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대학생 강원철(25) 씨를 만나

기자명 전선이 기자 (ssunya@skku.edu)

   
한정희 기자
북한을 떠나와 남한에 정착한 우리 또래들의 생활은 어떨까? 또 그들이 느끼는 남·북한은 어떤 모습일까? 5년 전 남한으로 건너와 현재 한양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탈북자 강원철 학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처음 남한 사회를 접한 느낌은
하나원에서 실시하는 적응 훈련의 일환으로 현장학습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이 때 대학을 방문하게 됐는데 자유로운 분위기와 함께 학내에서 흡연하는 학생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북에서는 대학생들의 학교생활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모든 사람들이 이를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갓 대학에 입학했을 당시 학생들의 등록금 동결 투쟁을 보고 놀랐다. 북에서는 학교나 정부에 대항해 투쟁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남한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킬 수있는 힘을 지니고 있고 또 그 힘이 존중된다는 사실을 보면서 내가 있는 이곳이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 남·북한 학교생활의 차이가 있다면
남한은 국·영·수를 중시하는 반면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관련 혁명 활동이나 혁명 역사에 대한 과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른 과목의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김일성·김정일 관련 과목만 잘하면 된다. 또한 남한은 대학에 가기 위한 경쟁이 심한데 북에서는 대학을 가는 사람들이 매우 드물어 경쟁이 심하지 않다. 더군다나 고등중학교를 졸업하면 10년간의 군복무 생활이 기다리고 있어 사람들이 공부할 생각을 갖지 않는다.

■ 사회 체제가 달라 혼란이 있을 것 같은데
북한을 나와 자본주의가 통용되고 있는 중국에서 2년 정도 도망다녔다. 그 때 나름대로 자본주의에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남한에 와서 피부로 느껴지는 자본주의 체제는 매우 달랐다.

특히 학교는 아직도 적응이 힘들 정도로 자본주의가 뿌리깊게 박혀 있는 공간이다. 가장 놀랐던 것은 시험 기간이었는데 그 기간 동안 학생들에게는 친구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이 사회는 살아남기 위해 벌어지는 개인 간의 경쟁이 너무 심한 것 같다.

탈북자의 체제 적응을 위해 정부가 실행하고 있는 하나원 생활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나와 같은 젊은 사람들은 남한 생활에 적응해 가지만 거의 한평생을 북한에서 살아온 어른들의 경우 남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하나원 퇴소자 중 남한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56%, 실업자가 80%라는 통계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 여러 사업을 통해 남·북한이 화해 모드로 가고 있는데
6.15공동선언, 금강산관광 등을 보면 정부 차원에서는 화해 모드로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 중에는 금강산 관광이 이뤄지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북한에 있을 때 정주영 회장이 소를 끌고 북한에 왔다는 것도 몰랐으니 말이다. 구호물품에 적혀있던 대한민국이란 국가의 이름이 남한을 지칭한다는 것도 중국에서 도망 다니던 시절에서야 알았다. 북한에서는 아직도 남한을 남조선이라 부른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인권을 비롯한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했으면 한다. 또한 새터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남한에 온 이상 이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맞지만 언어에서부터 이질감이 많이 느껴진다. 우리는 함께 길을 걸어가야 할 동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