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민 기자 (claise@skku.edu)

2004년 개봉한 다큐 영화 <비상>은 축구라는 독특한 소재도 있지만 프로라는 냉혹한 세계에서 펼쳐진 ‘감동’을 통해 더욱 특별해진 영화다. 타 구단에서 푸대접을 받던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스토리나 여러 가지 열악한 환경을 딛고 챔피언 결정전에 오르기까지…. 대본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지만 선수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감동의 휴머니즘을 완성시켰다. 영화 <비상>은 소재나 내용면에서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패턴의 영화였고 관객들은 눈물과 박수로 이 감동에 화답했다. 

그 중심에는 감독 임유철 동문이 있다. 영화만큼이나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인 그는 △오마이뉴스 기자 △월간 스크린 기자 △MBC PD 등 안정적인 직업을 거쳤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다큐 영화 감독이라는 비교적 배고픈 길을 택했다.

“먹고 사는 입장에서는 안정적일지 몰라도 틀에 박힌 것들을 요구하는 직업을 이어나갈 순 없었어요. 그리고 원래 제 시작 또한 영화감독의 길이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대학시절 영상촌의 일원이었던 임 동문은 그 당시에 각종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타 대학에 영화 관련 강연을 다니는 등 활발한 영화 활동을 했다. “컴퓨터 공학이라는 전공 덕택에 큰 도움을 받았어요. 남들이 만져보지 못한 디지털 기기들도 만질 수 있었고 96년 총파업 당시에는 민주방송국을 통해 한국 최초의 인터넷 방송도 했고요”라는 말에서 대학시절 임 동문의 활동이 영화감독이라는 현재 그의 길에 큰 도움이 됐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임 동문은 영화감독뿐만 아니라 학생운동도 펼친 운동권 기수 중 한명이다. 총파업 당시 숨진 황혜인 열사의 다큐 영화를 제작하고 ‘젊은 벗’이라는 대학생 진보 독립영화 연합에서 활발한 민주화 운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소수자의 열악한 현실을 제대로 알리려 다큐 영화의 길로 뛰어들었다는 그는 “그 당시의 경험은 저에게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을 줬던 것 같아요. 물론 완전한 진보적 가치관을 가졌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대학생 특유의 열정만큼은 남달랐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자신의 대학시절을 회상했다.

임 동문은 학교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남기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제가 운동권 선배들을 보면 항상 답답했어요. 다른 386세대들은 편한 길로 빠지고 변절했지만 선배들은 그러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지금 보면 그것이 성대인으로서의 자랑이자 후배들이 따라야 할 귀감이 아닌가 싶습니다. 타 대학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그런 우직함, 그걸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그가 말한 자랑스러운 선배들처럼 다큐 영화감독의 힘든 길을 우직하게 걷고 있는 임유철 동문. 그는 이미 ‘비상’의 날개를 활짝 편 아름다운 성대인으로서 아름다운 다큐 인생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