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사 자율 규제, 입시 코 앞에 두고 책임소재 불분명

기자명 윤다빈 기자 (ilovecorea@skku.edu)

올 상반기까지 마련하기로 했던 MB정부의 ‘본고사 자율 규제 방안’이 상반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대교협)의 무책임으로 표류하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인수위 시절부터 올바른 대입 제도 마련을 위한 ‘본고사 자율 규제 방안’을 내놓았다. 대학 연합 단체인 대교협에 권한을 넘김으로써 대학 입시의 자유와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확정 사안도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규제 권한을 대교협으로 넘김에 따라 학부모 및 수험생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구체적 시행령도 없이 업무 이관한 정부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는 정부의 부실한 제도 마련이 지적된다. 정부가 대교협으로 본고사 규제 권한을 이양해 그 책임에서 벗어났으면서도 정작 대교협에 실질적 권한은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대교협에게 위임된 권한은 본고사 위반 논란이 있을 경우 그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그 이행 여부를 공표하는 것에 그친다. 정작 본고사를 시행한 대학의 예산 지원 삭감과 같은  핵심적인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본고사 규제 권한 이양 법안’이 법제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보니 책임소재가 더욱 불분명하다는 사실. 여기에 실질적 본고사 규제책이었던 ‘논술 가이드라인’이 폐지됨에 따라 현재로서는 본고사의 개념이나 시행 범위조차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당장 2009학년도 입시를 앞두고 본고사 논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본고사의 개념과 규제 기관조차 결정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 대교협 이호섭 학사지원부장은 “정부고시로 국영수 위주의 필답고사가 규제되기는 하나 이 역시 제재 방안은 뚜렷하지 않다”며 실질적 조치가 마련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정부와 대교협 모두 책임의식 높여야
물론 대교협 역시 본고사 규제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대교협은 본고사 규제에 대한 법적 권한을 부여받은 후에도 명확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된다”는 대교협의 공식입장은 이를 잘 드러내준다. 이에 대해 이 학사지원부장은 “입시가 대학 자율에 맡겨진 만큼 대교협이 일일이 간섭할 수는 없다”고 밝혀 앞으로도 대교협이 본고사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

설령 대교협이 본고사에 대한 규정을 마련한다 해도 공정한 논의가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대교협이 대학 총장들이 모인 연합으로서의 특성을 갖기 때문에 대교협의 주장이 어떤 식으로든 대학 측의 입장을 강하게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현재 제기되는 문제를 두고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정부의 명확한 책임소재 규정과 대교협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요청하고 있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의 김정명신 공동대표는 “앞으로 다가올 입시에서 지금처럼 서로 책임만 미룬다면 본고사가 암암리에 시행되는 등 파행이 예상된다”며 “지금이라도 본고사에 대한 책임의 주체를 명확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입시 경쟁과 대학 자율화의 물결 속에서 본고사에 대한 확실한 규제를 약속했던 이명박 정부. 그러나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오히려 학생들과 학부모의 심리적ㆍ경제적 부담을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09학년도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