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신) 쓰레기 활용법

기자명 정송이 기자 (song@skkuw.com)

쓰레기. 돌고 돈다. 새 모습으로 탈바꿈해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쓰레기라고?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쓰레기에서 쓰레기의 면모가 보이지 않는다. 놀라운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돌아온 쓰레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강연호 제공

리사이클+디자인=리자인
유행을 선도하다

리사이클(Recycle)과 디자인(Design)의 합작, 리자인(Resign)은 낡은 천막이나 폐타이어 같은 쓰레기에 창의력을 가미해 만든 제품을 뜻한다. 주재료는 폐기물이고 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단순화해 만들어 환경오염을 최소화한다. 이미 전 세계에 걸쳐 리자인 제품들이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다.
그 중 스위스의 프라이탁(Freitag)는 헌 트럭 천막을 이용해 핸드백을 만들었다. 몸통은 방수천 재질로, 어깨끈은 자동차 안전벨트와 폐자전거 튜브를 사용했다. 재료만 보면 볼품없는 핸드백이 떠오른다. 하지만 천만에. 화려한 색상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스위스 젊은이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 작년 한 해에만 20만 개가 팔렸고, 현재 전 세계 3백 50개의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고 하니, 쓰레기를 얕잡아 봐선 안 될 일이다.
대만 방직산업연맹은 페트병에서 추출한 섬유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유니폼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니폼은 △네덜란드 △브라질 △한국 등 9개국 대표팀 선수의 몸에 안착했다. 대만에서 회수된 페트병 1만 3천 개가 유니폼 제작에 사용됐다. 기존 옷감보다 13% 가볍고 신축성도 10% 가량 좋다고 하니, ‘국가대표급 쓰레기’라고 할 수 있겠다.

예술, 쓰레기를 넘보다
사람의 손을 거쳐 생겨나던 쓰레기가 다시 사람의 손으로 예술작품이 된다. 정크아트(Junk Art)는 일상생활에서 나온 폐품이나 잡동사니를 소재로 제작한 예술작품이다. 예술작품이라는 이름 속에 화려하고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미술과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현대도시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 있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부서진 자동차 부품을 이용한 존 체임벌린(John Chamberlain), 금속이나 나무를 이용해 거대한 건축물을 만드는 수베로(Suvero)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크아트는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았다. 정크아트 공모전이 심심찮게 열리기도 하고 충북 음성군에는 정크아트 갤러리도 있다.

“쓰레기가 아니고, 작품의 재료죠”
폐품을 활용해 장난감을 만드는 블로거 강연호 씨. 닉네임 ‘토이파파’로 불리는 그의 손을 거치면 요구르트병, 신문지같은 물건들도 △스머프 △토토로 △짱구처럼 귀여운 인형으로 변한다. 그는 폐품을 작품의 재료라 칭한다. “폐품을 쓸모없다고 버리는 순간 쓰레기가 된다”고 말하는 그는 쓸모를 다한 물품들로 얼마든지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버려지던 것에 불과한 폐품이 그를 만나면 아이들의 웃음으로 바뀐다.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아무렇지 않게 기억에서 지워진다. 손을 떠나는 그 순간부터 쓰레기의 변화가 시작된다. 나뉘고 잘리고 다듬어지고… 새로운 모습을 위해 반복되는 ‘담금질’로 매무새를 정돈하는 쓰레기. 이 과정의 무한 반복으로 쓰레기는 여태껏 그렇게 평생을 여행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