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관계 연구하는 것이 인상학"

기자명 박현민 기자 (jade84830@skku.edu)

지난 89년부터 삼성그룹을 비롯한 대기업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인상학 강의를 해 온 인상학자 주선희씨. 얼마 전 그는 ‘동·서양 인상학 연구의 비교와 인상관리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경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문적 가치를 크게 두지 않던  인상학을 사회적 관계와 연관시켜 사회학적으로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주선희 씨. 인상학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상학을 어떻게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인상학이란
인상학이란 외모의 구성, 특히 얼굴의 모습을 통해 그것을 인간의 심성과 연결해 연구하는 것이다. 입술의 모양, 눈의 모양, 코의 모양 등 한 사람의 인상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건강은 어떠한지, 더 나아가 그 사람의 길흉화복까지도 알아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 내면의 마음과 정신상태가 외부로 드러나는 모습을 분석, 이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 인상학이라고 하면 관상학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인상학은 일반적인 관상학의 수동적 운명론을 탈피해 마음과 생각을 다스려 인상을 바꾸고 사회적 관계를 개선해 운명까지 바꾸도록 인도하는 적극적이며 미래지향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관상학이 수동적 운명론과 연결된다면 인상학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떤 행동을 했더니 어떤 결과가 나왔다는 논리로 접근된다.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인상이 변하고 또 살아가면서 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인상학이다. 사람의 얼굴근육은 50개 가까이 되는데 이 중 40개 이상의 근육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근육이 어떻게 변해서 어떤 인상을 가지게 되는지를 알 수 있다. 관상학이 심리학적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인상학은 사회학적 측면에서 접근한다고 볼 수 있다.

■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 나라 인상학의 위치는
△독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인상학은 포괄적이고 분석적으로 연구된다. 생김새의 특징과 내면 특징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연구하는 등 인상학을 전체적으로 다가간다.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개인적이고 직관적으로 연구된다. 서양에서 통계를 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을 처음 보고 그 사람의 과거나 성격, 그리고 건강까지 알아보는 연구를 한다. 또한 실용적으로 발달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인사담당자들이 지원자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등 실용적인 측면과 결합돼 발달하고 있는 것이다.

■ 인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과정
어렸을 때 서예를 배웠다. 그 때 「달마상법, 마의상법」이라는 책을 접하게 됐는데 그 책이 인상학 책이었다. 그리고 89년 대기업 사보에서 원고를 청탁 받았는데 그 때 인상학에 관한 콩트를 썼었다. 이 콩트가 반응이 좋아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강의를 하게 됐다. 원광대 동양학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던 중 과연 인상학이 동양학에 머물러야 하는가하는 생각을 했다. 사회학적으로 접근돼야 하는데 체계적인 연구가 없어 아쉬웠다. 그래서 경희대에서 사회학적 접근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 논문에 대해 소개해 준다면
동양과 서양을 비교해 인상학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했고 동양과 서양의 인상학 발달사에 대한 정리도 했다. 그리고 인상학을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했고 사회변동과 인상변동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정리했다. 다시 말해 예전 생활양식의 특징과 그 생활양식으로 인해 만들어진 그 시대 사람들 인상의 특징과 요즘 변화된 생활양식에 의해 인상은 어떻게 변했는지를 비교, 분석한 것이다.

■ 논문을 쓰면서 어려웠던 점은
우선 처음 연구되는 학문이라 자료가 없어서 어려웠다. 또 처음 이 길을 닦는 것이기 때문에 잘 닦아 놓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연 사회학 연구자들이 인상학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라는 걱정에 힘들었다. 기존 사회학 연구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과 그 변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힘들었다.

■ 앞으로의 목표는
개인의 성공은 물론 조직의 성공, 사회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회교육원이나 직장교육커리큘럼에만 인상학이 한정돼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학교교육을 통해 보다 전문적이고 진취적으로 응용, 발전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제도권내에서의 인상학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인상은 개인의 상이기에 앞서 사회적 관계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상학에 대한 인식 변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