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송선교 기자 (ddoong0404@naver.com)

미라클 모닝부터 운동까지, 청년들의 ‘각양갓생’

목적 전치와 지나친 강박감을 조심해야

 

최지웅(경영 16) 학우는 오전 6시에 눈을 뜨면 바로 헬스장으로 향한다. 운동이 끝나면 아침을 먹고 고시 공부를 하러 양현관에 간다. 개인 공부를 하다가도 정해놓은 시간에는 10분간 낮잠도 자고, 그룹 스터디원들과 피드백도 주고받으며 하루 목표를 달성해간다. 매일 밤 집으로 가는 길에는 SNS에 하루를 보내며 느낀 점과 함께 공부 인증 사진을 올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매주 일요일에는 공부하고픈 마음이 들어도 억지로라도 쉬거나 친구들과 놀러 다닌다. 쉬지 않으면 번아웃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 학우는 이러한 자신의 삶이 요즘 청년들이 추구하는 ‘갓생’에 부합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갓생’은 대체 무엇일까?

청년들은 왜 ‘갓생’에 꽂혔나
‘갓생’이란 신을 뜻하는 ‘갓(God)’과 인생의 ‘생(生)’을 합친 신조어다. 처음엔 아이돌을 좋아하는 일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말고 일이나 학업에 집중하자는 의미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매일 계획을 성실하게 실천하는 모범적인 삶을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갓생’에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접미사 ‘er’을 붙여 갓생을 사는 사람을 ‘갓생러’ 라고 부르기도 한다.
갓생의 핵심적인 특징은 ‘루틴’을 만들어 실천하는 것이다. 갓생러들은 30분 이상 독서하기, 역에서부터 걸어서 학교로 가기 등 사소한 것이라도 자신만의 루틴을 만든다. 이러한 루틴이 주는 효과는 무엇일까.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계획을 실천하고 성취하는 것은 불안감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갓생은 코로나19 이후 청년들에게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상 변화, 경기 침체, 취업난 등으로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어 “코로나 이후 불안을 느끼는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삶을 지향하는 갓생이 주목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라클 모닝과 운동으로 보는 갓생의 다양한 모습
요즘 유행하는 갓생의 사례로 ‘미라클 모닝’이 있다. 미라클 모닝은 미국의 작가 할 엘로드가 쓴 동명의 서적에서 가져온 개념이다. 일과가 시작되기 전 이른 시간에 일어나 독서, 명상, 일기 쓰기, 운동 등의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라클 모닝은 과거 유행했던 ‘아침형 인간’과 비슷한 개념을 갖고 있지만, 사회적 성공보다는 자기 효능감 향상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는 한국항공대 항공 우주공학과 김영표(26)씨도 매일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다. 김영표씨는 “미라클 모닝은 거창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보다는 지금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수단 같다”며 “미라클 모닝을 시작한 이후로 삶에 여유가 생기고 자기 확신과 긍정적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미라클 모닝에 도전하는 이유로 물리적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헬스장에 가거나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등의 챌린지를 수행하기 위해선 이동 시간이나 비용이 든다. 반면 미라클 모닝은 별도의 이동 시간이 필요하지 않고 그 시간에 하는 활동에 따라 돈이 전혀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김영표씨는 이에 대해 “행동력, 의지, 알람시계만 있으면 실천할 수 있기에 물리적 진입 장벽은 낮지만, ‘나는 할 수 없다’는 자기 암시를 깨야 하므로 심리적 진입 장벽은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갓생 챌린지를 위한 루틴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화여대 영어영문 학과에 재학 중인 김수미(21)씨는 매일 아침 공복에 따릉이를 탄다. 김수미씨는 “하루를 운동으로 시작하면 매일이 보람차고 뿌듯 해 삶의 큰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헬스를 통해 몸을 만들고 바디 프로필을 찍거나 골프와 테니스에 새로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에 대해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운동은 노력의 결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활동 중 하나이므로 특히 젊은 세대에게 주목받는다”며 “성취감 외에도 자신감과 건강이 부가적으로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함께하는 갓생, 더해지는 성취
생을 살기 위해 동아리나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라클 모닝 연합동아리 ‘5amily’는 3~4명이 한 팀을 이뤄 기상 시간과 아침 활동을 매일 인증하며 팀 점수를 쌓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격주에 한 번 점수가 가장 많은 팀에게는 상 금을 지급한다. 5amily 이혁 회장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으로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며 “여러 사람이 함께 노력하고 네트워크를 만들며 성장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것이 동아리의 장점” 이라고 말했다.
동아리나 프로그램 외에도 갓생 살기에 도움을 주는 정보기술 서비스도 있다. 박준규(경영 15) 동문은 목표 달성을 도와주는 앱 ‘챌린저스’를 이용하며 갓생 살기에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챌린저스에서는 목표에 도전하기 전 이용자가 참가비를 내고 목표를 100% 달성하면 참가비 이상의 상금을 주는 방식으로 동기를 부여한다. 이용자는 목표 85% 달성 시 참가비 전액을, 85% 미만 달성 시 달성률에 따라 참가비 일부를 환급 받는다. 박씨는 “현금을 걸고 목표를 달성 한다는 개념이 동기부여에 도움이 됐다”며 “달성률에 따라 추가적인 상금까지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목표 달성 욕구를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갓생도 지나치면 독
SNS에 갓생을 인증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챌린지로 자리 잡았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갓생’이 달린 게시물은 3만 9천 개가 넘으며, ‘#미라클모닝’,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이 달린 게시물은 각각 130만 개, 261만 개가 넘는다. 임 교수는 “본인의 계획을 여러 사람에게 선언하면 목표가 객관화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된다”며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MZ세대는 단순히 SNS에 자신의 목표를 전시할 뿐만 아니라 목표 달성 과정에 대한 피드백도 적극적으로 주고받는다”며 SNS가 갓생에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설명했다. 그러나 “자율성을 잃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수동적으로 살다 보면 지나치게 결과에만 연연하는 강박과 불안이 커져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챌린지를 인증하는 문화는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지만, 자칫하면 계획의 실천보다 인증을 더 중요시하는 목적 전치를 일으킬 수도 있다.
타인의 시선에 따른 강박 외에도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이 강박으로 이어져 번아웃이 나타나기도 한다. 수많은 교내, 대외활동 을 병행하다가 번아웃이 온 적이 있는 장수진(디자인 20) 학우는 “성공을 향한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자신을 계속 몰아넣었던 것이 번아웃을 유발했던 것 같다”며 “분명한 꿈과 목표를 가지고 바라보며 나를 지켜나가는 것이 건강한 갓생 살기의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에게 보여줌이 목적이 되는 것도, 자신을 지치게 하는 강박감도 갓생의 본질을 거스르는 부작용이다. 갓생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돌보고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최지웅 학우 인스타그램 캡쳐
ⓒ최지웅 학우 인스타그램 캡쳐
위부터 세번째 사진까지 매일 헬스장 도착, 양현관 도착, 귀갓길 사진을
시간과 함께 인증하는 최지웅 학우의 인스타그램.
ⓒ최지웅 학우 인스타그램 캡쳐
김수미씨가 따릉이를 타고 목표 거리를 주행한 기록.
ⓒ김수미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