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민정, 윤영주, 이다솔, 전서연 기자 (webmaster@skkuw.com)

학교 주변 불법주정차와 보차혼용도로 실태를 점검하다

지자체 차원에서 보행권 개선 위한 다양한 노력 이뤄져 

보행권이란 보행자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보행 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특히 유동 인구가 많은 캠퍼스 근처는 어느 곳보다 보행권이 강조된다. 하지만 보행자에게 허용된 도로를 이용하더라도 여러 장애물에 의해 안전한 보행을 보장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에 본지는 우리 학교 근처에서 보행권이 침해되는 다양한 문제 상황을 살펴보고 그 원인과 해결 방안을 취재했다.

주민들의 통행 방해하는 불법주정차
인사캠 쪽문과 철문을 지나다 보면 도로 한쪽에 주차된 차량을 자주 볼 수 있다. 철문 근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A씨는 “이 주변은 주차금지구역이라 가끔 종로구청에서 단속을 나오지만, 그럼에도 항상 차가 주차돼 있다”고 전했다. 좁은 인사캠 원룸촌 골목에 주차된 차들은 주민들의 통행을 방해하기도 한다. 오유경(경제 23) 학우는 “자취를 하던 빌라 입구에 항상 차가 주차돼 있어 외출할 때면 늘 불편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종로구청 주차관리팀은 “관련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 주정차 위반 단속반이 현장을 방문해 상황에 따른 계도 및 단속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과캠의 경우에도 원룸과 상가가 밀집한 골목은 주차금지구역에 해당하지만 여전히 많은 차가 주차돼 있다. 이정현(식품 22) 학우는 “불법주정차 된 차를 피해 도로 중앙으로 걷다가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수원시청 측은 “차량 수에 비해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식당 등 영세 자영업자가 밀집해있는 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점심시간과 같은 특정 시간대에는 단속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특정 건물의 진출입로를 막거나 통행을 심하게 방해하는 경우에는 강경하게 단속하는 중이다”고 밝혔다.

인사캠 철문 쪽 도로에 불법주정차 된 차량 모습. 사진 | 김민정 기자 suseok@
인사캠 철문 쪽 도로에 불법주정차 된 차량 모습. 사진 | 김민정 기자 suseok@

개인형 이동장치와 공유 전기자전거의 불법주정차 역시 주민들의 통행을 방해한다. 김예은(바이오 23) 학우는 “거리에 개인형 이동장치가 쓰러져 있어 걸려 넘어질 뻔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공유 전기자전거 따릉이는 전용 주차 공간에만 반납이 가능해 이용자가 불법주차를 할 수 없다. 그러나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스윙 △일레클 △카카오 T 바이크 등의 개인형 이동장치와 공유 전기자전거의 경우 주차 구역이 공식적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불법주차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개인형 이동장치 스윙을 자주 이용하는 김유연(사복 22) 학우는 “개인형 이동장치를 어디에 주차해야 할지 몰라 인도 한쪽에 두고 간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종로구청 교통행정과 류민환 주무관은 “최근 민간 기업 측에서도 이용자에게 개인형 이동장치 및 공유 전기자전거를 지정된 구역 또는 통행에 방해되지 않는 구역에 주차하도록 권유하고 있지만, 사실상 구청에서는 지정 주차 구역을 허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구분되지 않는 보도와 차도, 사고 위험 우려
우리 학교 주변의 또 다른 보행권 침해 사례로는 보차혼용도로가 지적된다. 보차혼용도로란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좁은 도로를 의미한다. 보차혼용도로의 폭을 정의하는 법적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으나, 통행 가능한 도로의 폭이 주로 12m 미만으로 보행자와 차량이 함께 통행하기에 좁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우리 학교 인사캠 쪽문 주변의 한 보차혼용도로의 폭을 직접 측정해 본 결과 약 5.6m로 나타났는데, 이는 마을버스 2대의 가로 폭과 비슷한 수치다. 해당 보차혼용도로에서 만난 김승엽(사복 23) 학우는 “차와 사람이 지나는 길이 구분돼 있지 않아 마을버스가 지나갈 때면 늘 비좁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 학교 자과캠 주변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보차혼용도로에서 △난간 △색상 △연석 등을 통한 보행 안전 공간의 확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김동욱(건설환경 23) 학우는 “쪽문 근처 골목 도로에 별도의 보행 공간이 표시돼 있지 않아 차량과 함께 통행하다가 사고의 위험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도 국가 보행교통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도와 차도가 분리된 보차분리도로에 비해 보차혼용도로에서 교통사고 사망자는 3배, 부상자는 3.4배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더불어 우리 학교 양 캠퍼스 주변 보차혼용도로는 대부분 거주 지역과 밀접해 있어 학우들과 시민들의 통행이 잦기에 더욱 위험성이 크다. 이시언(유동 21) 학우는 “늦은 밤에는 골목이 어두워서 교통사고 위험이 더 큰 것 같다”며 “밤에 걷다가 뒤에서 갑자기 경적이 울려 놀랐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수원시청 측은 “주거용 건축물이나 상가와 밀접한 도로의 경우 차량의 진출입이 보장돼야 하기에 보도와 차도를 구조적으로 구분 짓기 어렵다”고 밝혔다.

