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총학생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새내기배움터를 다녀온 새내기들의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숙소가 너무 협소하였다, 술안주가 부족하였다, 식사대기시간이 너무 길었다는 등의 소박한 불평들이다. 필자 역시 새터에 다녀왔다. 식사를 기다리는 길다란 줄, 선배들이 들고 있는 현란한 깃발을 따라 이리 저리 줄지어 가는 새내기들, 12시가 훨씬 넘은 늦은 시간에 과자 부스러기와 소주를 앞에 두고서 졸고 있는 우리의 새내기들..... 이 것이 필자가 수년동안 보아온 새터의 모습이다.
새내기배움터! 바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새터는 새내기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새내기는 새터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새터를 다녀온 새내기의 말이 새터에서 선배들에게 들은 좋은(?) 얘기는 '열심히 놀아라!'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공연을 구경하고, 선배들과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야하는 것인가? 유명인기가수의 콘서트를 경험한 새내기들에게 새터에서의 중앙공연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물론 갈수록 사이버 환경과 개인주의 문화 속에서 자라난 새내기들에게 성균인으로서의 동질감을 심어주고 선후배의 인간적 정리를 채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계열별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시스템에서는 종래의 학과 단위와 같은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에 어찌 보면 새터가 소속감 또는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언가 커다란 기대를 하고 온 새내기들에게 새터가 그리 많은 것을 주지는 못하였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새터가 지향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학교생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든 아니면 공동체 의식을 심어 주기 위한 것이든 간에 말이다. 방향성이 정확히 설정되어야만 프로그램이 충실해질 수 있다. 학교생활의 가이드를 설정하는 것을 지향한다면 전공설명회, 학생행정, 동아리소개 등의 코너를 마련하고 새내기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아니면 기왕에 학교에서 멀리 나와 풍광이 좋은 곳을 왔으니 성균인의 기개를 함양하자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조별 등반을 한다든지, 체육행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새내기들에게 대학인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기회를 갖자고 한다면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열고 새내기들이 자유롭게 참여하여 열띤 토론을 해보는 것도 매우 값진 경험일 것이다. 사발 그릇에 소주를 돌리는 선배로부터 선후배의 위계질서를 배우던 구태는 벗어나야 한다. 보다 성숙된 새터가 되지 못한다면 이제는 새터의 존재의의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종래 우리가 경험하였던 신입생오리엔테이션과 달라진 것이 없다. 다만 정치적 구호와 반독재투쟁의 당위성을 강요하던 선배들의 웅변이 사라진 점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기성의 폐해를 비판하면서도 기성의 관습을 닮아 가는 것이다. 이제는 새터도 달라져야한다. 새내기들이 우리 학교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성균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것이 새터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차가운 땅바닥에 앉아서 추웠던 기억, 깡소주에 속쓰린 기억, 식사순서를 한없이 기다리던 기억들이 새터의 추억으로 미화되던 때는 이미 지났다. 새터를 다녀오는 버스 안에서는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대학생활의 밑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그것은 바로 희망과 즐거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