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인식 바탕된 로봇관 정립해야

기자명 강선아 기자 (viariche@skku.edu)

지능형 인간 로봇인 ‘휴보’의 개발과 더불어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로봇산업을 규정하는 등 로봇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인간을 모델로 개발을 거듭하고 있는 로봇은 지금까지 얼마나 발전해 왔고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해 나갈 것인가. 또한 우리는 그 발전에 따라 주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동반자로서의 로봇

지능화된 로봇은 더 이상 어린 시절 만화 속에 등장하던 강철이 아니다. 청소하는 로봇에서부터 축구하는 로봇, 이야기해주는 로봇, 노래부르는 로봇까지 우리 생활에 성큼 다가와 있다.

어느 아파트 광고를 보면 깜빡하고 가스 불을 켜놓은 채 집을 나온 어머니가 식사를 하다가 집과 연결된 버튼으로 집 밖에서 가스 불을 끄는 장면이 나온다. 집의 모든 가전제품들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홈 네트워킹 시스템이지만, 그 시스템을 조작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하지만 로봇산업이 널리 보급화되면 이런 일까지도 모두 로봇이 담당하게 된다.

이에 대해 한국지능로봇산업연구회 조영훈 사무국장은 “우리 나라는 인터넷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네트워크 기반의 로봇산업을 독자적으로 계발하고 있어 2010년쯤 되면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네트워크형 로봇이 우리의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경쟁자로서의 로봇

하지만 로봇의 발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점점 더 인간에 가깝게 발전해 나가면서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생식부분까지 넘보게 됐다.

미국 브랜다이스(Brandeis) 대학의 요르단 폴랙 교수팀은 생물의 진화과정을 모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로봇 설계에 이용했다. 설계된 로봇은 각종 부품을 다양하게 조합해 더 복잡한 로봇을 만들어 내고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가장 우수한 로봇을 골라낸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 기술자들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독특한 로봇 구조가 탄생했다. 로봇이 스스로 진화한 것이다.

인간도 박테리아와 같은 단세포 생물에서 진화했듯 로봇도 진화를 통해 미래에 고등로봇이 탄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고등로봇에는 지혜로운 인간을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와 로봇의 합성어인 로보 사피엔스(Robo Sapiens)가 있다. 로보 사피엔스가 인간과 유사한 형체는 물론 자유의지까지 지니게 된다면 우리는 그들을 로봇이라고만 부를 수 있을까?

로봇의 잠재력에 대한 준비

제 1조:로봇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으며 인간의 위험을 간과해도 안 된다.
제 2조: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명령이 1조에 어긋날 때는 따르지 않아도 된다.
제 3조:로봇은 1조와 2조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자신을 지켜야만 한다.

이것은 1950년 아시모프(Issac Asimov)가 『나는 로봇(I’Robot)』이라는 소설을 통해 세상에 발표한 ‘로봇 공학의 제3원칙’이다. 이 원칙은 가상의 미래에 인간이 로봇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될지 모른다는데 근거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만들어진 것이다. 영화나 소설 속에만 존재했던 이 원칙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는 로봇 산업에 발맞춰 일상생활로의 편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철학아카데미 대표 조광제 박사는 “인간만큼 유연한 두뇌를 가진 로봇이 탄생하기는 힘들겠지만 사이보그나 로보 사피엔스들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라며 “인간과 로봇을 구분 짓기 보다는 융통성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30, 40년 뒤 아니면 가깝게 10년 뒤 우리는 로봇을 기계가 아닌 친구나 또 하나의 가족으로 관계를 형성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로봇을 공상과학의 하나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로봇은 더 이상 장난감이나 상상 속의 기계가 아니다. 미래의 우리 사회를 형성하는 형태이자 우리 스스로의 모습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로봇기술을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