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업체 거의 없어… 15시간 미만 고용·시급 낮추기로 회피

기자명 권정현 기자 (kwon@skkuw.com)

주휴수당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근로기준법에 분명히 명시된 법적 권리지만 주변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 중 이를 받고 있는 친구는 거의 없는 듯하다. 왜 우리는 주휴수당에 대해 알지도, 이를 받지도 못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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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라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유급휴일에 주는 수당이다. 쉽게 말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했고 약속한 근무 일수를 모두 채웠으면 하루의 유급휴가를 지급해야 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주 2회 8시간씩 근무를 한다면 주당 16시간의 근무를 하는 셈이므로 주휴수당 적용 대상이 돼 하루치 임금을 더 받아야 한다. 이때 하루치 임금은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계산되므로 주당 임금의 5분의 1을 더 받으면 된다. 주휴수당은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해 정규직, 비정규직 등 고용형태에 상관없이 누구나 적용대상이 된다. 덧붙여 3년 소급적용이 가능해 이미 일을 그만둔 근로자도 3년 내의 주휴수당을 받을 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

주휴수당 지급하는 경우 드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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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휴수당은 대부분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이 지난 7월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커피빈 △할리스를 비롯한 주요 커피전문점 7개 브랜드 2백51개 지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휴수당 지급 비율은 11.5%에 그쳤다. 전국 2백여 개 매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커피빈은 주휴수당을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뒤이어 카페베네와 탐앤탐스는 각각 주휴수당 미지급 비율이 조사 지점의 91%, 90%에 달했다.
청년유니온의 실태조사와 법적 고소 조치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몇몇 업체에서는 이를 시정하고 나섰다. 카페베네는 주휴수당 미지급 건을 고소 받은 뒤 3년 이내에 퇴사한 직원의 주휴수당까지 모두 지급했고 지점마다 주휴수당 지급 교육을 했다. 전체 매장이 직영으로 운영되는 커피빈은 본사에서 5억 원 정도의 주휴수당을 일괄 지급했다.
그러나 대형 커피전문점들은 이를 일시적인 방편으로만 활용하고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쓰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생을 주 15시간미만으로 고용하거나 이전보다 더 낮은 임금으로 고용했다. 청년유니온 조금득 사무국장은 “예전에는 커피전문점은 (타업종에 비해) 그래도 시급이 높은 편이었는데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대신 최저임금을 주는 식으로 인건비를 줄인다”며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갖가지 꼼수를 부려가며 부당하게 고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학교 근처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허일영(인과계열11) 학우의 경우 근로계약을 할 때 업체 측에서 먼저 주휴수당에 대해 알려줬으나 유급휴일의 개념으로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시급을 최저시급보다 높은 5천1백 원을 주는 식으로 계약했다고 한다. 주휴수당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급을 약간 높이는 식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근로자의 자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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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관리감독 필요
이처럼 주휴수당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기업에서 직접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에서 주휴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데는 본사의 고의적인 회피가 가장 큰 이유다. 몇몇 업체에서는 주 40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만 주휴수당을 지급하거나 정규직 직원에게만 지급하는 식으로 법을 지키지 않았다. 또한 이에 못지않게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 주휴수당 관련법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직영이 아니라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에는 각 지점에서 임금을 결정하고 지급해야 하는데 가맹점주가 주휴수당 관련법을 몰라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주휴수당을 지급받아야 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이를 잘 몰라서 지급받지 못하곤 한다. 한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아름(인과계열11) 학우는 “주휴수당에 대해 아예 처음 들었다”며 “관련 부처에서 나서서 근로자와 고용주에게 이를 알리고 감독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주휴수당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신 학우는 업체 측에 주휴수당을 달라고 요구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아람(경영11) 학우도 주휴수당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더 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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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고용노동부의 미흡한 관리 감독도 주휴수당 미지급을 심화시켰다. 고용노동부는 그간 최저임금 지급 실태를 조사한 적은 몇 차례 있지만 주휴수당 미지급 문제가 화두가 되기 전까지는 이에 대해 감독을 한 적이 없었다.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과 이상곤 감독관은 지난 9월에 7개 브랜드 1백37개 지점을 대상으로 주휴수당 지급여부를 조사했고 미지급 업체는 오는 11월 말까지 주휴수당을 자체 지급하고 결과를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려고 고용시간을 줄이는 업체에 대해서는 다른 법적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년유니온 조 사무국장은 “고용노동부에서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기업의 자율적 문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소규모 업체에도 문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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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휴수당 미지급 문제는 커피전문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이므로 다른 고용업체도 이를 지켜야 한다. 조 사무국장은 “(대기업보다) 소규모 업체에서는 더 심각하다”며 “대기업은 브랜드이미지 때문에라도 신경을 쓰는 편이지만 소규모 업체는 노동법 자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지 못하고 알아도 챙겨줄 형편이 안된다”고 말했다. 노동위원회의 중재로 주휴수당을 받아낸 김민수 씨는 “(근로기준법이 1953년 제정된 이후로) 60년간 죽어있던 법인만큼 빠른 시일 내에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 점차 알려져 가고 있는 단계인 만큼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