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가희 (gahee@skkuw.com)

노동개혁의 배경을 노조에서 찾는다는 비판의 목소리 있어

우리나라 산업 구조로 인한 임금 불평등 문제부터 살펴봐야

지난해 12월 15일, 정부는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연금, 교육과 함께 노동을 3대 주요 개혁 과제로 선정했다. 이어 정부는 근로 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을 주요 과제로 삼고 신년사에서도 다시금 노동개혁을 언급할 만큼 노동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할 것을 역설했지만, 해당 정책에 대한 염려를 표하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노동개혁의 우려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노동개혁의 배경,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정부는 본격적인 노동개혁을 위해 지난 1월 9일 전자정부 누리집에 앞으로의 계획을 담은 ‘노동개혁,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흔들림 없는 전진’ 업무보고서를 공개했다. 정부는 해당 자료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해결할 것을 강조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노동시장이 임금, 일자리 안정성 등 근로조건에서 질적인 차이가 있는 두 개의 시장으로 분절된 것을 뜻한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보통 양질의 일자리에는 대기업의 정규직과 공기업 종사자가 속하고, 그 외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근로자가 그렇지 못한 일자리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중구조의 원인이 노동조합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근로자 간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또한 기업 간의 임금격차를 벌려 △중소기업 취업 기피 현상 △중소기업 인력난 △청년 실업 등을 악화시키는 문제점을 갖는다. 정부는 이러한 이중구조의 주요 원인으로 대기업과 정규직을 중심으로 구성된 기업별 노동조합(이하 노조)을 지목했다. 기업별 노조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이것이 우리나라 전체 임금 불평등까지 이어진다는 관점이다. 우리나라 노조는 크게 산별노조와 기업별 노조로 분류된다. 산별노조는 동일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하나의 노조로 조직한 것이고, 기업별 노조는 기업 단위로 결성된 노조다. 예를 들어 화물 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화물연대는 산별노조가 되고, 삼성전자의 직원들이 모여 결성한 노조는 삼성전자 내에서만 활동하는 기업별 노조가 된다. 이때 기업별 노조는 정규직으로만 구성돼 노사 간 임금 협상에 관한 교섭이 이뤄져도 해당 내용이 정규직에만 적용될 확률이 높다. 정부는 이러한 기업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불평등이 사회 전체 임금 불평등으로 심화된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해 근속연수와 나이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인 직무급제로 바꿀 것을 논의했다. 정부는 연공급 임금체계가 대기업·정규직 근로자들에게는 과도한 혜택을 주는 한편,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는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게 해 노동시장 내 격차를 악화시킨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임금체계를 개편해 기업 내 임금격차를 줄여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겠다는 의도다.

시야를 넓혀 산업 구조부터 살펴봐야

그러나 정부가 기업별 노조를 주요 원인으로 본 것에 대한 비판이 존재한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김우식 연구위원은 “이중구조의 원인에는 노조보다도 기업 간의 임금격차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원청업체(이하 원청)-하청업체(이하 하청)’의 산업 구조로, 주로 중소기업에 업무를 주문하는 대기업이 원청이 되고 업무를 수행하는 중소기업이 하청이 된다. 정규직 노조의 근로조건 향상으로 노동비용이 상승하면, 원청은 하청에 대한 단가 인하를 하는 등의 불공정거래를 통해 상승한 비용을 하청에 전가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따라서 임금 재원이 충분하지 않은 하청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통해 노동비용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불공정거래가 반복될수록 하청의 근로조건도 열악해져 기업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또한 원청의 불공정거래를 제재하는 사회 안전망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원청이 하청의 업무에 관여하는 경우 원청의 *사용자성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원청이 하청의 임금과 복지도 책임지고 교섭에 나서야 하지만 법적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약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업 간 임금 불평등을 해소할 정책 요구돼

산업 구조의 문제와 불공정거래 때문에 사업체 간 임금 차이가 발생해 임금 불평등 문제가 심화된다. 고용노동부의 ‘2021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을 100%로 놓았을 때 대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69%,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59% 수준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임금격차 해소방안에 관한 정책연구(2022)’에 따르면 전체 임금 불평등에 미치는 요인 가운데, 사업체 내 임금격차가 미치는 영향보다 원청-하청의 구조인 사업체 간의 임금 불평등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전체 임금 불평등에 사업체 간 임금 불평등(71.6%)은 사업체 내 임금 불평등(28.5%)보다 두 배가 넘는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한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업체 간의 임금격차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업체 내 임금체계 개편안을 제시했고, 해결책도 기업 내부 수준에만 머물러 있어 해당 개편을 통해서는 전체 임금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중 대부분이 임금체계 자체도 제대로 적용돼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조사’ 결과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중 61.1%가 임금체계를 갖고 있지 않았으며, 이러한 사업체는 주로 직원이 5명 이하인 중소기업이다. 이처럼 임금체계가 미비한 상황에서 이를 개편하는 것이 명확한 해결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직무급제는 하청보다는 공공기관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때문에 사업체 간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노력과 우리의 인식 개선이 필요한 때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꾸준히 논의돼 왔지만, 산업 구조가 얽혀 있어 쉽게 해결하기 힘든 고질적인 문제다. 김 연구위원은 “원청-하청의 산업 구조로 발생한 임금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원청과 하청 간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서로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상생협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혹여 불공정거래 행위를 신고하더라도 그 이후 하청의 생존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할 것도 요구된다.

한편 현재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에 대한 논점을 흐려, 이를 해결하는 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8,077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행정연구원의 ‘2021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노조가 ‘믿지 않는다(52.2%)’로 △노조 △대기업 △시민단체 △중앙정부 중 신뢰도가 가장 낮은 기관으로 조사됐다. 특히 연령별에서 19~29세(54.9%)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교수는 “노조에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노동 약자를 보호한다는 노조의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이러한 인식으로 노조의 힘이 약화되면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막아주는 안전장치 같은 역할이다. 김 연구위원은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작은 사업장이 노조를 통해 자신들의 환경을 변화시켜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교수 또한 “노조는 젊은 세대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 사용자성 =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맺고 지휘나 명령할 수 있는 사용자의 성질 

 

자료1: 규모별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총액, 자료 2: 시기별 전체 임금 불평등 중 사업체 간 및 사업체 내 임금 불평등의 기여 비율. 
ⓒ자료1: 고용노동부, 자료2: 임금격차 해소방안에 관한 정책연구(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