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 (영상11)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올해 이슈가 된 영화 두 편을 꼽자면 단연, <도둑들>과 <피에타>일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영화는 태생부터 성격까지 상반된 영화다. 둘의 차이점을 하나하나 따지자면 손아프지만, 그래도 짧게나마 적어보자면, 전자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업영화이고, 후자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저예산 영화이다. 얼마나 저예산이냐면, 전자는 115억원 들었을 때 후자는 1억원일 정도.

하여튼 <도둑들>은 <괴물>을 누르고 역대 최고 흥행작의 반열에 올라섰으며, <피에타>는 한국 영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의 대상을 받았다. 각자 다른 기록을 세운 두 영화 중 어느 영화가 좋은 영화인가? 그건 취향과 가치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영화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너무나 다르다. <도둑들>은 시작부터 스크린수 점유율 30%였고, 피에타는 150개 스크린에서 시작했다. 이는 관객의 기회도 결정짓는다. 그러니까, 영화관에서 내가 어떤 영화를 볼 수 있는지는 나의 취향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피에타>는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피에타>를 좋아해줄지도 모르는 관객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안타까운 경우이지만 둘은 만나보지도 못한 채 인연을 맺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피에타>는 든든한 배급사 대신에 황금사자상을 등에 업어 기회를 가질 수 있었지만.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의 빈 자리에 다른 소규모 영화가 걸리기를 바라며 3일, 모든 극장에서 그의 영화를 내렸다. 누적 관객 수는 59만 2,848명. 하지만, 사실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자리에 걸리게 되는 것은 또 다른 <피에타>가 아닌, 또 다른 <도둑들>이 될지 모른다는 걸. 자본주의의 그늘을 담은 <피에타>는 영화 밖에서도 자본 위주의 사회와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