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성경 구약의 창세기 첫 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이렇게 하여 생성된 천지 어둠 위에 빛, 해와 달, 별, 바다를 만들고, 새와 물고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6일째 되던 날 사람을 창조했다. 성경에 있는 그대로라면 현재는 창세기 이후 약 5만년이 흘렀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로 우주는 150억년 내지 200억 년 전에 빅뱅에 의해 형성됐고 지구는 약 45억 년 전에 탄생했다. 그리고 첫 번째 생명체는 지구 탄생 후 10억 년 뒤인 35억 년 전부터 존재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 중에서 변화무쌍한 환경이 선택한 결과가 현재의 생태계이며 이러한 사실들을 찰스 다윈이 체계적으로 설명한 것이 진화론이다. 이 설은 과학적으로 증명돼 학문적으로 거의 완벽한 사실이 됐다. 그러나 다윈의 시대만 하더라도 진화란 느리게 진행되는 현상이었으므로 다윈 같은 사람 외에는 아무리 학식이 풍부하고 관찰력이 출중한 사람이라도 생각하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요즘은 환경의 변화가 너무 빨라 한 세대에도 이러한 진화현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전세대와 먹거리가 달라 우리나라에서도 팔등신 미남 미녀를 훨씬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 겨우 30여년의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이런 변화가 가능한데 하물며 수천만 년 또는 수억 년 사이의 변화의 폭은 얼마나 다양하고 크겠는가를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작년은 생물학적으로 뜻 깊은 해였다. 진화를 포함해 거의 모든 생명현상을 분자수준에서 파악할 수 있게 된 계기를 제공한 DNA의 구조를 왓슨과 크럭, 윌킨스가 밝힌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고 이들의 연구결과에 기초해 30억 쌍으로 돼있는 사람의 유전체 코드가 완전히 밝혀진 해이기도 하다.

유전체 코드가 완전히 밝혀진 생명체는 인간과 쥐 등의 포유류 3종과 세균과 식물의 몇 종에 불과하다. 나머지 생물 종의 유전체 코드를 다 밝히고, 이들의 의미와 기능을 다 파악하는데는 한 참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정보만으로도 놀라운 일이 여럿 있다. 우리 사람의 유전자와 초파리의 유전자는 36%, 인간과 가장 닮은 침팬지는 98.7%가 유사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생김새와 능력의 차이는 유전자의 차이보다 엄청나게 크다. 침팬지와 사람의 유전자는 1.3%의 차이 밖에 없지만, 침팬지와 사람이 갈라진 500만 년 전, 혹은 현생인류가 시작된 14만 년 전부터의 업적과 현재의 능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전자의 차는 0.1%이내이다. 유전자 정보의 차가 사람의 지능에 완전히 반영됐다고 가정하는 경우에도 가장 우매한 사람과 천재적인 사람간의 유전자의 차이는 기껏해야 0.1%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생활습관, 사고와 행동 방식의 차이는 능력과 업적의 차를 수천 배 확대하여 나타낼 수 있다.

대우 일렉트로닉스 김충훈 사장의 생활신조는 生行習結이라고 한다. 이 말은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뀌고, 행동을 습관이 될 때까지 꾸준히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말이다. 톨스토이는 ‘성격은 운명이다’라고 했지만 한 가지라도 좋은 습관을 더 갖는다면 0.1%의 유전자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아 교육과 학습에 대한 기대를 다시 해 본다. 습관과 학습에서 習자는 어린 새가 기를 쓰고 날개를 백번 퍼덕여야 겨우 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다.

홍성렬(유전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