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파스타’ 먹고 갈래?” 대충 계란을 풀어 넣은 라면이 아닌 식탁 위에 조금은 사치스럽게 차려진 음식을 만들어보고 싶은 때가 있다. TV 속 흰 앞치마를 두른 셰프가 만든 음식처럼 말이다. 그러나 막상 셰프의 레시피를 들여다보면 알 수 없는 전문용어와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식재료가 가득하다. 심지어 집에도 없는 오븐을 사용하라니. 밥이나 해먹자는 생각에 반찬 없는 냉장고를 열자 다시금 서러움이 몰려온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고 밥상의 질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있다. 바로 ‘테이스트샵’이다. 클릭
강당을 가득 채운 음악과 비트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는 사람들에 당황해 하고 있을 즈음, 링크하우스 전병관 대표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예술해봄’은 ‘융합예술모임 링크하우스’에서 주최한 행사로 예술가를 초청해 사소한 신변잡기부터 마음속 깊은 이야기까지를 들어보는 토크콘서트다. 게스트인 세계적 팝핀댄서 ‘팝핀제이’에 맞춰 물색한 이번 콘서트 장소는 한양대 콘서트홀. 콘서트홀 내부는 후드에 스냅백, 야구잠바를 입고 함께 춤을 추며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꿈꾸는 청춘들의 융합예술모임 링크하우스는 ‘Life In Collaborat
도시락 카페와 기름 떡볶이로 유명한 통인시장이 위치한 자하문로. 좁다란 골목 안을 비집고 들어서자 진녹색 페인트에 낡은 철제 대문의 한옥 한 채가 보인다. 이 낡은 한옥 안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작년 11월 통인동의 한옥에 문을 연 전시 공간 ‘시청각’을 찾았다.처마 아래 매달려 있는 백열전구와 빛바랜 계량기, 문을 괴고 있는 적색 벽돌에 의아해 하고 있을 무렵, 전시장 내부에서 편한 복장의 현시원 큐레이터가 기자를 맞았다. ‘시청각’은 현 큐레이터와 막역한 친구인 안인용 에디터가 함께 기존 형식을 벗어난 문화적
‘000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미대를 졸업할 당시는 실험적 작품이 주목받지 못하던 시기였다.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는 정직하고 안전한 그림이 소위 ‘잘 팔리는 그림’이었다. 그래서 작품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선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야만 했다. 이러한 현실에 한계를 느꼈고, 기업과 미술관이 협업한 예술 프로그램에 발을 디뎠다. 바로 창신동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쳐 주는 ‘예술 더하기’ 프로그램이다. 예술 교육을 하면서 지역의 고민을 만났다. 그러나 가르쳐주고 집에 가는 정도에선 ‘카더라 통신’ 이상이 될
낙산 공원 너머, 서울 성곽 귀퉁이에 자리 잡은 종로구 창신동. 원단을 담은 비닐 포대를 싣고 수십 대의 오토바이가 비탈진 언덕길을 넘나든다.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 박는 소리만이 쉼 없이 울려 퍼지는 거리엔 간판 하나 달리지 않은 무채색의 봉제 공장이 줄지어 있다. 그 가운데 우뚝 서 있는 아늑한 건물 하나. 바로 대안적 생산을 위한 문화예술 플랫폼, 창신동 ‘000간’이다. 비어있는 봉제마을 창신동을 예술로 덧칠하며 재생의 손길을 건네는 000간을 찾았다.삭막한 모습의 창신동은 불과 이십여 년 전만 해도 동대문 의류단지의 호
“당신은 매우 젊고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기에 저는 최대한 강하게 당신에게 간청하는 바입니다. 부디 당신의 마음에서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을 인내하고 질문들 그 자체를 마치 걸어 잠근 방들처럼, 마치 완전히 외국어로 저술된 책처럼 사랑하려 노력하십시오.” 시인으로서의 길을 고민하고 있는 젊은이에게 전하는 독일의 시인 릴케의 조언이다. 20대라는 젊은 나이, 문인의 길을 걷는 것은 타들어 가는 담배꽁초만큼이나 외롭고 고독하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보장할 수 없는 집필 활동에 선뜻 발을 들여놓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와 소
이대 학생문화관에는 ‘영화관’이 있다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문화관 343호. 보통 대학교 내 학생회관에 ‘영화관’이 들어서 있는 모습은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작은 스크린 하나에 의자 몇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은 아닐까. 영화 상영 15분 전, 조금은 의아한 마음으로 이화시네마떼끄(이하 시떼)의 문을 열었다.100석 규모의 좌석이 널찍이 자리를 잡고 있는 시떼 내부, 그리고 그 안을 가득 채우는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이 강렬하게 귓전을 때렸다. 관객을 맞기 위해 준비 중이던 김아란(사회과학부13) 운영위원과 이
예술을 접하기 위해서 그동안 우리는 전시장을 찾아 가야만 했다. 그 공간까지 들어가야 비로소 예술은 우리를 만나줬으니 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예술과 만나려 전시장을 찾아가기만 할 텐가? “관객이 찾아가서 보는 예술은 공간에 갇힌 예술이에요.” 손한샘 작가는 예술이 사람들의 공간으로 찾아가길 원했다. 고민하던 그는 마침내 삶에서 가출한 예술을 사람들 품으로 돌려보내는 ‘예술장돌뱅이’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예술장돌뱅이라는 이름은 과거 우리네 옛 장터를 누비며 물건을 팔던 ‘장돌뱅이’에서 따왔다. 다만 과거의 장돌뱅이와 다른 것이 있다
