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대구인이요.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항상 덧붙이는 말이다. 대구에서 태어나고 대구에서 쭉 살았음에도 나를 완전한 대구인으로 소개할 수 없는 건 고등학교 3년을 안동에서, 대학교를 서울에서 진학 중인 탓이다. 완전한 사투리도, 완전한 서울말도 구사할 수 없는 난 현재 이도저도 아닌 제3의 언어를 구사 중이다. 상경한 지방 사람들의 특징처럼 나 역시 사투리를 남들에 비해 안 쓰는 편이라는 알량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그치만 한편으론 사투리가 언젠가 완전히 사라지게 될 미래를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도 들기도 한다.준(準). 어떤 명사
나는 늘 오늘보다 내일의, 내일보다 내년의, 내년보다 10년 후의 내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어쩌면 아-주 막연한 기대를 품고 살아왔다. 이런 막연함은 만족하지 못한 하루를 보낸 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들었고, 현재의 나 자신에 대한 부정으로 다가왔다.그래서였을까, 분명 남들과 다르지 않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자꾸만 내가 부족해보였고 아직도 갓 고등학생 티를 벗은 어린 아이 같았다.별안간 신문사에 지원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막연함이 꿈꾸는 나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지금보단 나은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어느덧 2년. 하루하루에 충실하며 게으르게 살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캘린더 앱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하루 할 일을 마치면 미래를 걱정할 새도 없이 잠에 들었다. 그러나 9월의 어느 날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게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할 일을 한없이 미루다가 후회하고 자책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고, 다이어리엔 매일을 반성한 감상은 찾아볼 수 없고 시간대별로 빼곡한 스케줄에 죽죽 줄이 그어져 있어 지저분할 뿐이었다.성대신문에 지원한 것은
하필(何必). 달리 하거나 달리 되지 않고 어찌하여 꼭. 하필이면.개강 직후 떠난 일본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하필이면 킹고 m 알림이 떴다. 23-2 성대신문 추가수습 모집 마지막 날이라는 알림이었다. 평소 알림을 대충 보는 나인데 하필이면 그날따라 그 알림이 눈에 들어왔다. 공항버스에서 돌아오는 내내 성대신문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급하게 지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떨어질 게 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열심히 지원서를 작성했다. ‘이번에 떨어져도 3월에 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생각 하나로 지원서를 제출하고 논술 시
부문별 3명씩 총 12명 상장 및 장학금 수여 수상자 각자의 기쁨과 포부가 담긴 수상소감 지난달 19일 퇴계인문관 4층 첨단e+강의실(31406호)에서 제56회 성대문학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중복 제외 180명의 학우 및 원우가 제56회 성대문학상 공모전에 지원했으며 총 378편의 작품들이 출품됐다. 성대문학상은 △시 △소설 △평론 △희곡 및 시나리오 부문으로 구성되며, 이번 공모전에는 부문별로 △최우수상 △우수상 △가작 한 작품씩 총 12개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시상식에는 올해 심사위원장을 역임한 안대회 문과대학장을 비롯
공통 공약은 높은 이행률 보여 임기는 종료됐으나 이행 예정인 공약 존재해제55대 총학생회 SKKUP(인사캠 회장 조준범, 자과캠 회장 박근아, 이하 스쿱)의 임기가 지난달 종료됐다. 이에 본지는 지난 중간공약점검(본지 1712호 ‘임기 절반에 다다른 스쿱, 공약 이행률은 절반에 못 미쳐’ 참조)에 이어 스쿱 양 캠퍼스의 공통 공약 이행 여부를 최종적으로 점검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캠퍼스별 맞춤 공약을 살펴봤다.소통지난 학기, 학생사회 내부의 소통 증진에 집중했던 스쿱은 이번 학기에는 성균인 네트워크의 확장을 위해 동문과 재학생
인사캠 스쿱 공약 이행률 약 84%오프라인 환경 개선 공약에 집중해제55대 인사캠 총학생회 SKKUP(회장 조준범, 이하 스쿱)은 인사캠 맞춤 공약으로 △게시판 개선 △오프라인 환경 개선 △학교 이동수단 개선 △학생 복지 지원 △학업을 제시했다. 인사캠 스쿱은 오프라인 환경 개선, 학생 복지 지원 공약은 전부 이행했으나 학교 이동수단 개선, 학업 공약의 이행에서는 난항을 겪었다. 게시판 활용 공약 일부 이행돼게시판 활용 공약은 일부 이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인사캠 스쿱은 지난 학기에 금잔디 광장 입구에 에이 보드를 설치해 금잔디 문
