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23명의 학생이 278편의 시를 응모하였다. 시를 써보려고 언어를 붙잡고 안간힘을 쓰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안타깝게도 언어와 열정이 시적 형식을 얻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것이 아쉬웠다. 예년에는 자기감정에 도취되어 내면을 토로하는 데 그치는 시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넋두리 같은 발화는 현격히 줄었다. 그만큼 정신력으로 세상을 버텨내며 직시하고 극복하려는 자세로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감정이나 감각으로 서정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사유를 통과하는 통찰의 시가 되기를 바란다. 동화적이고 만화적이고 풍자적인
사라지는 연습1차서영(연기예술 20) “나는 사랑하노라. 몰락하는 자로서가 아니라면 달리 살 줄을 모르는 사람들을”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늘 몰락한 자들에게 매료되곤 했다. 생의 어느 고비에서 한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사람은 참혹하게 아름다웠다. 왜 그랬을까. 그들은 그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전부인 하나를 지키기 위해 그하나를 제외한 전부를 포기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텅 빈 채로 가득 차 있었고 몰락 이후 그들의 표정은 숭고했다. 나를 뒤흔드는 작품들은 절정의 순간에 바로
요즘 화제의 중심은 단연 아이돌 그룹 뉴진스다. 귀에 꽂히는 노래의 건강한 느낌과 신선한 비트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모든 멤버가 스물둘인 필자보다 한참 어리다는 것이다. 갓 데뷔한 아이돌의 어린 나이에 충격 받은 것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유튜브 댓글을 내리다 보면 신을 뜻하는 ‘갓(god)’과 ‘아기’를 합친 ‘갓기’라는 신조어가 심심찮게 보인다. 어떻게 보면 모순적이다. 미숙하기에 보호받고 더 신경써주어야 마땅할 아이들이 사실은 우리보다 뛰어나다니.‘어린데도 잘한다’는 이유로 어린 연예인들은 주목받지만, 사실
다양한 목적으로 ‘애완’의 변주 이어져인식과 법률 모두 여전히 개선 필요한 과도기 반려인이 귀여운 반려동물을 보며 휴식을 취하고 동반 식당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화면 속 반려동물의 모습을 보고 고민 없이 입양한 후 유기하고, 누군가는 짖음 방지기를 반려동물의 목에 채운다. 과연 동물은 진정한 반려로서 함께하고 있을까? 그들은 하나의 생명으로 우리와 공존하고 있을까?커지는 시장, 발전하는 인식, 변화는 완성됐을까? 먹고 남은 국을 섞어 밥으로 주고, 대문을 지키게 하며 동물을 기르는 것은
무지(無知) 너머의 ‘우리’를 상상할 수 있다면: 박민정 「세실, 주희」 그리고 최은영 「씬짜오, 씬짜오」유승희(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수료) 내가 “너”에게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아내지 않고서는,너를 알려면 나의 언어가 부서지고 굴복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다른 언어로 바꿔 말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내가 “우리”를 소환할 수 있는 길은 없다.너는 이 방향감각의 혼란과 상실을 통해서 내가 얻게 되는 결과이다.이것이 바로 인간이 존재하게 되는 방식이다.다시 또다시, 여전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무엇으로서.- 주디스
‘세계의 끝’이 아닌 세계(들)의 끄트머리에서 - 듀나의 초기 단편들에 대해나원영(철학 15) 1. ‘세계의 종말’로 복도훈의 ‘종말’을 상상하기“문학평론가는 앞으로 누가 아프다고 쓰면 아프다고 부르르 떠는 사람이어야 하겠다.”고 썼던 복도훈이 그로부터 한 해 반 정도가 지난 후의 글에서 2019년의 한국 SF에 대한 ‘감성의 물성’을 다루며, “동시대 여성 서사가 독자들과 주고받는 감응(affect)이 남다르다는 것은 확실하다”거나 “그들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과의 ‘정동적 연결’의 측면에서 폭넓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썼을 때의
지난 학기부터 계속되는 등록금 부분 환불 논란학교 측 "2학기는 온라인-오프라인 혼합 방식으로 등록금 환불 어려워"지난 학기에 이어 등록금 부분 환불 여부에 대해 학우들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 측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학기 온라인-오프라인 혼합 수업 방식을 도입하면서다. 우리 학교는 지난 학기 외부 수입 감소로 재정 악화가 된 상황에서 기존 시설 유지 비용과 온라인 강의 확대를 위한 장비 구축 지출이 겹치며 등록금 부분 환불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학기 등록금도 지난
