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지빈 기자 (zibini930@skkuw.com)

고생물에 대한 대중의 인식 좌우하는 복원

복원 기술 발전에 따라 피부색 등 다양한 요소 복원 가능해

날카로운 이빨에 두꺼운 뒷다리로 초식 동물을 사냥하러 다니는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를 상상하면 대부분 이런 무서운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우리가 수억만 년전 살았던 공룡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러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고생물의 외형 복원도 덕분이다.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다양한 고생물 복원 기술과 이를 통한 연구 효과를 살펴보자.

3D 모델링을 통한 고생물 복원
고생물들은 유해나 자신의 흔적을 화석으로 남기는데 그 화석을 연구해 생물의 실제 외형을 예상하고 복원하는 것이 고생물 복원이다. 우리 학교 기계공학부 문형필 교수는 “고생물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화석뿐이나 그것만으로는 피부색과 같이 구체적인 외형을 상상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며 “고생물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좌우하는 것은 고생물의 외형을 어떻게 복원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기존의 고생물 복원은 발굴된 화석을 연구 결과에 따른 위치에 배치하는 데에 그쳤으나 다양한 과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복원의 정도 및 형태의 정확도가 높아졌다. 대표적인 고생물 복원 기술에는 3D 모델링 기법이 있다. 일례로 2021년 영국 카디프대 연구진이 암모나이트를 3D로 복원해 근육의 위치를 파악했고 이를 통해 근육 부위별 기능을 유추할 수 있었다. 문 교수는 “최근의 3D 모델링 방식은 발견된 화석에 근육과 살을 붙이고, 움직임의 범위도 구현할 수 있어 과거의 정적인 복원에 비해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견해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눈앞에 나타난 공룡? 로봇 고생물 복원
최근에는 복원 자료를 기반으로 외형을 본뜬 고생물 로봇을 제작해 실제 실험에 활용하는 방법도 나타났다. 문 교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구를 진행할 수는 있으나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모든 요소를 고려할 수 없는데 로봇 고생물학은 그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진은 깃털을 가진 공룡인 카우딥테릭스 복원도를 바탕으로 로봇 공룡인 ‘로보테릭스’를 제작했으며 위협을 느끼면 뛰어오르는 습성의 메뚜기를 이용해 깃털의 용도를 실험했다. 실험 결과, 로보테릭스에 깃털이 있으면서 그 깃털의 크기가 크고 색이 밝을수록 더 많은 메뚜기가 뛰어올랐다. 이를 통해 공룡의 깃털이 먹잇감을 놀라게 해 사냥이 수월하도록 돕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서울대 고생물학연구실 박진영 박사는 “아직 로봇 고생물학이 활발히 이용되는 것은 아니나 복원도만으로는 검증하기 어려웠던 가설을 검증하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로봇 공룡 '로보테릭스'의 모습. ⓒ조선비즈 캡처
로봇 공룡 '로보테릭스'의 모습. ⓒ조선비즈 캡처

 

기술 발전과 함께 발전하는 복원력
복원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연구자들은 더욱 완성도 높은 복원도를 내놓게 된다. 공룡의 피부는 화석으로 남지 않기 때문에 2010년대 이전까지는 공룡의 피부색까지 복원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한 아주 드물게 피부 화석이 발견되더라도 색소가 남아있지 않아 분석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미세한 조직을 관찰할 수 있는 주사 전자현미경이 개발돼 공룡의 색소를 담고 있는 세포인 멜라노솜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해당 기술의 도입으로 시노사우롭테릭스의 깃털 색을 알아내 검은색과 흰색 깃털이 몸 전체적으로 나 있는 형태의 복원도를 완성했다. 이처럼 다양한 복원 기술의 등장은 과거에는 밝혀낼 수 없었던 외형적 특징까지도 밝혀내며 고생물 복원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문 교수는 “더 다양한 고생물의 색을 알아내는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정확도 높은 복원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노사우롭테릭스의 복원도. ⓒ안면도 쥬라기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시노사우롭테릭스의 복원도. ⓒ안면도 쥬라기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