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분야 지원 여전히 부족 … 바뀐 평가 방식도 선정에 영향

기자명 김태형 기자 (xogud246@skkuw.com)

WCU-BK21 후속사업 쟁점 들여다보기

WCU-BK21 후속사업 계획 발표 이후 국내 대학들은 사업단 선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후속사업 공청회와 대학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몇 가지 쟁점사항을 짚어봤다.

1. 인문사회분야에 대한 지원 부족해

▲ 우리 학교 자과캠에 위치한 산학협력센터. / 김신애 기자 zooly24@
기존의 WCU와 BK21에서도 지적받았던 인문사회분야에 대한 지원 부족은 후속사업에 들어 더욱 심화됐다. 사업 개요에 따르면 인문사회분야는 세 개의 사업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Ⅱ유형에서 전국 단위 18~20개, 지역 단위 10~12개의 사업단을 배정받았다. 이는 과학기술분야(전국 단위 48~61개, 지역 단위 32~45개)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적은 숫자다. 한편 사업단 숫자의 축소는 단위사업단별 지원상한액이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다. 2단계 BK21 당시 개별 사업단에 지급됐던 지원금은 8억 원 미만이었다. 반면 후속사업에서는 10억 원까지 지급돼 보다 큰 규모의 사업이 가능해졌다. 이로인해 선정 사업단의 수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인문사회분야의 교수들 사이에서는 지원상한액 증가를 고려하더라도 사업단 수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우리 학교의 경우 2단계 BK21 시행 당시 인문사회분야에서 총 8개의 사업단을 유치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대학별로 1~2개의 사업단을 유치하거나 아예 유치에 실패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BK21 사업 당시 ‘동아시아학 핵심인재 육성을 위한 융합 사업단’의 사업단장을 맡았던 진재교 교수(한교)는 “최상위권 대학이 대부분의 사업단을 유치하는 승자독식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해당 학문분야에서 1, 2위를 하지 않으면 선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공청회에서는 인문사회분야 지원 부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상당 부분 이뤄졌다. 당시 공청회 자리에서 정부 관계자는 HK(Humanities Korea)나 SSK(Social Sciences Korea) 등 인문사회분야를 지원하는 사업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후속사업의 지원 수준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략기획·홍보팀(팀장 이철우) 관계자는 “공청회 후에도 이 부분에 대해 교육부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사업이 시행되기 전에 인문사회분야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2.대세는 융·복합

▲ 인사캠 퇴계인문관, 다산경제관. / 김신애 기자 zooly24@
교육부는 후속사업에서 융·복합분야 지원 확대 및 지원자격 완화를 통해 융합인재 양성체계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학문 간의 통섭을 통해 새로운 학문을 개발하고 시너지 효과를 노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공청회에서는 융·복합 분야의 구분이나 평가방식에 있어서 모호한 점이 많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여러 학문이 융합된 사업단인 만큼 평가도 다양한 측면에서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 학교 교수는 “인문사회분야와 과학기술분야의 학문이 결합한 사업단의 경우 △기초 △응용 △인문사회 중 어느 분야로 지원해야 할지 애매하다”며 “명확한 평가지표가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융·복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이를 통해 신학문 창조의 선구자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실제로 BK21을 통해 설립된 우리 학교의 동아시아학술원(원장 신승운·문정)은 ‘동아시아학’이란 새로운 학문단위를 창조했다. 현재 동아시아학과에 재학하는 원우 중 약 40% 가량이 아시아 각국에서 유학 온 외국인이다. 일종의 학문 수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진재교 교수는 “그동안의 대학교육이 서양학문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우리만의 새로운 학문을 창조해 세계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3.평가방식의 변화

사업단 선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평가항목 구성과 항목별 비중이다.
어떤 부분을 더 중요시하느냐에 따라 사업단 선정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후속사업의 ‘제도개선 및 지원’ 항목은 대학 차원에서 해당 학과(사업단)를 체계적으로 지원해 연구 성과를 증진시킬 수 있는 지 여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다시 말해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 항목의 평가기준은 2단계 BK21 선정 당시 30%의 비중을 차지했으나 후속사업에서는 10%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변화는 학교의 지원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는 우리 학교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기획·홍보팀(팀장 이철우) 관계자는 “학교 시스템에 대한 평가보다는 학문단위의 성과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후속사업에서 학문분야별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 질적 평가방식을 확대할 계획이다. WCU와 BK21을 통해서 양적인 부분에서의 성장은 이뤘으나 질적인 부분에서의 성장이 미흡하다고 판단해서다. 일례로 논문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피인용 횟수(IF, Impact Factor)는 학문별로 사회적 수요가 달라 학문 간의 비교가 힘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인용 횟수는 해당 논문의 내용이 다른 논문 작성시 인용된 횟수를 일컫는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후속사업에서 보정 IF를 통해 학문별 차이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보정 IF는 사업단에 속한 연구원이 제출한 논문들의 평균 IF를 구한 뒤, 이를 연구원이 소속된 학문 분야에서 제출된 논문 중 IF 순위 상위 20%에 속하는 논문들의 평균 IF로 나눠 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문과대학의 한 교수는 “이전에 비해 학문 간의 차이가 고려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결국 평가 항목 설계자의 시각이 반영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4. 사업단 선정을 위한 각축전, 7월에 결정될 예정

▲ 자과캠 제2종합연구동. / 김신애 기자 zooly24@
후속사업은 이번 달 말 혹은 다음 달 초에 신청서 접수를 시작한다. 대학 차원에서 교내의 사업단 혹은 사업팀의 지원을 받은 후 대학 명의로 접수를 하게 된다. 이후 교육부에서 평가를 실시한 후 7월에 사업단 최종 선정결과가 발표된다. 현재 우리 학교 전체 차원에서 후속사업을 준비하는 전략기획·홍보팀은 예비사업단을 선정해 사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사업단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사업단이 유리한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세우도록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전략기획·홍보팀(팀장 이철우) 관계자는 “학과별로 최우수 인원을 선별해 사업단을 꾸리는 중”이라며 “사업 선정 결과에 따라 향후 7년간의 학교 연구 성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