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지빈 기자 (zibini930@skkuw.com)

고등학교 때부터 오직 언론인이라는 꿈 하나만으로 대학에 입학한 나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성대신문에 지원했다. 처음 입사해 수습기자 트레이닝을 받고 난 후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나는 멍청하다.’ 수많은 선배와 동기 기자들 사이에서 유일한 20살이었던 나는 누구도 부럽지 않게 귀염받았지만, 그런 대우와 내 마음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누가 봐도 질 좋은 선배들의 글에 비해 내 글은 한없이 초라했고 앞으로의 기자 생활이 너무나 막막했다. 길고 긴 회의와 마음에 비수를 꽂는 피드백들에 저항 없이 무너져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첫 기사로 쓰려던 소재가 회의 당일 엎어졌을 때는 허무함에 빠져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앞으로 성대신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던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미 벌어진 일을 바꿀 수 없다면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바꾸는 게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 그래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 소재를 쓰지 못하게 하신 뜻이 있지 않을까?’ 또한 마냥 힘들게 느껴졌던 성대신문을 하나의 학교로 여기고 선배들과 사회의 가르침을 배운 후 졸업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성대신문학교 1학기’를 시작했다. 긴 회의 속 다른 기사를 향한 피드백을 흘려듣지 않고 꼼꼼히 들으며 기사 작성 팁을 배웠다. 나를 향한 그 어떤 피드백도 일단 감사히 여기고 받아적었다. 선배와의 교류를 통해 동기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경험했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며 관심도 없던 분야를 새롭게 배워갔다. 어려운 지식을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하는 법과 전문가분들과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며 인터뷰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발간이라는 첫 시험을 마쳤고 과분하게도 결과는 우수 기자였다. 처음의 쓰디쓴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면 이런 달콤한 결과를 맛볼 수 있었을까.

학보사에 들어온 학생들은 모두 기자라는 신분을 부여받는다. 사실 대학생은 단순히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뿐, 그 이상의 대우를 받기 어렵다. 이는 내가 나를 바라보는 데에도 영향을 끼친다. 내가 만든 실수들이 ‘학생이니까’ 용납됐고 잘한 것들은 ‘학생치고’ 잘한 것이 됐다.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결코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성대신문학교에서의 나는 나이로서는 막내였음에도 ‘기자’ 신분으로 마땅히 존중받았고 그만큼 책임감을 느꼈다. 가끔은 그 책임감이 버겁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모두 나의 좋은 거름이었다.

감히 말하건대, 성대신문은 대학에 들어온 이후 최고의 선택이었다. 모두 나에게 놀아야 할 1학년 시절에 힘들게 일한 것이 아깝지 않냐고 묻지만 나는 단호히 말할 수 있다. 이 시간이 아니었다면 나는 삶에 있어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놓쳤을 것이다. 이 귀한 기회를 쥐여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남은 기사 발간을 마친 뒤 성대신문학교 졸업을 기쁘게 맞이하려 한다.

전지빈 기자
전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