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신혜 기자 (iriskim053@naver.com)

부실한 대학부설연구소에 대한 정부의 지원 필요 

혁신연구센터와 램프사업을 통해 활성화하고자 

대학은 학문 간의 융합과 응용 방안을 탐색해 과학기술의 근원이 되는 공간이다. 대학부설연구소는 대학이 지식 탐구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대학 내 기관이다. 그러나 대학부설연구소 중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도 존재한다. 대학부설연구소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대응과 대학부설연구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대학의 연구기능을 활성화하는 대학부설연구소 
대학부설연구소는 대학이 운영하는 연구소로, 학과나 학부 상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학제 간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한다. 대학부설연구소의 연구 활동은 기업과 협업을 통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대학부설연구소는 학과나 학부에서는 진행하기 어려운 연구를 전문 연구 인력을 통해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민간 연구소와 차별화된다”고 전했다. 또한 대학부설연구소는 학생들도 연구원에 포함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실험ˑ실습을 통해 연구의 기초에 입문하고, 대학원 학위 과정을 통해 전문 연구자로 성장해 나갈 수 있게 한다.

실제로 대학부설연구소는 대학의 연구기능을 활성화하며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고려대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 이우균 원장은 “최근 한국연구재단의 대학중점연구소로 지정돼 다른 국내·외 연구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며 “기후·환경 분야 문제 해결을 위한 생태계 물질순환 연구 등 타 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 제기되는 국제 이슈에 대응하며 연구와 사회 공헌 측면에서 눈여겨 볼만한 성과를 축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려대 융합소프트웨어연구소 유혁 소장은 “대학원이 학문후속세대를 길러내는 인재 양성에 집중한다면 대학부설연구소는 학위 이후 과정에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돼 대학 내 지식 생산에 기여한다”며 대학부설연구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술행사와 전임연구원이 부재한 대학부설연구소도 많아
대학부설연구소 중에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도 있다. 임 연구원은 “대학교육연구소에서 2019년 연구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구 여건과 연구 실적 등이 미흡한 부설연구소가 난립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학알리미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공계 대학부설연구소 2,816개 중 78.3%가 학술행사를 개최하지 않았다. 학술행사는 학문의 이론이나 기술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연구하는 행사로, 이를 개최하는 것은 연구소의 중요한 역할이다. 학술행사는 국제학술대회와 국내학술대회가 있으며, 이 둘은 모두 부설연구소에서 단독 또는 타 학술단체와 공동으로 주관해 개최하는 학술대회다. 이 밖에도 학술행사는 소규모 세미나나 전문가 초청 강연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학술행사가 자주 진행돼 연구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임연구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전임연구원은 전임교원 및 행정직을 제외하고 오롯이 연구를 위해 채용된 연구원이다. 하지만 대학교육연구소의 분석 결과 전임연구원이 0명인 연구소도 전체의 77.9%인 2,194개로 나타났다. 유 소장은 “대학부설연구소는 연구 주제를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임연구원은 학부, 학과, 전공과 무관하게 연구소에 소속될 수 있다”며 “전임연구원의 수가 많아야 대학부설연구소가 여러 전공의 연구원들이 모여 함께 문제를 푸는 지식의 창구로 거듭날 수 있다”고 전했다.

부실 연구소가 난립하게 된 또 다른 원인으로는 연구 본연의 목적 외에 다른 목적으로 설립된 연구소가 많다는 점이 있다. 임 연구원은 “부족한 연구비를 확보하거나 학술대회에서 연구 논문을 발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연구소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연구 인력을 길러내기 위한 정부와 대학의 대응은?
대학부설연구소의 효율적인 연구추진을 위해서는 연구비 지원도 중요하지만 인력·시설장비 등의 연구 시스템도 필요하다. 특히 대학이 주도해 공동 연구체계를 활성화하고 우수 인력을 적극 유입할 때 대학 내 도전적·혁신적 연구가 가능해진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대학에 혁신연구센터(이하 IRC)를 선정하고 매년 연구비를 최대 50억 원씩 10년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RC는 각 대학의 대학부설연구소가 각자 특화된 분야의 연구역량과 인적자원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고 대학을 세계적인 연구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사업이다. 국가는 IRC를 통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차세대 원자력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연구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램프사업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램프사업은 과제 중심의 연구 지원에서 벗어나 대학이 연구소를 전반적으로 관리·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고 다양한 전공의 신진 연구 인력이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램프사업에 지정된 대학은 △수리·통계과학 △원자과학 △천체·입자·우주과학 등 기초과학 10개 분야 중 한 분야를 선택해 해당 분야의 공동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올해 지원 규모는 대학 8개교에 총 160억 원으로 1개교 당 20억 원이 지원된다. 또한 현재 부실 연구소는 비수도권 소재 대학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 6개교는 비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선정될 예정이다. 

대학부설연구소는 지원 체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발전될 때 세계적인 연구소로 발돋움할 수 있다. 유 소장은 “앞으로 대학부설연구소는 과학 연구 현장의 핵심인 연구 역량을 갖춘 젊은 연구자들을 적극 유입해야 한다”며 “다양한 연구를 함께 진행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연구소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교육부의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에 선정된 우리 학교 약학대 글로벌신약연구소. 사진| 강현 기자 hyuny22@skkuw.com
지난해 교육부의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에 선정된 우리 학교 약학대 글로벌신약연구소.
사진| 강현 기자 hyuny22@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