제56대 자과캠 총학생회 당선 인터뷰 학우 개개인에 집중한 사업 추진할 예정공식 온라인 굿즈샵 통해 브랜딩 일관성 키울 것학우들에게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정영기(이하 정): 안녕하세요. 제56대 총학생회(이하 총학) SURE!(이하 슈어) 자과캠 회장 수학과 18학번 정영기입니다.▶이현진(이하 이): 안녕하세요. 제56대 총학 슈어 자과캠 부회장 건축학과 20학번 이현진입니다.당선 소감 한마디 부탁드린다.▶정: 최근 6년 중에 가장 높은 찬성률을 기록하며 당선됐다. 많은 학우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만큼 더욱 뜻깊다고 생각한다. 학
성균관을 굴리는 유생들 - 통계학과 학생회 STAble 정지원(통계 21) 회장학우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고파 학생회장에 지원해 임기 동안의 사업 보고서를 차기 학생회에 전달해 도움주고자어느덧 영하의 날씨로 접어든 지난달 28일, 통계학과 학생회 STAble의 정지원(통계 21) 회장을 만났다. 정 회장의 환한 웃음과 자신감 넘치는 답변에서 통계학과를 향한 그의 뜨거운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통계학과 학생회 STAble을 소개해 달라.STAble은 통계학과를 지칭하는 약자인 STA와 ‘안정된’이라는 의미를 지닌 영어단어 stabl
이 시를 처음 떠올렸던 때에도, 수상 소식을 알게 된 지금에도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다행이었습니다. ‘좋은 시란 뭘까…?’ 침을 꼴깍 삼키면서도 시 쓰는 일을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는 것에 안심했죠. 문학이나 창작을 전공으로 배우지 않다 보니, 시를 쓰는 마음 한편에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늘 간절했습니다. 이 시를 썼을 무렵에는 친구들과 창작 모임을 만들어 매주 작업물을 공유했습니다. 그때마다 한 주치의 ‘시 써도 좋아!’ 마음을 획득했죠. ᅠ지금은 잠시 휴학하고 혜화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언젠가 사진관을 정리한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23학번 인문과학계열 20살 김혁진입니다. 우선 최우수상이라는 큰 상을 주신 성대신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동물아이’는 저에게 소중한 작품입니다. 자존감이 낮았던 시기, 제 세상을 담아낸 첫 작품이 많은 칭찬과 인정을 받게 되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 삶에 활력이 다시금 불었습니다. 또한 평소 부모님과의 사이가 가까워 표현 가능했던 ‘감정 묘사’와 의도치 않았던 ‘남매 설정’ 등 ‘동물아이’에는 제 삶이 많이 녹아있어 더욱 소중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성대한 상도 받게 해줬으니 더 소중해질 것 같
여성이지만 ‘여성’이 아닌 나를 해명하는 일에 집중합니다.이따금 망설였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별것 없는 글일 뿐인데, 비워 둔 문장 틈새에서 혹 미약하고 부족한 사유가 들키지는 않을까 여전히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변명의 자리를 마련해 주셨으니 덧붙입니다. 앞으로 더 깊이 공부하고 더 많이 고민하고 더 크게 변화할 테니 부디 너른 양해 부탁드린다고요.어리고 우스운 고백이지만, 여자와 나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일은, 어쩌면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인 것 같습니다. 저를 설명하려면 우선 제가 어떤 여자인지부터 정의해야
“마음에 털끝만한 의심도 없다면 무엇이든 다 이루어지리라.”한 절의 스님이 어린아이에게 물에 젖어 거꾸로 엎어 놓은 옹기를 바로 놓으라고 한 다음 날, 그릇들은 모두 겉과 속이 뒤바뀐 채 뒤집혀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뒤집힐 리 없던 그릇의 겉과 속이 바뀔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아이의 털끝만한 의심도 없던 ‘순수함’이 가진 힘 덕분이었다는 이야기의 결말은 처음으로 이야기를 접했던 중학교 국어 수업 때부터 지금까지도 이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한 때 글 속의 아이 소운처럼 열렬한 순수함으로 가득 찬 하
언어화하지 못하는 마음들을 쌓아둔다. 세상의 문법으로는 도통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려 하면 안 되는 일을 마주할 때가 특히 그렇다. 그럴 때마다 나는 병적으로 무언가를 끄적였다. 이번 여름 자연과학캠퍼스를 가득 채운 나무들이 내뿜는 초록을 보고 ‘능금’을 썼다. 싱그러움에 매료되어 내 전부를 걸고 싶었다. 이 병적인 끄적임에 이름이 붙어 과분한 상을 받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하고 싶지 않을 때 시를 쓴다’는 문장을 본 적이 있다. 글쎄, 들키고 싶지는 않은데 누군가는 꼭 알아줬으면 하는 묘한 바람을 담아 모호한 글을 썼던
