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수빈 기자 (newbien@skkuw.com)

ⓒjeffreyw, ⓒernest figueras
한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는 항상 네 다리로 바닥에 착지한다. 또 버터 바른 토스트가 있다. 언제나 재수 없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머피의 법칙에 따라, 항상 토스트의 버터 바른쪽이 바닥에 떨어진다.
다시 고양이가 있다. 이 고양이의 등에 토스트를 단다. 그리고 토스트 위에는 버터를 바른다. 여기서 고양이 꼬리에 발전기를 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이제 고양이를 떨어뜨린다. 고양이는 항상 네 다리로 바닥에 착지하고, 토스트는 항상 잼 바른쪽이 땅에 닿아야 하므로 고양이-토스트는 떨어지다 중간에 무한히 회전하기 시작할 것이다. 고양이-토스트는 이제 끝없이 에너지를 생산할 것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위 이야기는 끝없이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영구기관을 소재로 한 우스갯소리다.

상상한 사람들, 기대를 등쳐먹은 사람들
언제나 에너지가 필요한 인간들에게 영구기관은 매우 매력적인 물건이다. 그래서인지 인류 역사에는 영구기관을 생각해냈다는 이야기가 끝없이 등장한다. 영구기관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에 등장하는 기관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바닥에 대형 자석을 깔아놓고 그 위에는 관람차같이 소형 자석이 여러 개 붙은 바퀴를 매단다. 소형 자석이 바닥을 지나칠 때마다 자석의 끄는 힘과 미는 힘이 번갈아 가며 작용해서 별도의 에너지 공급 없이 바퀴가 영원히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회전하는 바퀴’와 자석을 이용하는 이런 발상은 인도 철학자 바스카라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영구기관의 모태가 됐다.
기술이 발달하고 더 많은 기록이 남아있는 근대로 갈수록 다양한 영구기관들이 등장한다. 기예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르네상스 시대의 영구기관 발명가들을 가리켜 ‘뜬구름 좇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스케치엔 영구기관을 연구한 흔적이 남아있다. 그 그림에 등장한 기관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펌프로 아래 있는 물을 끌어올린다. 끌어올린 물을 이용해 물레방아를 회전시킨다. 그리고 물레방아로 발생한 에너지를 이용해 펌프를 움직인다. 물론 언젠가는 물이 증발하므로 이 기관은 멈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순수한 과학적 동기에서 영구기관을 발명하려고 했다. 덕분에 연금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화학이 발달하듯, 영구기관을 만들려는 시도 역시 과학의 발전에 이바지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구기관을 이용해 큰돈을 만져보려는 사기꾼도 여럿 있었다. 18세기 인물 오루피레우스는 자신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영구기관을 놓고 러시아 부자 뾰뜨르 1세와 10만 루블을 계약하기도 했다. 1872년 존 켈리라는 사람은 투자자들을 속여 5백만 달러를 얻었다. 이런 사기꾼들은 외부에서 에너지를 투입하는 장치의 존재를 숨기곤 했던 것이다.

몇 가지 문제들
결론적으로, 여태까지 인류가 영구기관을 제작하려던 모든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그렇다면 영구기관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바로 열역학 법칙들의 정의를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들 열역학 법칙들과 영구기관의 정의는 애초에 서로 모순되기 때문에 영구기관은 불가능하다. 마치 ‘둥근 육면체’처럼 말이다.
열역학 제1법칙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계에 열이 들어오거나 나가면 전달된 열과 같은 양의 에너지를 얻거나 잃는다. 쉽게 말해서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다. 따라서 투입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에너지의 총량은 항상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법칙을 위반하는 영구기관을 제1종 영구기관이라고 부른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열역학 제2법칙은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지만, 그중 가장 직접적인 표현은 오스트발트의 표현이다. “제2종 영구기관은 불가능하다.” 이를 켈빈-플랑크의 방식으로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열기관이란 고온의 열원에서 에너지를 얻어 기관의 내부에너지를 증가시키고, 이 내부에너지를 역학적 에너지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에너지 일부는 의도했던 대로 역학적 에너지로 바뀌지만, 나머지 에너지는 저온으로 방출된다. 따라서 열기관의 효율은 100%가 되지 못하며 온도 변화가 없이 일하는 열기관은 있을 수 없다. 이를 부정하는 열기관을 제2종 영구기관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도전은 계속
“발명이라 함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을 말한다.” 한국의 특허법 제2조이다. 또한 특허법 제29조 1항에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발명을 특허로 인정한다”라는 근거에 따라 현재 자연법칙에 어긋나는 영구기관은 특허를 신청할 수 없다. 그러나 매해 특허 신청은 끊이질 않고 있다.
과학 법칙에 무지하거나 공짜 에너지에 혹한 투자자를 속이는 일도 여전하다. 2007년에도 영구기관을 이용한 사기가 공중파에 보도된 바 있다.
인터넷의 각종 과학 커뮤니티에서도 영구기관은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낡은 주제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여전히 영구기관에 관심을 두는 까닭은 무엇일까? 왜냐하면 인류에게 에너지 문제는 곧 지금 문명을 이루는 모든 편의의 기반이며 영구기관의 개발은 곧 엄청난 돈과 명예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영구기관을 발명하려는 사람들은 열역학 법칙들이 틀릴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도 옳다고 여겼던 과학 법칙에 오류가 드러난 적이 없지는 않지만, 아직 그들의 노력은 요원해 보인다.

◇계=열역학에서는 계를 전체 우주에서 현재 고찰하고 있는 부분으로 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