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마련 착수… 책임 주체 공동 노력 필요

기자명 이종성 기자 (indant@skku.edu)

“강사도 선생이다. 교원법적지위 부여하라”, “선생도 사람이다. 선생답게 대우하라”, “신성한 학교에서 비정규직 철폐하자”

지난 14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대학 시간강사들이 교육과학기술부(이하:교과부) 후문에 모여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 및 교원의 법적 지위 회복을 외쳤다. 특히 이들은 교원의 법적 지위가 없어 학생들의 축하와 감사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스승의 날을 정부에 시간강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계기로 삼았다.

당사자 의견 수렴 미흡한 정부 방안

이에 앞서 지난 8일부터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고건, 이하:사통위)에서 시간강사 대책 마련을 위한 소위원회(위원장:고형일 교수ㆍ전남대 교육)를 구성해 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위원회는 박사학위 소지자로 주당 12시간 이상 강의를 하고 있는 5년 이상 경력의 시간강사 처우를 우선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 두 차례 회의를 거치는 동안 시간 강사를 강좌 교수, 기간제 교수, 혹은 계약제 교수로 바꿔 방학 때 월급을 지급하고, 4대 보험 혜택을 주자는 방안이 논의됐다.

정부가 시간강사 문제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현 단계에서는 학교와 시간강사 모두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학교 측은 정부가 시간강사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 학교 교무팀(팀장:오시택) 이경훈 차장은 “정부가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전혀 지원하지 않고 학교에 책임을 전가하면 오히려 등록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어 학생들에게 더 부담이 될 것”이라며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함을 피력했다. 강사 사회에서는 사통위가 내놓는 대안들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통위가 현재 논의하는 내용들이 시간강사의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 회복은 포함하지 않고 처우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학교와 강사 측의 요구사항들은 사통위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열악한 처우와 애매한 지위 속 시간강사

시간강사의 강사료는 주당 강의시간에 비례해 지급되는데, 지난 달 30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교의 시간당 평균 강사료는 3만6천4백 원으로 나타났다. 1주일에 9학점을 강의했을 때 시간강사가 받는 한 학기 급여는 5백24만 원(36,400원×9시간×16주)이 조금 넘는다. 방학 때는 급여가 지급되지 않고, 4대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해 평균 월급은 87만 원(5백24만 원÷6개월) 정도다. 올해 4인 가족 월 최저생계비인 1백36만 원에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다. 우리 학교의 강사료는 5만 6천 원으로 타교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지만, 주당 9시간 이상 강의를 맡을 수 없기 때문에 강사들이 상대적으로 강사료 수준이 낮은 타교로도 출강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간강사는 “성균관대학교와 타교 한 곳에 출강하고 있는데, 강의 준비 시간에 이동 시간 및 비용까지 제하면 월 평균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기엔 빠듯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강사료 외에도 시간강사를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 확충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무팀에서는 시간강사를 위한 연구실, 휴게실 등 공간 마련과 각종 소모품 지원 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정규교수노조 우리 학교 분회장인 임성윤 강사는 “강사가 강의 외에 연구까지 하기에 성대의 현 연구 공간은 불충분하다”며 연구 공간 확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같이 시간강사의 처우가 열악한 이유로 강사 사회에서는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가 갖춰지지 않은 현실 상황을 제시한다. 『비정규 교수, 벼랑 끝 32년(2009)』의 저자 김동애 씨는 책 속에서 “1977년 유신 정권이 체제에 저항하는 지식인들을 제도권 교육에서 배제하고자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를 박탈한 것이 아직까지 개정되지 않아 현재의 시간강사 문제까지 전해져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현재의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어 문제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는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 회복에 관한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교무팀 이경훈 차장은 “학교에서도 시간강사의 열악한 상황을 인식하고, 처우 개선을 위해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대한 적극적으로 지원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비정규교수노조 우리 학교 임성윤 분회장은 “올해는 어려운 상황을 감수하고라도 강사들의 임금단체협상에서 강사료를 5% 자진 삭감해 제자들의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며 “이를 통해 낮아진 강사들의 지위를 제고하고 역할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간강사의 처우 및 지위와 관련된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고 그 상황이 심각한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학교와 강사 모두의 개선 의지가 뒤따라야할 것으로 보인다.

▲호암관 7층 비정규교수노조 사무실. 올해 우리 학교 분회는 강사료 5%를 자진 삭감하기로 결
정했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