단편 는 마감을 두고 ‘완성한’ 저의 첫 번째 소설입니다. 또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첫 번째 글이기도 합니다. 소설 작법에 문외한이라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습작에 가까운 어설픈 글로 수상을 하게 되어 부끄럽습니다. 구성도, 밀도도, 두루 설익은 날 것의 글을 인내심 있게 읽어주시고 평가를 해주셨다니 송구스러운 마음과 동시에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읽는 사람은 죽기 전에 천 번을 산다’는 말이 있지요. 저는 쓰면서도 다른 이의 삶을 경험합니다. 이번 글은 스스로 만들었지만 낯선 또 하나의 삶을 살아
올레 사거리 앞에서 잠시 딴생각을 하다가 문득 택시가 내 앞을 아주 빠른 속도로 지나간 적이 있다. '하마터면 치일 뻔했다.' 작년 겨울 한동안 나는 지하철 타는 것을 힘들어했다. 사람들이 가득한 지하철의 내부가 가끔 큰 덩어리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덩어리의 속을 파악하려 하면 그림자가 불쑥 나를 옥죄어 오고 숨이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슬픔을 들키지 않기 위해 숨을 죽이고 슬퍼했던 기억이 있다. 어떤 시기의 나를 위해 써야만 했던 글을 썼다. 베를린의 카페에서 마감일이 다가와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설산의 장경
기계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요즘, 문학만큼은 인간이 아닌 AI가 감히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학은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을 작품으로써 뱉는, 인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이며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제 글에 나온 주인공 ‘해수’의 대사이기도 하죠.그렇기에 저는 문학을 사랑합니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저는 그 불완전함 속에서 나오는 말들을 좋아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어울려 만나 느끼는 완전하지 않은 감정들과, 저마다의 삶은 사람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기 때문입
올해는 123명의 학생이 278편의 시를 응모하였다. 시를 써보려고 언어를 붙잡고 안간힘을 쓰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안타깝게도 언어와 열정이 시적 형식을 얻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것이 아쉬웠다. 예년에는 자기감정에 도취되어 내면을 토로하는 데 그치는 시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넋두리 같은 발화는 현격히 줄었다. 그만큼 정신력으로 세상을 버텨내며 직시하고 극복하려는 자세로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감정이나 감각으로 서정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사유를 통과하는 통찰의 시가 되기를 바란다. 동화적이고 만화적이고 풍자적인
동물아이김혁진(인과계열 23) 때는 2022년 10월 4일이었다. 피곤한 기분마저 다름없는 평범한 아침에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다. 평소 같으면 첫째 딸 아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맞춰 놓은 알람소리나 잠에서 깨어난 둘째 아들 재송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일어났을 텐데, 오늘은 기묘하면서도 거슬리는 낯선 소리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언뜻 들으면 오합지졸의 오케스트라가 불협화음을 내는 소리 같다가도, 또 언뜻 들으면 여러 대의 유람선이 동시에 출발하는 소리 같았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떠돌아다니며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이 소리
봄은 돌아오지 않는다윤성빈(사과계열 23) —입주를 환영합니다. 완만한 언덕 위, 둔덕진 길을 따라 줄지어 세워진 아파트 건물들을 몇 번이고 올려보았다. 언덕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이편까지 건물의 높이는 점점 낮아져, 각 건물의 꼭대기는 같은 고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곳은 언덕이 아니라 고른 평지에 세워진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질적인 모습. 두연 그 건물들이 언덕 위에 뿌리내린 거대한 말뚝처럼 느껴졌다. 무딘 흙바닥에 깊이 뿌리내려 이내 나무를 가장한 철근들. 그렇게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