"언론은 사회의 선생님이다." 신문사를 담당하는 주간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비판하는 것도 좋지만, 대학 문화를 만들어 가도록 도와야 한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이번 학기가 시작되던 때 편집장인 나를 불러 하신 말씀이다. 한편으로 불편했다. '비판해야 좋은 기사'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었다. 본지에는 '기사의 위상'이라는 것이 있다. 기사에 무엇을 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일종의 지침서다. 그중 하나가 '비판적 시각'이다. 기사 작성을 위해 피드백을 가지는 회의
고립돼 마땅한 말이 온라인에 고이더니 어느새 공적인 자리로 새어나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말이다. 『시사IN』은 “‘사상의 자유 시장’서 도태되어야 할 역사 왜곡과 선동이 국회 문턱을 넘어온 건 이 문제가 다른 차원의 해결이 필요한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고 사안에 대해 분석했다. 잦아드는가 싶던 가짜 뉴스와 처벌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시장 체제는 ‘경제적 합리성’을 전제로 한 ‘표준화’ 되고 ‘개중에 가장 합리적인 것들’만이 살아남는 게임이다. 『시사IN』의 표현을 따르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
연말이면 학생회를 구성하는 위한 선거철이 된다. 선거 일정이 나오면 후보자들이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요즘 학생회 선거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는다. 1980년대 학도호국단이 학생회 체제로 전환될 때만 해도 학생회 선거는 학내의 뜨거운 관심사가 될 정도였다. 당시 학내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 이슈를 다루느라 유세도 치열하고 노선도 선명하게 구분되었다. 지금은 주로 학내의 복지와 민원 사항을 부각시키지만 분위기가 1980년대의 경우에 미치지 못한다. 투표율도 낮을 뿐만 아니라 유세에 참여하는 관심도도 낮다.사람은 합리적 선택을
화창한 봄날의 캠퍼스에는 새내기 대학생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초중고 12년간 열심히 공부했고, 자랑스러운 우리 성균관대학교의 가족이 되었으니 행복한 대학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학과와 전공은 어떻게 선택하셨나요? 앞으로 4년간 배울 학문에 대하여 소신과 포부를 가지고 결정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고, 여러분들의 선배들 역시 그랬듯, 입학점수에 맞추어서, 좋아 보여서, 인기학과라서, 입시학원 선생님이 추천해 주어서 등이 아니었나요?대학에 와서 전공 공부를 하다 보면 실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적
왕 위의 왕, 실세 간신조선 전기의 윤원형은, 조선 시대에 권력을 전횡한 대표적인 권신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외척이었다. 외척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권력과 가까운 존재였다. 명종이 즉위한 때부터 문정왕후가 세상을 떠나기까지 20년 동안 윤원형은 권력과 재력을 독점했다. 그의 권력은 국왕을 능가할 정도였다. 그는 이조판서, 우의정을 거쳐 영의정에 올랐다. 그때 그가 얼마나 큰 권력을 행사했는지는 명종실록에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하루는 주상이 내관에게 “외척이 큰 죄가 있으니 어떻게 처리해야 하겠는가”라고 말했는데, 윤원형을 가리
“휴학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 단 예외는 두 가지: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학비 마련을 위해 한 것과 몸이 아파서 어쩔 수 없이 한 것.” 다소 과격한 이 말은 내 말이 아니다. 현업에 있는 펀드매니저들과 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이 학생들에게 꼭 전해주라고 내게 신신당부한 말이다. 20여 년 전에 내가 학부를 졸업하고 취직하던 당시에 현업의 뱅커들의 조언과 달라진 것이 없다.왜 그렇게 매정하게 말할까? 첫째, 휴학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시장 몸값을 겸손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단다. “나는 A 같은 최고의 대기업에
