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심채현, 정예본 기자 (webmaster@skkuw.com)

학생 공간 이전 논의에서 학교와 학우 간 소통 불충분해

학우들의 의견 수렴을 보장하는 제도적 뒷받침 미비

학생 공간 이전 사안을 두고 소프트웨어학과에서는 학우와 학장 간 간담회가 열렸고, 사회과학대학(이하 사과대)의 총 세 차례의 사과대 단위운영위원회(이하 단운)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됐다. 본지는 학생 공간 이전 논의의 과정과 나아갈 방향을 살펴봤다.

일방적으로 통보된 소프트웨어학과의 공간 이전
공간 이전 사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과캠 소프트웨어학과 학우들과 학교 간의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13일 공간 이전 관련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이하 소프트대) 소속 동아리 대표자 회의에서 반도체관 6층의 모든 공간을 8월 중순까지 다른 공간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사실이 공지됐다. 그러나 해당 회의에서 구체적인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채 학교 측에 의해 공간 이전 사실이 학우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돼 문제가 됐다. A(소프트 19) 학우는 “학교 측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학생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대다수의 학생들은 공간 이전 사실 자체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소프트대 학생회 이솦우화(회장 김태환)는 지난 7월 21일부터 23일까지 소프트웨어학과 학우들을 대상으로 공간 이전 관련 설문을 진행했고, 응답자 94명 중 64명의 학우들이 공간 이전에 대한 소식을 뒤늦게 접했다고 답했다. 특히 기존 반도체관 6층에는 △소프트웨어학과 소속 동아리실 △소프트웨어융합대학 학생회실 △솦공방 △오픈소스SW스튜디오 등 학우들이 소통과 학업을 위해 쓰던 공간이 위치해 있어 불만이 더욱 불거졌다. B(소프트 20) 학우는 “단과대 전용 건물이 부재한 소프트웨어학과의 학우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학생 공간들이 반도체관 6층에 모여 있었다”며 “새롭게 이전된 공간은 공용 공간이거나 공간의 수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솦우화는 설문조사의 결과를 학교 측에 전달해 소프트웨어학과 학우들과 학장 간의 간담회를 이끌어냈다. 간담회에서 소프트대 이은석 학장은 “반도체관 6층은 소프트웨어학과의 소유가 아니라 대여해서 사용하던 공간”이라며 “해당 공간의 사용 요청이 있어 공간을 반납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공간 이전 사실이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학과 내부에서도 공간에 대한 논의 및 결정 자체가 지연됐다”며 “공개가 어려운 내용도 있어 공지가 늦어지기도 했으나, 학교도 최대한 빠르게 공지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6일을 기준으로 반도체관 6층 대부분의 공간은 삼성학술정보관(이하 디도) 2층으로 이전된 상태다. 다만 디도는 반도체관과 달리 24시간 개방이 되지 않아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A학우는 “소프트웨어학과 학우들은 학과 특성상 과제, 팀플이 많아 주로 늦은 시간대에 공간을 활용한다”며 “반도체관 6층의 학생 이용률이 높았던 것도 해당 공간이 24시간 개방됐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김태환(소프트 20) 회장은 “소프트웨어학과 학우들의 학습 공간 부족 문제를 최대한 해결하기 위해 정보통신대학 학생회와 협의했다”며 “현재 두 학과가 같이 사용하고 있는 해동학술정보관을 계속해서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학우들은 해당 사안이 논란으로 불거진 이유로 충분한 소통의 부재를 지적했다. A학우는 “논의가 시작된 시점에 상황이 학생들에게 설명되고, 공간 이전 조치가 필요한 이유가 일찍 전달됐다면 학생들의 반응도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비워진 반도체관 6층. 사진 | 정예본 기자 nobey@
비워진 반도체관 6층. 사진 | 정예본 기자 nobey@
삼성학술정보관 2층으로 이전된 소프트웨어학과 소속 학생 공간. 사진 | 정예본 기자 nobey@
삼성학술정보관 2층으로 이전된 소프트웨어학과 소속 학생 공간. 사진 | 정예본 기자 nobey@


