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권위상 기자 (wisang03@skkuw.com)

감성 스케치 - 노트아웃 '어른들을 위한 동화' 

국내 작곡가의 참신함이 돋보이는 공연

국악과 클래식 음악을 퓨전한 창작음악도 연주해

‘노트아웃’은 창작곡 연주 활성화를 목표로 조직된 국내 젊은 작곡가와 연주가 중심의 프로젝트 그룹이다. 노트아웃은 2021년 ‘가회의 소리 프로젝트’로 서울시 가회동의 전통 한옥에서 국악과 클래식 음악의 퓨전 음악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그들이 준비한 두 번째 창작음악 공연인 ‘어른들을 위한 동화’ 속에 들어가 봤다.

두 번째 프로젝트: 어른들을 위한 동화
공연 장소는 종로구 혜화동 JCC 아트센터 콘서트홀이었다. 규모는 작았지만 대부분의 좌석이 노트아웃의 공연을 보기 위한 관객으로 가득 찼다. 관객층은 중장년층부터 젊은 세대까지 다양했다. 연인과 함께 방문한 A씨는 “기존 클래식 음악 공연에서 들을 수 없는 색다른 음악을 접해보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동화의 이미지와 서사에서 착안한 창작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90분의 공연 동안 총 5개의 곡이 연주됐는데, 20세기 러시아의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 ‘신데렐라’를 제외한 나머지 4곡은 전부 국내 작곡가의 창작음악으로, 그중 3곡은 클래식 악기를 활용한 현대 창작음악이었고 1곡은 국악과 클래식 음악의 퓨전음악이었다.

공연 시작 전 악기가 세팅된 무대. 사진 | 권위상 기자 wisang03@
공연 시작 전 악기가 세팅된 무대. 사진 | 권위상 기자 wisang03@

 


작품의 배경과 함께 듣는 창작음악
이번 공연에서는 젊은 작곡가들이 작곡뿐만 아니라 공연 구성 전반에 참여했다. 공연이 시작되고 각 곡이 연주되기 전 사회자가 등장했다. 그는 각 곡의 연주 사이마다 등장해 공연의 흐름을 이끌었다. 각 곡이 연주되기 전, 해당 곡의 작곡가가 무대에 올라 사회자와 함께 작곡 배경과 의미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설명 없이 곧바로 연주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 공연과 차별화되는 구성이었다. 동화 실사 영화인 <오즈의 마법사>에서 영감을 얻어 ‘노란 벽돌 위의 소녀’를 작곡한 편도아 작곡가는 영화 속 사람이 분장한 모습과 그 분위기를 보며 기괴함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곡 '노란 벽돌 위의 소녀'는 오케스트라의 현악기 중 가장 크기가 크고 낮은 음역을 내는 더블베이스의 묵직한 낮은음과 바이올린의 높은음이 합쳐져 기이한 멜로디를 형성했다. 


파격적이었던 거문고와 첼로의 만남
그러나 역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곡은 동화 『보름달의 전설』에서 영감을 얻어 거문고와 서양악기를 퓨전한 ‘만월’이었다. 이 곡을 작곡한 홍승희 작곡가는 가장 한국적인 악기인 거문고를 서양의 음악과 조화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은 문화를 공유하는 동아시아권으로서 유사한 악기들이 존재하지만 특이하게도 거문고만큼은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악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홍 작곡가의 설명이 끝나자 연주자들이 무대로 들어왔다. 첼로와 타악기 연주자들은 정장을 입은 반면 거문고 연주자는 한복 치마를 입고 등장했다. 이윽고 바람 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내는 스프링 드럼과 함께 연주가 시작됐다. 곧바로 거문고 연주자가 나무막대인 술대를 잡고 거문고의 현을 뜯자 서양 악기의 소리와는 확연히 다른 소리가 들렸다. 거문고와 첼로가 협연하는 구간과 서로 주고받는 구간에서는 국악의 감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서양의 클래식 음악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동서양 간 음악의 조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후 곡은 절정을 지나 거문고 홀로 여운을 남기는 듯한 소리를 남기며 마무리됐다. 

이후 공연은 『피노키오』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정재민 작곡가의 ‘When You Wish Upon A Star’와 전래동화의 구조를 음악적으로 묘사한 김지현 작곡가의 ‘Once Upon a Time’ 연주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노트아웃 ‘어른들을 위한 동화’ 포스터. ⓒ인터파크 홈페이지 캡처
노트아웃 ‘어른들을 위한 동화’ 포스터. ⓒ인터파크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