섬청년탐사대의 시작여행대학은 본래 분주한 삶 속에서 여유를 찾기 위한 이들이 모인 단체다. 그러나 지난 여름 여행대학 강기태 총장은 단순히 즐기기 위한 여행이 아닌 해안쓰레기를 수거하는 봉사를 가미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바로 ‘섬청년탐사대’(이하 섬탐대)이다.작년 10월, 강 총장은 고재열 기자와 배우 류승룡 및 30여 명의 청년과 함께 전남 벌교군에 위치한 장도라는 섬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여행에 함께한 청년들에게 섬에서 어떤 점이 기억에 남는지 물었다. 그때 그의 마음에 박힌 ‘섬에 쓰레기가 너무
상처에도 사랑이 고파요지난 5일, ‘케어 동물사랑실천협회’(이하 케어)가 운영하는 유기 및 피학대 동물 입양센터를 방문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강아지들이 꼬리를 흔들고 펄쩍 뛰며 반갑게 맞아준다. 사람에게 버려지고 학대당했지만 동물들은 다시금 사람의 따듯한 손길을 기다리며 이곳에 머물고 있다.이곳에는 ‘앤’이라는 이름을 가진 슈나우저가 있다. 앤은 100여 마리의 개들과 함께 애니멀 호더(동물 대량 사육자)인 할아버지에 의해 감금 및 방치되었었다. 앤을 비롯한 수많은 개들은 굶주림과 오물로 뒤덮인 지옥 속에서 가까스로 케어에 의해
지난달 21일 2015학년도 2학기 인사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가 제47대 인사캠 총학생회 ‘SKK 人 Ship(회장 한동수·영상 11, 부회장 윤지희·행정 12, 이하 총학)’ 한동수 총학생회장의 사과로 시작했다. 이번 회의는 △1학기 총학생회 결산안 공개 △2학기 학생회비 배분안 △2학기 총학생회 예산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련 회칙개정 등의 순으로 이뤄졌으며, 보고안건으로 올라온 1학기 결산안을 제외한 나머지 안건은 모두 가결됐다. 마지막에 진행된 공고사항 순서에서는 회칙개정소위원회가 나와 “아직까지 자과캠과 합의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던 그 즈음의 일이다. 밤이 되면 날씨가 쌀쌀해져 겉옷을 걸치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성대신문을 읽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보도부에서는 매학기 있는 양 캠의 전학대회에 관한 기사를 다룬다. 우리 학교에서 학생자치를 논의하는 자리 중에서는 최고의 권위를 갖는 회의이기에 기사화될 정당성은 확실히 갖추고 있지만 사실 그 권위에 비해 존재감은 미미하다. 전학대회에 ‘그들만의 리그’라는 수식어가 어울린 지 벌써 오래다. 말 그대로 전학대회는 총학과 단과대 구성원의 소모임 같은 곳이 돼 버렸다. 전학대회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지난 2일 인사캠 건학기념제 ‘성대와樂’(이하 건기제)이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지만 진행 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움이 드러났다. 무난했던 행사 진행, 부족했던 행사 홍보이번 건기제에서는 학우들이 참여하기 힘든 주간에 일부 행사가 치러졌지만 이에 대한 홍보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총학에서는 △미술치료&음악치료 △버블사커 △Flea Market과 같이 이색적인 행사를 마련해 학우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헤나타투를 준비한 미술 동아리 ‘성미회’, 물풍선 던지기를 준비한 경제대학 소모임 ‘열사람’ 등 특색 있는 이벤트를 준비한 부스들도
김민석(경제06) 인사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하 중선관위장)이 자과캠 의과대학 대강당에서 진행된 제46대 총학생회(이하 총학) 개표식 석상에서 '본인의 임기가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대신문의 모든 취재요청을 거절한 채 함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본지 기자단은 제1553호 성대신문에 △제45대 총학 '성대올레' 공약점검 △제46대 총학 선거 개표 △제46대 총학 및 단과대(이하 단대) 공동선거 관련 사안을 취재하고자 지난 26일부터 김 위원장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전화를 상습적으로 끊거나 카카오톡
내가 라는 영화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 이맘때, 그러니까 2012년 5월이었다. 문학과 우울, 지적 욕망을 습관처럼 앓던 소녀들 몇이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모임을 자그마하게 만들었었는데, 5월은 오스카 와일드와 유미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방금 막 터진 벚꽃마냥 늘어놓던 때였다. 나는 오늘날의 (번역어로서의) 예술이 갖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