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재원 기자 (cjjjaewon@skkuw.com)

실천 통한 인격향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동양철학

발전 위해선 학문후속세대 양성과 현대화가 중요해

‘仁義禮智(인의예지).’ 우리 학교의 교시이자 유교의 근본정신이다. 우리 학교는 유교 사상에 근거해 교육지침과 이념을 정하고 유학동양학과를 운영하는 등 유교를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유학을 비롯한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고 있다. 동양철학의 개념과 현대에 동양철학이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인격 수양을 목표로 하는 동양철학
동양철학은 문자 그대로 동양 지역 중심의 철학을 뜻한다. 동양철학의 범위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지만, 주로 중국철학이 중심이 된다. 이 밖에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다른 유교·한자 문화권의 철학도 포함된다. 불교·힌두교가 핵심인 인도의 종교철학도 동양철학으로 볼 수 있다.

유교, 불교 등의 사상은 고대부터 존재해 왔으나, 동양철학이라는 명칭은 동아시아가 근대화되던 19세기 말 탄생했다. 서양에 전통적으로 존재했던 학문인 ‘철학’에 서양과 구분하기 위한 ‘동양’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우리 학교 유학동양학과 윤석민 교수는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은 모두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 인간과 사회, 인간과 자연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영남대 철학과 최재목 교수는 “서양철학은 이원론이 중심이고 동양철학은 일체론이 중심”이라며 “서양철학이 인간과 자연을 분리해 분석적으로 본다면 동양철학은 직관적이고 통합적으로 물체를 바라본다”고 전했다. 이어 “동양철학은 관계를 통해 인간을 규정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동양철학에서는 *삼강오륜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동양철학은 도를 단순히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체득해 자신의 인격을 향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이처럼 보편적 진리의 탐구뿐만 아니라 실천도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이 동양철학만의 특징이다.

인사캠 퇴계인문관 4층에 위치한 동양철학·문화연구소의 모습.사진 | 최재원 기자 cjjjaewon@skkuw.com
인사캠 퇴계인문관 4층에 위치한 동양철학·문화연구소의 모습.사진 | 최재원 기자 cjjjaewon@skkuw.com


동양철학의 연구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
동양철학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윤리 규범으로 기능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윤리는 동양철학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다. 윤 교수는 “충이나 효 같은 윤리적 가치는 문맥의 차이로 인해 영어로 정확히 개념화할 수 없다”며 “동아시아사의 전통 문맥 속에서 이해해야 완벽한 개념화가 가능하고 단어의 윤리적 함의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즉 동양철학에서만 배울 수 있는 우리의 전통적 개념들이 있으며 이는 동양철학의 연구와 발전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윤 교수는 “대학원 전공자의 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동양철학뿐만 아니라 철학 전체의 문제”라며 “대다수 대학의 철학과가 위축됐기 때문에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국내 대학 철학과의 수는 80개에서 60개로 감소했다. 곽나경(인과계열 23) 학우는 “유학동양학과가 우리 학교에만 있고 특색있는 학문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갔지만, 취업할 때 전공을 살려 직장을 얻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어 진입이 고민된다”고 전했다.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
교육부는 학문후속세대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월 학술연구지원사업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구하도록 지원되는 예산은 지난해 582억 원에서 952억 원으로 확대됐다. 우리 학교 유학대학 내에서도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우리 학교 유학동양학과 신정근 교수는 “유학대학은 대학의 자체적인 지원과 함께 정부재정지원사업을 꾸준히 수주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자체와 연합해 학문후속세대 문제를 풀 수 있는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학우들 또한 동양철학에 대해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윤 교수는 “졸업 이후 2~3년까지의 취업률을 비교해 보면 철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다른 인문학·상경 분야를 졸업한 학생과 비슷한 취업률을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철학은 전체의 가치를 판단해 새로운 시각에서 전체를 바라보게 해 기획력과 창의성도 높인다”며 “이는 기업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이기에 취업 준비 과정에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양철학, 유구한 가치의 전승을 위해
동양철학의 발전과 학문후속세대 양성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동양철학이 발전해 경쟁력을 가져야 학문후속세대가 증가할 수 있고 이는 다양한 의제 발굴 등에 기여해 동양철학 발전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양철학에는 현대에 사상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과거부터 존재했다. 동양철학이 발전하려면 이러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신 교수는 “모든 철학은 시대와 호흡하며 방향과 가치를 정립한다”며 “동양철학의 현대화는 철학이 가진 특성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료 수집, 의제 발굴 등 동양철학의 기초작업이 잘 이뤄져야 다른 분야에서 제기하지 못하는 독특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동양철학은 다양한 현대 사회 문제에 대한 연구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윤 교수는 “최근의 철학은 AI 시대의 인간 존재와 윤리 문제 등을 다루면서 현대에 발맞추고 있다”며 “현대인들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철학 치료, 철학 상담이라는 분야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또한 동양철학 분야의 연구자들은 과거 철학자들의 사상에서 현대적 의의를 발견해 내 동양철학의 현대화에 기여하고 있다. 윤 교수는 “지금까지 동양철학이 사회의 발전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를 쫓아가며 해결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사회를 이끌 가치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동아시아 전통 속 가치를 중심으로 과학 문명을 이끌어가는 지향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강오륜= 유교에서 기본이 되는 도덕 지침으로, 세 가지의 강령과 다섯 가지의 인륜을 뜻한다.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부부 간의 도리를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