본질적으로 자유로우며 어떤 기준으로도 규정되지 않고, 모든 종류의 예술과 최근의 인문학 조류에 정통하다. 만일 한 학우에 대한 설명이라면 ‘요즘 대학생들은 너무 스펙에 매몰돼 문화나 학문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에게 꽤나 가슴 설레는 문장이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떤 청년을 설명하는 말은 아니다. ‘인문예술잡지
2010년 봄, 마포구 현석동 주택가에 이상한 가게 하나가 생겼다. 월요일엔 영화관, 금요일엔 도예 소품전이 열리더니, 다음 주에는 어느새 수채화를 가르치는 교습소가 돼 있다.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 모를 이곳을 두고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는 부잣집 아들내미가 놀려고 차린 곳이라는 소문까지 돌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이곳은 ‘손님이 주인이 되는 가
약 1만 5천 명. 무한 경쟁과 어떤 일이든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사람들의 숫자다. 이들 중 40~44세 비율이 최대다. 바로 우리 어머니, 아버지 연령대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힘든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20대인 대학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예전 대학생이 누렸던 로망은 사라졌다. 1학년 때부터 학점을 걱정해야 하고 취업을 위해 학회와 아르바이트 등 ‘스펙’을 쌓아야 한다. 마포대교에선 최근 5년간 총 85명이 투신했고 이들 중 48명은 스틱스 강을 건넜다. 이 때문에 마포대교는 얼마 전까지
“영화를 궁전에 모시는 사람들은 프랑스인뿐일 것이다.” 영화 에 나오는 프랑스의 미국인 유학생 매튜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Cinematheque Francaise)’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영화라는 예술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기에 궁전에 모신다는 것일까.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옛 프랑스 궁전
연극 하면 떠오르는 장소는 대학로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연극은 대학로에서 좀처럼 보기 어렵다. 이 극단의 정기 공연 을 보기 위해서는 우리 학교에서 택시를 타고 30여 분을 가야 했다. 생소한 골목길을 파고들어서야 성미산 마을 극장을 찾을 수 있었다. 극장에 들어서자 부산히 극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들이 바로 장애인
인적이 드문 거리에 자리 잡은 작은 빌딩에 도착해, 세 층의 계단을 오르자 SF&판타지 도서관의 문이 나타났다. 철문 안에는 아늑한 아지트와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첫발을 딛자 눈앞의 흰 벽이 갖가지 리스트들로 장식돼 있었다. 후원자 리스트였다. SF도서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도서관 운영의 부담을 함께 지는 모습이었다.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 사원, 서울중앙서원은 6호선 이태원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 아직 하늘이 푸른 오후, 지하철역 3번 출구를 지나 두 번 꺾어 들어가자 이색적인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휘고 꺾인 아랍어로 장식된 유리창들과 아랍권 서적,*할랄 고기 등을 다루는 상점들이 나타났다. 어느새 길거리에 히잡을 두른 여성들이 가득할 때쯤 사원의
오늘 오후 홍대 거리에 아주 독특한 매장이 떴다가 사라진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소식이 뜨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간다 하더라도, 워낙 순식간에 사라지는 가게인지라 웬만큼 행동이 빠르지 않다면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눈앞에 섬광처럼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컴퓨터 팝업창과도 같은 이 가게의 이름은 바로 팝업 스토어(pop-up store)이다. 팝업 스토어는 하
인파로 북적대는 삼청동을 지나 창덕궁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면, 고급스러운 상점들 대신 사람 살아가는 냄새가 풍기는 한적한 골목이 나온다. 이제는 빛이 바래 간판도 읽기 어려운 국밥집 맞은편에, 그리고 ‘상사’라는 이름이 붙은 옛 슈퍼 옆에 편집매장 램(LAMB)은 자리 잡고 있다. 편집매장이라는 도시적인 이름과는 달리 램의 외관은 투박
“그거, 들어왔소?” 어느 홍대 골목. 허름한 상점 안에서 은밀한 거래가 오간다. ‘물건’을 찾는 이들이 하루에도 수십 명. 시도 때도 없는 “까도 되요? 진짜 까요!” 외마디 외침의 정체도 도무지 모르겠다. 자 이제 몇 걸음 물러서 간판을 올려다보자. 삼원색으로 빛나는 그 이름. &lsquo
‘전체 결과의 80%는 20%의 원인에서부터 나온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의 이름을 딴 파레토 법칙이다. 이는 이탈리아 국민의 20%가 전체 부의 80%를 소유하고 있다는 발견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파레토 법칙은 ‘잘 팔리는 소수를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마케팅의 지배적 패러다임이
날씨 좋은 주말, 영화를 한 편 보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팝콘 한 통을 들고 자리에 앉는다. 흥미진진했던 영화가 끝나고 여운에 빠진 당신은 영화관에서 걸어 나올 필요가 없다. 단지 ‘페북’에서 로그아웃만 하면 된다.지난 3월, 미국에서 한 영화 배급사가 문을 열었다. 회사의 이름은 ‘플릭론치(Flick Launch)&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