자과캠의 한 보차혼용도로에 차량과 보행자가 함께 통행하는 모습. 사진 | 전서연 기자 syeonn@
자과캠의 한 보차혼용도로에 차량과 보행자가 함께 통행하는 모습. 사진 | 전서연 기자 syeonn@

이러한 상황에도 도로교통법상에서는 보차혼용도로에서 보행자와 차량이 함께 통행할 경우, 보행자가 도로 가장자리로 통행하도록 규정해 차량의 통행을 보행자보다 우선시하고 있다. 이에 보차혼용도로 내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시를 비롯한 남원시, 광주시 등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보행자 우선도로를 시행 중이다. 보차혼용도로가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될 시 보행자는 해당 도로의 모든 부분을 통행할 수 있으며 차량 운전자는 안전거리를 두고 서행하거나 일시 정지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학교 주변 도로의 경우 여전히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률이 낮다. 류 주무관은 “종로구에서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은 1년에 약 1개소 정도 이뤄지고 있어 성균관대 주변 도로의 경우 현실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불법주정차,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와 같은 보행권 침해 현상은 오래전부터 지속됐던 문제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지자체에서는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과캠이 위치한 장안구는 지난해부터 ‘불법주정차 주민 신고제’의 적극 홍보에 나섰다. 2019년부터 전국 각 지자체에서 운영돼 온 이 제도는 주민이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 정류소 10m 이내 △인도를 비롯한 6대 구역에서의 불법주정차를 신고하면 담당 공무원이 현장 출동 없이 신고 내용을 검토 후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그러나 해당 제도는 신고 주체가 주민인 만큼 그 효과가 제도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 정도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2022년에 불법주정차 주민 신고제를 이용해 본 박상현(성균융합원 석사과정·1기) 원우는 “당시에는 구청 차원의 홍보가 적었고 주변 학우들도 해당 제도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수원시청 측은 “해당 제도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 수준을 높이고자 지난해부터 전광판과 현수막 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홍보했고, 그 결과 주민 신고제를 통한 장안구 내 불법주정차 단속 건수가 전년 대비 59% 늘었다”며 “지자체의 노력에 주민 참여를 더해 국민 안전을 더욱 효율적으로 도모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특히 안전한 보행 환경을 위협하는 개인형 이동장치의 불법주정차가 늘어남에 따라 각 지자체는 관련 제재와 단속을 더욱 강화하기도 했다. 일례로 인사캠이 위치한 종로구는 해당 문제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불법주정차 된 개인형 이동장치를 강제 수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류 주무관은 “현재로서는 법적 근거의 부재로 민간 기업의 개인형 이동장치 서비스 운영 방식에 대한 처벌이나 감독은 불가하지만, 해당 업체에 수거를 요청한 후 조치가 없을 경우 견인하는 방식으로 불법주정차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개인형 이동장치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한 사례도 있다. 청주시는 LG전자와 협약을 체결해 주차 및 무선 충전이 가능한 개인형 이동장치 전용 주차장인 ‘스마트 PM 스테이션’ 설치를 준비 중이다. 또한 해당 구역에 개인형 이동장치를 주차하면 지역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부여하는 포인트 적립제를 오는 6월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청주시청 교통정책과 한경희 주무관은 “이용자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방치된 개인형 이동장치를 옮겨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며 “쾌적한 주차 질서 확립에서 나아가 지역사회 상생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스마트 PM 스테이션' 시안. ⓒ청주시청 보도자료 캡처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스마트 PM 스테이션' 시안. ⓒ청주시청 보도자료 캡처

