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우영 기자 (woo0@skkuw.com)

캐시리스 사회는 디지털 사회의 필연적인 흐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편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때

캐시리스(Cashless) 사회란 거래 시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 및 모바일 결제 등의 비현금 지급수단이 90% 이상 사용되는 사회다. 최근 우리나라는 캐시리스 사회로의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현금 없는 버스’를 확대 시행한 서울시는 다음 해 하반기에 교통카드를 찍지 않고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는 ‘태그리스’ 시스템을 전면 도입할 것이라 밝혔다. 캐시리스 사회로 전환하는 이유와 장단점,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보자.

캐시리스 사회를 향한 발돋움
우리나라는 점차 결제 과정에서 비현금 지급수단 사용량이 증가해 현금 거래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지출액에서 카드 사용 비중은 2015년 37.4%에서 2021년 58.3%로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현금 사용 비율은 2015년 38.8%에서 2021년 21.6%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또한 지난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ATM의 현금 인출액 역시 지속해서 감소해 올해 14조 8,485억 원으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도 이러한 경향에 맞춰 캐시리스 사회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캐시리스 사회는 현금 제조 및 유통 과정에서의 비용을 절감하기에 세수 확보에 유리하다는 경제적 이점을 가진다. 부경대 디지털금융학과 이현규 교수는 “지폐와 동전은 액면가에 비해 제조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든다”며 “한국은행에서 동전 6억 개를 제조하는 데 540억 원을 지출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은행은 2017년 4월부터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실제로 한국은행의 금고에 쌓이는 동전이 늘어 동전의 시중 통화량은 2019년부터 감소 중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국은행의 동전 환수액은 전년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56억 원이었다.


캐시리스 사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다
정부는 2015년부터 ‘IT·금융융합 지원방안’을 발표해 적극적으로 핀테크 산업을 육성 중이다. 핀테크 산업은 IT 기술과 금융의 융합을 통한 금융 서비스 및 산업의 변화를 통칭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오프라인 위주였던 금융제도를 모바일 뱅킹 및 결제 등 온라인 위주로 개편하고 있다. 사기업도 핀테크 산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우리 학교 일반대학원 핀테크융합전공 임병화 교수는 “특히 네이버와 쿠팡 등 대형 기업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핀테크 산업에 뛰어들었다”며 “카드사와 은행도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일평균 2,628만 건, 8,451억 원으로 전년도 상반기 대비 각각 13.4%, 16.9% 증가했다.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최미수 교수는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에서는 모든 결제 내역이 암호화 기술로 전산화돼 소비자의 안전한 결제를 보장한다”며 “할인 등 각종 혜택을 편리하게 누리기 쉬워 이용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또한 국가적인 핀테크 산업 지원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글로벌 핀테크 산업이 발전하면서 국제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의 규모는 2020년 1조 9,127억 달러(한화 약 2,568조 원)를 기록했다. 2027년에는 12조 621억 달러(한화 약 1경 6,95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통한 전자금융 결제 서비스가 널리 보급돼 있다. 이들은 각각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에서 55.1%, 38.1%의 점유율을 자랑하며 핀테크 시장을 주도하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 더불어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발전하면서 ‘네이버페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모바일 간편결제 앱을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앱에서 해외결제 항목을 클릭하면 해당 국가의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을 곧바로 적용해 서비스를 지원하는 일부 매장에서 사용 가능하다. 임 교수는 “외국인들의 결제 편의성 증가에 따라 관광 산업도 활성화돼 미래 사회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양한 화폐가 공존하는 캐시리스 사회
모바일 간편결제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화폐가 등장하기도 한다. 한국은행은 2019년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이하 CBDC) 발행에 대비하기 위한 ‘CBDC 연구자료’를 발표했다. CBDC는 *가상자산임에도 일반 화폐처럼 가치 변동이 없다. 국가가 발행해 공신력과 안정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이에 한국은행은 CBDC와 관련된 각국 중앙은행의 행보와 기반 기술의 발전 상황 등을 주시하며 자체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임 교수는 “올해 한국은행에서는 3차 시범 사업을 통해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CBDC 결제를 시험할 예정”이라며 “우리나라는 CBDC 시범 사업에 있어 앞서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서울시는 다음 해 하반기 지하철 1~8호선에 도입할 태그리스 기술을 자체 개발 중이다. 스마트폰 블루투스를 켠 채로 개찰구를 통과하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방식으로, 카드나 모바일 기기를 단말기에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는 우이신설선을 비롯해 인천시 지하철 1호선 주안역과 작전역, 대구시 지하철 1호선 상인역과 교대역에서만 시범 운영 중이다. 호서대 디지털금융경영학과 강소라 교수는 “디지털 화폐를 통한 결제 방식이 다양해지며 캐시리스 사회로의 전환은 국가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필연적인 흐름”이라고 전했다. 

