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최근 종영된 ‘쌈, 마이웨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쌈, 마이웨이’는 ‘고동만’과 ‘최애라’가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현실에 순응하며 살다가 자신의 꿈을 향해 과감하게 도전하고 이를 결국 성취해내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유쾌하고 가볍게 보기 좋은 드라마였으나 보는 내내 나를 떠나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바로 ‘과연 현실적으로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을까, 나 이외의 가족을 생각할 때 그것이 옳은 일일까?’라는 답이 없는 질문.

한 때 잠시 아카데미에서 뮤지컬을 배우며 공연을 했던 적이 있다. 당시 참여했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으나 가족들의 반대,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혀 포기하고 현실에 순응한 사람들이었다. 마지막 공연을 끝내고 다 같이 모인 뒤풀이에서 이렇게나마 꿈을 이룬 그들이 감격에 벅차 눈물을 흘렸던 장면을 잊지 못한다. 드라마와 영화와는 달리 현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현실과 타협하여 꿈을 포기한 채 살고 있다.

나로 말하자면, 사실 그러한 고민이 필요가 없다. 내 꿈은 현실적으로도 어느 정도의 수준의 경제적 지위와 명예를 가져다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내 삶을 바쳐 열정적으로 이루고 싶은 어떠한 소명이 없다. 그냥 무엇을 하든 그럭저럭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여러 가지 직업들 중에서 내가 그나마 잘 할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을만한 것을 내 꿈으로 삼았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삶을 내던질 수 있을 만큼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고동만’과 ‘최애라’가 부러웠다.

친한 친구 중에 ‘고동만’과 ‘최애라’처럼 살고 있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에게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일이 있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용감하게 도전하고 있는 네가 멋있고 진심으로 부럽다’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내가 사는 삶이 누군가에게는 부러운 삶이겠지. 그런데 너는 네 꿈을 부모님이 지지해주시고 누구나 응원하잖아. 내 꿈은 응원해 주는 사람이 없어. 사실 어떤 부모님이 자식이 예술을 하는 걸 지지하겠어.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산다고 자부하는데, 그놈의 꿈 하나 갖고 사는데 불면증까지 올 정도로 불안하고 힘드네’라고 말이다. 

네이버 웹툰 ‘금수저’에서 나오는 승찬이의 아버지는 꿈이 만화가이다. 그러나 자신의 무능력으로 인해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은 가난 속에서 무시당하며 산다. 승찬이의 누나는 이러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직장을 다니며, 승찬이는 꿈만 좇고 가족들을 챙기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해 불평한다. 웹툰에 달린 댓글을 보아도 승찬이의 아버지에 대한 비판이 가득하다. 가족들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자신의 꿈을 좇아 사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이기적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개개인의 관점의 차이로 인해 꿈이 있으나 이를 추구할 수 없는 삶과 나처럼 열정적인 꿈이 없는 삶 중 어떠한 삶이 더 좋지 않은 삶인지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내 기준에서는 꿈이 있는데 이를 좇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삶이 더 힘들 것 같다. 열정이 클수록 고통이 클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꿈을 좇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현실적인 문제가 얽히고설켜 있음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자녀들의 꿈이 무엇이든 걱정 없이 지지해줄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이송원 (경영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