 


안전한 보행 도로 확보를 위한 노력
차량과 보행자가 혼용돼 안전사고가 우려되던 보차혼용도로 개선 사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제55대 자과캠 총학생회 SKKUP(회장 박근아, 이하 스쿱)은 쪽문 일대의 보차혼용도로 개선 사업에 나섰다. 스쿱은 수원시 및 장안구청과 협의해 올리브영 수원성대점에서 쪽문까지 이어지는 보차혼용도로에 차선 규제봉 설치와 미끄럼 방지 녹색 포장 작업을 진행해 보도와 차도를 명확히 분리했다. 또한 차도의 폭을 규정된 최소 폭으로 줄이고 보도 폭을 늘려 보행자 통로를 확대했다. 

종로구는 2019년 성균관로 일대 보행특구 조성 사업을 실시해 보행 친화적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보도를 확장하고 차도를 축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차분리가 명확하지 않고 도로 중앙선이 없어 보차혼용도로로 쓰이기 시작했고, 오히려 불법주정차가 증가해 교통사고 위험이 가중되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성균관로 일대의 보행 환경 개선이 지속적으로 요구됐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명륜새마을금고 인근 도로에 중앙선이 설치됐으며 보차분리 및 보도 보수 공사가 진행됐다. 종로구의회 박희연 윤리특별위원장은 “명륜동 일대는 구도심인 만큼 공간적인 여유가 없어 보차혼용도로 문제가 만연하다”며 “지속적인 도로 환경 개선 사업을 통해 주민 안전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성균관로 중앙성 설치 및 보도 보수 공사 모습. ⓒ종로구의회 박희연 윤리특별위원장 제공
성균관로 중앙선 설치 및 보도 보수 공사 모습. ⓒ종로구의회 박희연 윤리특별위원장 제공

 

한편 보차혼용도로 내 차량의 통행 속도를 제한하는 것으로 안전한 보행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해 발표된 ‘서울시 교통약자 보호구역 종합관리대책’에 따르면 서울시는 폭이 8m 미만인 보차혼용도로 70곳의 차량 운행 제한 속도를 시속 30km에서 20km로 하향 조정하기로 밝혔다. 지난달에는 조정된 차량 운행 제한 속도가 적용될 서울시 내 보차혼용도로 50곳을 추가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물리적으로 보차분리를 할 수 없는 여건의 도로에서 보행자 안전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촌의 안전한 보행권 보장을 위해서는 관련 규제 및 제도의 도입뿐만 아니라 교통 이용자들의 자체적인 노력 역시 동반돼야 한다. 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부 류혜정 교수는 “선진교통문화 확립을 위해 지속적인 제도변화와 더불어 단속 강화에도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며 “제도적 노력에 운전자와 보행자의 인식 개선도 더해진다면 이러한 노력이 진정한 빛을 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