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문화 잡지 월간 『비건』 대표 인터뷰

기자명 이유진 기자 (nipit616@skkuw.com)

김지은 기자 kimji@skkuw.com
 
월간 『비건』은 우리나라에 유일한 채식문화 잡지다. 먹거리는 언제 어디서나 즐거운 주제다. 재치 있고 상큼한 언어로 어떻게 ‘잘 먹는지’ 조잘거리는 잡지, 월간 ?비건? 사무실에서 이향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잡지의 콘텐츠가 다양한데 어떻게 생산하는 것인가?
반응이 좋은 것 중 하나가 비건 요리 레시피지요. 레시피는 저희가 직접 개발하는 것은 아니고 전문가나 블로거들이 만든 것을 찾아 허락을 구하고 골라 싣는 겁니다. 물론 요리는 직접 합니다. 사람들이 채식이라고 하면 맛없고 쓴 음식일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정말 맛있답니다.
잡지에 들어가는 기사의 경우는 채식을 권장하는 의사나 자연치유연구소 회장 등 전문가들의 글을 많이 받고, 기자들이 직접 쓰는 기사도 많습니다. 단순히 먹는 것에만 국한된 이야기를 싣기보다는 친환경 제품이나 몸에 좋은 운동 등 ‘착한 생활’에도 주안점을 두고 다룹니다. 독자 에세이도 채식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끄는 좋은 코너라고 생각해요.

■ 잡지에 대한 채식주의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좋아하지요. “고맙다”는 이야기도 하고요. 채식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고, 공감대 형성도 해줘서 그런 것 같아요. 책 표지가 예쁘다는 말도 많이 들었네요. 채식주의자만을 독자로 설정한 것은 아니지만,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지는 못합니다. 금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잡지가 꾸준히 나오다 보면 점차 채식주의를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을 거고, 그런 식의 부드러운 채식문화 전파가 ?비건?이 원하는 겁니다.

■ 어떻게 이 잡지를 만들게 되었나?
저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인데, 갑작스럽게 채식으로 전환한 경우에요.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하고 동물 사료에 관해 공부하게 되면서 세상에 육식으로 인한 폐해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동물에게 같은 종의 고기가 들어간 사료를 먹이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사료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동물성 조직들을 조합한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먹는 제품들도 비인간적인 사육과정을 거친 동물들과 각종 화학물질이 합성된 것이라는 것도 인식하게 됐지요. 동물들은 잔인한 대우를 받고, 사람들은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는 몸에 나쁜 음식을 먹어야 하고 있더군요. 이런 악순환의 사슬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그 답이 채식이었어요. 사람들이 안 써야 생산이 줄어들 테니까요.
그렇게 채식을 시작했을 때 마침 제 잡지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까지 기관의 의뢰를 받아 홍보지를 만들어 주는 작은 회사를 하고 있었는데 남의 말을 옮기는 데 그쳐야 했어요. 어차피 이런 상황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마음에 덜컥 월간 『비건』을 창간했습니다. 채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으니까요. 그리고 차차 원래 하던 회사를 정리하고 지금은 이 잡지에 주력하고 있어요.

김지은 기자 kimji@

■ 좋은 먹거리란 무엇인가요?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하고 화학적 가공을 거의 거치지 않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동거리가 짧아야 탄소발생량이 적고 화학적 가공을 거치지 않아야 몸에 좋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정말 공부를 많이 하고 또 까다로워져야 해요. ‘나비효과’라는 말 아시지요? 나의 조그만 행동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인데 먹거리를 선택하는 단순한 행위도 세상에 수많은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삼겹살을 먹을 때도 나의 소비가 비인간적인 생산방식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채식주의가 있고, 채식을 실천하다 보면 엄격한 채식주의단계인 ‘비건’까지 도달할 수 있겠지요.

■ 국내 채식주의자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있나요?
요즘은 웰빙 바람에 점차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요. 고기를 먹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다들 인지하고 있고요. 그런데도 막상 채식을 시작하려면 부딪치는 벽이 많습니다.
우선 사회 전체적으로 고기에 중독된 분위기가 바깥 생활하면서 육식하는 것을 피해갈 수 없게 만들어요. 요즘은 회식하면 무조건 고기를 먹으러 가요. 집에서 한 끼를 먹어도 고기반찬이 없으면 제대로 차려먹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에는 꼭 외식할 때 고기를 먹으러 가지도, 고기반찬이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달라졌어요. 저는 이런 흐름이 산업화의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먼저 고기를 먹고 싶어 한 것이 아니라, 산업화가 진행되며 공장 축산으로 인해 늘어난 고기 공급에 맞춰 수요도 늘어난 거죠. 이런 분위기다 보니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고기를 취급하지 않는 식당이 자리 잡기 어려워집니다.
채식 식당이 자리를 잡기 힘든 이유는 또 있어요.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그저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화학조미료같이 몸에 좋지 않은 것도 싫어합니다. 그래서 채식 식당은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하니 이윤을 많이 남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많이 생기면서도 많이 망하는 것은 이 때문이에요. 이렇다 보니 채식 음식점이 많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단가가 비싸서 돈을 조금 더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채식을 하려는 사람들은 돈도 많아야 하고 까다롭다는 소리도 들어야 해요. 조금 더 돈을 들여서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하고, 함께 일반 식당에 갔을 때 고기류는 입에 대지 않아야 하니까요.

■ 대학생들에게 채식을 권해본다면?
채식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보통 사람들이 채식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건강 때문이거나 신념 때문이에요. 보통 건강 때문에 채식하는 사람들도 나중에는 공장식 축산같은 육식의 어두운 면에 눈을 뜨고 신념에 따른 채식으로 돌아서곤 합니다. 그런데 젊고 건강한 대학생들이 채식을 하는 이유는 거의 신념에 의한 것이에요. 자신의 의지만으로 유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벽에 부딪히겠지만 못할 일은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불편한 문제에 눈을 돌리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사회도 변해가고 있습니다.

제호 Begun은 시작의 의미인 Begin과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Vegan을 합한 것으로 ‘채식의 시작이 곧 착한 지구인의 시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앞서가는 착한 지구인, 이향재 대표의 마지막 말에서 그가 전하는 ‘시작’의 진동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