태그리스 게이트를 이용하는 행인. ⓒ동아일보 캡처
태그리스 게이트를 이용하는 행인. ⓒ동아일보 캡처


 

극복해야 할 점도 존재해
다만 현재의 캐시리스 사회에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 최 교수는 “디지털 시스템상의 전산장애 발생 시 금융시스템 전체가 마비되는 심각한 경제적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비자의 모든 금융 활동이 데이터로 수집돼 사이버 범죄와 개인정보 유출 등의 사회적 문제 또한 우려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전자금융사고 발생 현황 및 대응 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 총 197건에 달하는 금융 전산장애가 발생해 모바일망을 사용하는 전산 업무가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2022년에는 삼성카드를 비롯한 제1금융권의 모바일 앱에서 일부 이용자의 계좌번호와 주식 수익률 등이 다른 이용자에게 공개돼 300명이 넘는 이용자가 피해를 보기도 했다.

또한 강 교수는 “핀테크 사업을 주도하는 민간 기업은 수익성을 추구하기에 디지털 소외계층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이에 따른 디지털 정보격차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도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전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2022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4대 정보 취약계층인 △농어민 △장노년층 △장애인 △저소득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76.2%에 불과했다. 강 교수는 “디지털 소외계층은 빠르고 복잡한 결제 시스템에 대응하기 힘들다”며 “디지털 서비스 사용 중 발생하는 문제에도 대처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완벽한 캐시리스 사회를 위해서는
모두가 동등하게 디지털 서비스를 누리는 캐시리스 사회를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우선 모바일 전산망의 오류를 사전에 방지하는 정부와 금융 기업의 노력이 중요하다. 금융감독원에서는 지난해 3월 금융권의 전산시스템 운영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금융 IT 안정성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이용자가 급증하거나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결제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고를 예방하는 대비책이 담겼다. 또한 정부와 지역사회 차원에서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2020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경제 및 사회 활동에 필요한 디지털 기술을 교육하는 디지털 배움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디지털 배움터 사업의 2024년도 예산이 약 698억 원에서 약 279억 원으로 60%가량 삭감돼 정부가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포용 정책을 포기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강 교수는 “모든 경제 주체가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캐시리스 사회로 나아감에도 불구하고 현금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이 교수는 “비현금 지급수단이 현금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단 장애 등으로 디지털 금융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현금은 최후의 보루로 남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은행도 캐시리스 사회의 부작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급수단 선택 시 현금을 배제하지 않도록 하는 현금 사용 선택권을 홍보 중이다. 최 교수는 “모든 지급수단에 관한 신뢰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들이 원할 때는 현금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금은 여전히 중요한 지급수단이므로 이를 사용하는 이들의 권리와 편의가 보장돼야 한다”고 전했다. 캐시리스 사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화폐의 형태를 인정하는 것이 캐시리스 사회로의 건강한 이행을 위한 열쇠가 될 것이다.


◆가상자산=경제적 가치를 지녔으나 실물 없이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