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도연서ㆍ허은아 기자 (webmaster@skkuw.com)

전 세계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환경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사람들은 지속 가능한 생활 공간을 설계하고 ‘인간의 삶과 환경의 관계’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이를 에코 디자인이라고 한다. 에코디자인은 실천 방법에 따라 크게 △감량 △재활용 △생물적 분해 △재사용으로 분류되며, 각 영역에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친환경적인 삶의 방식을 제시한다. 작은 제품에서부터 거대한 공간까지, 우리의 일상에 ‘지속 가능성’을 더하는 에코 디자인을 살펴보자.

[1] 감량
① 에코 건축 디자인의 대표적 사례, 아모레퍼시픽 사옥의 건물 외면

최근 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여러 건축물에도 에코 디자인이 적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사옥의 빌딩 외벽을 에너지 절약형 고단열 유리인 ‘로이 유리’로 제작해 열의 이동을 최소화했다. 또한 신재생 에너지인 태양광 패널과 자연 채광을 극대화하는 수직 차양도 함께 설치했다. 그 결과 예측량 대비 37.6%p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였다. 이러한 기업의 움직임은 환경 보호와 생태적 지속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②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스마트 벤치

주민들이 사용하는 공공시설에도 친환경의 바람이 불었다. 인구 밀집과 교통체증으로 인한 도시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자 공간 디자인 학계에서 도시 내 친환경 휴식 공간 디자인에 관한 연구가 진행됐다. 이러한 논의로 탄생한 ‘태양광 스마트 벤치’는 여러 지역의 근린공원에 설치됐다. 벤치의 좌석에는 태양광 패널이 부착돼 있어 낮 동안 태양에너지가 저장되는데, 이를 통해 하루에 최대 60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주민들은 벤치의 전력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도 있으며 야간에는 벤치에 LED 조명이 켜져 공원을 밝게 이용할 수 있다.


[2] 재활용
③ 재생지로 만든 공예품

재생지란 한 번 사용된 종이를 재활용해 만든 용지로, 연간 9,600그루의 나무를 살리는 환경친화적인 효과가 있다. 또한 재생지는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활용되거나 공예품 등으로 재활용된다. 일례로 재생지 공예 브랜드 ‘리코셰’는 친환경 종이를 사용한 수공예작업을 통해 자연스러운 멋과 실용성을 모두 챙기는 제품을 생산한다. 또한, 리코셰는 소비자들이 재생지 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보는 DIY 클래스도 함께 진행해 사람들이 재생지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④ 폐유리를 재가공해 만든 주얼리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해양쓰레기 중 유리는 1만 6천 톤에 달한다. 바다에 버려진 유리, 일명 ‘바다 유리’는 물과 공기의 통과를 막아 게나 조개 등 해양 생물의 성장을 방해한다. 이에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의 특성을 이용해 바다 유리를 아름다운 주얼리로 탄생시키는 에코 디자인이 등장했다. ‘파라디소’는 파손 유리로 귀걸이와 목걸이 등의 주얼리를 만드는 브랜드로, *퓨징기법을 사용해 바다 유리를 고부가 가치 상품인 보석으로 재탄생시킨다. 이러한 재가공 과정을 거친 유리는 밀도와 투명도가 높아져 더욱 튼튼하고 빛이 나는 주얼리로 변신한다. 
 

[3] 생물적 분해
⑤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생분해성 스티로폼

분해 기간이 약 500년에 달하는 스티로폼은 토양오염의 주범으로 손꼽힌다. 이러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버섯 균사체를 사용한 생분해성 스티로폼이 등장했다. 버섯의 뿌리를 이루는 균사체는 일반 토양에서 50일 이내로 자연 분해돼 유해 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 ‘어스폼’ 연구실에서는 직접 *배지에 버섯 균사체를 배양하고, 치밀한 그물망을 만들며 성장하는 균사체의 특성을 활용해 단단한 친환경 포장재를 만든다. 어스폼 정성일 대표는 “버섯 균사체 스티로폼이 단열재, 인테리어용품, 포장재 등 쓰임새가 많다”며 “앞으로 생산성을 강화한다면 스티로폼의 대체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⑥ 과도한 비닐 낭비를 막는 허니 랩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비닐 랩은 분해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발생시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이에 비닐 랩의 역할을 하면서 환경은 보호할 수 있는 친환경 포장 랩이 탄생했다. 그중 허니 랩은 꿀벌의 △밀랍 △소나무의 송진 △코코넛오일로 만들어져 자연에서 완전히 분해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밀랍과 송진의 항균 능력으로 식재료를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으며 미세 플라스틱의 배출을 방지해 기존의 비닐 랩 제품보다 훨씬 위생적이다.
 

[4] 재사용
⑦제품의 내용물만 판매하는 리필 스테이션과 친환경 재사용 제품

리필 스테이션은 욕실용품이나 음식 등 다양한 품목의 제품을 포장 용기 없이 내용물만 판매하는 곳으로, 소비자가 직접 용기를 가져와 내용물을 담아가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포장 용기 쓰레기의 양은 대폭 줄어들며 새로운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비용도 절감된다. 환경부 추정치에 따르면, 20종의 리필제품을 판매하는 리필 스테이션은 연간 1,095kg의 플라스틱 쓰레기 절감을 돕는다. 이처럼 새로운 소비의 방식을 디자인한 리필 스테이션은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적인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에코 디자인은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람과 지구, 미래에 대한 지속 가능성을 설계한다.

 

◆퓨징기법=유리의 팽창률을 이용해, 폐유리를 800도 이상의 고온에 녹여 새로운 유리 원석으로 가공하는 유리 공예의 기법.
◆배지=버섯을 기르는 밑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