 병원에서 숨진 신생아 4명의 사인이 병원 내 균에 감염 후, 패혈증으로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진 5명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됐다.상황 둘. 지난달 19일 종로구의 한 스튜디오. 이윤택 연극연출가는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 연출가와 함께 일했던 연출가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연출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추가 피해자가 여럿 등장했고 한 온
우리 학교 김기현(약) 교수 연구팀(이하 연구팀)이 흰개미의 미생물로부터 ‘항진균’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규 천연물질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미국 하버드 의과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남아프리카 흰개미에 공생하는 미생물에서 추출한 천연물질의 3차원 구조를 밝혔다. 연구팀은 이 물질을 흰개미의 이름(macroternes neatalensis)에서 착안하여 'macrotermycin A-D'이라고 이름 붙였다.흰개미는 생존을 위해 버섯 농사를 짓는데 이 버섯에는 곰팡이와 같은 독성 *진균이 증식할 가능성이 있다. 흰개미 공생 미생물은
사람은 하루 동안에도 많은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며 계획을 곱씹기도 하고,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시계를 바라보며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거나, 인터넷 기사를 읽으면서 혀를 몇 번 차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한탄한다. 이처럼 생각의 방향과 무게는 다양하다. 하지만 그 많은 순간 중에서도 가장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순간은 단연 자기 전 이불 속이다. 나는 하루의 일을 마무리하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으면 우선 내가 지금부터 몇 시간 잘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그리고는 빨리 자야
작년 봄, 15학번 새내기 신분이었던 나는 으레 신입생들은 놀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맞게 하루하루 놀기에 바빴다. 고3 시절을 열심히 보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수험 생활에 대한 보상 심리는 그 누구보다 컸었기에 지난 1년 동안 학업에 집중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그렇게 학점 관리는커녕 출석조차 제대로 못하는 생활을 반복하며 1년을 보냈고 어느새 나는 2학년이 되었다. 대학교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끝마친 상태에서 16학번에 대한 궁금함과 빠른 년생이라는 제약이 따랐던 작년과는 달리 법적으로 성인이 됐다는 이유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한 편의 시가 눈에 띈다. "노니는 물고기 지느러미 치고 푸른 물결 깊은데 / 숲 속 새 울음소리 나의 시에 화답하네 / 만물은 절로 때를 얻고 천기는 절로 움직이니 / 내 지금 생물을 바라보며 하늘의 마음을 보았노라." 조선 전기의 뛰어난 문장가 조위의 시다. 앞의 두 구절은 화자가 지켜본 자연의 풍경을 묘사했고 뒤의 두 구절은 이를 통해 깨달은 바를 전하고 있다. 빽빽이 우거진 나무를 뒤로하고 계곡을 바라보는 상상을 해보자. 강물 속에서 뛰노는 물고기들이 보인다. 귓가에는 무슨 말을 그리도 하는지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 꽤 진부한 문장이지만,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단적인 표현이다. 외교 문서나 담화를 살펴보면 똑같은 말이라도 단어 하나를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달라지고 호사가들은 이 단어가 얼마나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는지에 대해 논평한다. 어떤 때는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빙빙 둘려서 말한다. 단어 하나로 문장 전체의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표현을 거르고 또 거르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너무나 쉽게 말하지만 가볍게 던지는
“당신은 매우 젊고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기에 저는 최대한 강하게 당신에게 간청하는 바입니다. 부디 당신의 마음에서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을 인내하고 질문들 그 자체를 마치 걸어 잠근 방들처럼, 마치 완전히 외국어로 저술된 책처럼 사랑하려 노력하십시오.” 시인으로서의 길을 고민하고 있는 젊은이에게 전하는 독일의 시인 릴케의 조언이다. 20대라는 젊은 나이, 문인의 길을 걷는 것은 타들어 가는 담배꽁초만큼이나 외롭고 고독하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보장할 수 없는 집필 활동에 선뜻 발을 들여놓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와 소
언제 마지막으로 온몸을 펴고, 호흡을 가다듬고 쉰 적이 있는가.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머릿속을 붙잡고 있는 상념들로 지친 우리를 위한 전시가 있다. 제대로 된 ‘쉼’을 느껴보기 위해 우리 학교 후문에서 종로 02번을 타고 북촌로를 따라 국립민속박물관에 도착했다. 총 3부로 이뤄진 전시는 ‘금강산 관람객이 유람하고 집에 돌아와 쉬었다가 잠이 들어 꿈을 꾸는 과정’을 담았다. 금강산 여행이라는 스토리텔링 안에서 관람객들은 ‘전시를 본다’는 느낌을 넘어 ‘논다, 여행한다, 쉰다’는 느낌을 받는다. 1부에서 3부로 갈수록 쉼의 자세가 바뀌
고등학교 때 국어 공부깨나 한 사람이라면 이라는 글을 기억할 것이다. 그럼 이 글의 저자가 생물학, 그중에서도 동물학의 권위자라는 것도 기억하시는지. 국어 교과서에 글이 실리는 과학자라니, 알고 보니 그는 지난 2008년 호주제 폐지에 앞장서고 에코과학과 통섭의 개념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최초&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