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ㆍ생산자 입장 각각 설명할 수 있어

기자명 이성준 기자 (ssjj515@skku.edu)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자아’는 중요하다. 자아를 통해 인간은 정체성을 확립하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 특히 개인의 의사와 권리가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 자아는 그 가치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도 이 같은 현실이 반영돼 에고노믹스(Egonomics)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에고노믹스란 자아를 뜻하는 Ego와 정책을 뜻하는 nomics가 혼합돼 생긴 말로, ‘자아’를 중심으로 한 전반적인 경제활동을 말한다. 이는 소비자와 생산자 두 집단에서 관찰되는데, 소비자 측면에서는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요구하는 등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반면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자아를 통해 기업을 유지하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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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주권 성장
앞서 설명한대로 소비자들은 에고노믹스를 통해 상품에 자신의 자아를 투영한다. 즉 제품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거나 제품을 자신에게 맞도록 요구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제품과 용역을 판매하는 기업에서는 이에 맞춰 행동한다. 21C 경제학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보이고 특별하게 취급받고 싶어 하는 개인의 특징 때문에 에고노믹스가 탄생했다”며 이의 탄생 원인을 설명했다.

소비자가 에고노믹스를 실현할 수 있게 된 배경으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꼽을 수 있다. 지구촌 어떤 사람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서자 개인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런 움직임을 포착해 기업에서는 미니홈피나 트위터, 미투데이 등의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는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간단한 방법으로 남과 다른 나를 충분히 호소할 수 있게 한 이 같은 서비스는 현대 사회의 트렌드를 잘 읽어낸 유형으로 손꼽힌다. 또 어떤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사고 싶은 제품을 인터넷 상에서 한 자리에 모아 볼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재화의 특수성이 사라지게 됐고, 자연적으로 소수를 위한 상품이나 주문제작한 물건의 증가를 불러왔다. 대량으로 기업에서 제품을 만들면 소비자가 수동적으로 구입하던 기존의 상황이 개개인의 자아에 따라 정반대로 흘러가게 됐다.

점차 개인화돼가는 풍토 또한 에고노믹스가 넓게 나타나는 다른 원인이 된다. 과거 개인이 전자제품을 구입할 때는 자신의 의사는 물론 가족구성원들의 의견도 고려됐다. 가격이 높은 전자기기는 개인 혼자만 쓰는 것이 아니라 가족 대부분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개인은 출퇴근 시간에 버스 및 지하철에서 자신만의 전자제품을 사용한다. 또 비디오게임기를 구매할 때도 지난날에는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기기를 구입했으나, 최근에는 혼자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휴대용 기기를 선택한다. 따라서 제품을 생산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내놓기보다는 각각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판매한다. 이밖에도 △보험 △신용카드 △금융상품 등의 각종 분야에서도 서로 다른 개인을 위한 아이템들을 마련해가고 있다.
즉 경제활동에서 자아가 중시됨에 따라 소비자 주권이 확장되고 또 프로슈머의 역할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기업 생존의 전략
소비자에게서 자아가 자신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생산자에게는 생존과 직결되는 특징이 있다. 회사의 경영자 및 회사를 운영하는 자는 자신과 직원들의 자아는 물론 회사 자체의 자아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 자아들이 알맞게 구현되고 발전해나갈 때 기업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발전적인 의견을 주고받는 문화를 위해 경영자는 개방적 태도를 지녀야 한다. 방어적으로 대하게 되면 직원들은 경영자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하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회사의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은 절대 자아가 패배하거나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다. 열린 자세로 구성원들의 신뢰,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미국의 경제 컨설턴트 데이비드 마컴은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폐쇄적인 자아를 갖기 쉽다”며 “보다 자아를 개방해 많은 충고를 수용해 기업을 위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자아가 중요한 만큼 직원들의 자아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발전적인 이야기를 진행할 때, 직원들끼리도 그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회사 자체의 에고 역시 중요한 요소로 언급된다. 단순히 기업을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고자 운영한다면 회사는 단순히 타 기업과 싸우는 일에만 몰두하게 된다. 시장의 흐름을 바로 파악해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남을 따라하거나 무리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회사 운영의 중점을 경쟁이 아닌, 회사가 갖는 정체성의 개발에 둘 때 회사는 발전할 수 있다. 기업은 자신만의 색깔을 통해 남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고 이는 지속적으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남과 경쟁하기 위해 일하기보단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창의력에 집중하라”고 한 연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외부와 경쟁하려 하는 순간부터 그 기업은 정체성을 잃게 되며 타 기업에 끌려 다니는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중요한 점은 경영자 혼자 이러한 생각을 갖는 데서 끝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회사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자회사만의 색깔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생산자에게 에고노믹스란 위대한 리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에고노믹스를 통해 경영자는 물론 구성원까지 정체성을 회사에 응용해야 생산자로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봤을 때 경제활동에 에고, 즉 자아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낸다. 소비자에게는 그들의 주권과 바라는 바를 보장해주며, 생산자에게는 회사를 바로 운영할 수 있는 원리를 제공해준다. 일각에서는 에고노믹스가 측정 불가능한 자아 개념을 통해 무리하게 경제상황을 설명하고 있다며 비판하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고노믹스가 주목받는 것은 개인주의가 확대되고 있는 사회적 상황과 개인이 중시되고 있는 경제상황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