여전히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인 수선관 라운지 신설 
인사캠 사과대 소속의 일부 학생단체 또한 학교 측으로부터 공간 이전 협조를 요구받았으나, 여전히 학생단체와 학교 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과대 행정실은 “수선관 별관 5층에 10개의 사과대 소속 학생단체 공간이 모여 있지만 학과 구분 없이 공유할 수 있는 휴게공간은 부족하다고 생각해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일부 학생 공간을 타 공간으로 이전하고 수선관 라운지를 조성할 계획을 세워 학생단체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라운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수선관 별관 5층에 위치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정치외교학과 △행정학과 △수선관 그 밴드 △헤게모니가 사용 중인 공간을 같은 층에 위치한 사과대 소속 학회실로 이전해야 한다. 이어서 다산경제관 지하 1층에 있는 소비자학과와 아동청소년학과의 과방을 축소해 남은 공간으로 기존 사과대 소속 학회식을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다만 수선관 라운지 조성의 필요성이 학우들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실 측이 공간 이전 관련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라운지 신설 관련 논의가 사과대 단운에서 총 세 차례 진행됐으나, 대부분의 학생단체는 라운지 신설로 인한 공간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했다. 사과대 학생회 SORBET 현지윤(정외 21) 회장은 “라운지 조성 논의가 학우들의 필요가 아닌 학교 본부에 의해 시작된 점이 아쉽다”며 “라운지가 조성되는 위치가 많은 수의 학우들을 수용하기에 규모가 작을 것으로 예상되며, 접근성 또한 좋지 않아 라운지 조성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학우들의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가운데 사업이 추진된 것에 대해 사과대 행정실은 “큰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사업인 만큼 지난 여름방학 중에 착공하는 것을 최선으로 생각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며 “다만 공간 이전에 반대하는 학과가 존재해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학기 중으로 사과대 단운의 논의를 거쳐 완성된 설문조사 양식을 행정실 측에서 공식적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사과대 행정실은 “학우들의 동의를 전제로 라운지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학우들이 사업의 배경과 목적을 충분히 인지하고 설문조사에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수선관 라운지 신설 시 이전 및 축소되는 사회과학대학 소속 학생 공간. 사진 | 노종현 기자 jonghyun@
수선관 라운지 신설 시 이전 및 축소되는 사회과학대학 소속 학생 공간. 사진 | 노종현 기자 jonghyun@
수선관 라운지 신설 시 이전 및 축소되는 사회과학대학 소속 학생 공간. 사진 | 노종현 기자 jonghyun@
수선관 라운지 신설 시 이전 및 축소되는 사회과학대학 소속 학생 공간. 사진 | 노종현 기자 jonghyun@

 

학생 공간을 근본적으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학생 공간을 이전하는 것은 학생자치권과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에 학교 측의 일방적인 결정과 통지가 아닌 학교와 학우 간 활발한 소통이 중요하다. 다만 현재 이를 위한 학교와 학우 간 소통의 구조나 과정에는 한계가 존재하는 실정이다. 

인사캠 학생지원팀 최민규 계장은 “학생 공간 배치 및 관리에 있어 학생 의견을 필수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매뉴얼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필요에 따라 학교 측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처럼 학우들의 의견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하다 보니 학교가 의견 수렴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더 나아가 우리 학교 내 공간 운영 기준을 정해놓은 공간관리규정에 따르면, 공간 배정 및 변경 등과 같은 주요 사항을 심의할 때 학우가 아닌 교직원만이 위원회 구성원 자격을 지녀 학우들의 의견을 학교에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돼 있다. A학우는 “학교에서 학우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앞으로도 비슷한 소통 논란이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학교에서도 소통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소통 구조를 보완하는 데에 힘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