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유진 기자 (nipit616@skkuw.com)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가? 헬리콥터가 나오면 반드시 추락하는 영화? 잘생긴 남녀가 나오면 반드시 연애하는 영화? 혹시 악당이 나오면 반드시 순간이동 하는, SF영화를 좋아하지는 않는가. SF영화에는 꼭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순간이동 장면. 공상 ‘과학’ 영화의 한 장면이라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해 언젠가 순간이동을 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마법사 해리 포터 정도는 돼야 할 수 있는 일처럼 비현실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양자역학을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법은 아니지만, 마법처럼 어려운 ‘양자역학’을 이용하면 이런 순간이동이 가능하다. 양자역학은 미시 세계에서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나 빛 등이 어떻게 운동하는지를 밝히는 학문이다. 원자 이하의 크기를 다루는 양자역학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거시 물리학과는 충돌하는 부분이 많다. 특히 물질이 동시에 여러 상태로 확률적으로 존재하며, 관측하는 순간 한 상태에 고정된다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 때문에 토 나오는 학문으로 악명을 얻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밀폐된 상자 안에 고양이와 함께 독극물을 넣는다. 고양이는 살아 있는가, 죽어 있는가? 독극물에 고양이가 죽을 확률이 50%라면, 고양이의 반은 죽어있고 반은 살아 있다. 이런 불확실한 상태는 ‘관측’에 의해 변한다. 상자를 열어 안을 확인하는 순간, 고양이는 완전히 죽었거나 산 고양이가 된다. 이런 현상이 미시 세계에서 나타난다. 미시세계에서 양자의 상태는 ‘공존’하며, 관측이라는 행위로 그 상태가 바뀐다.
양자의 상태를 나타내는 파동함수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 함수로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가 없다. 그것을 ‘불확정성 관계’라고 부른다. ‘관측’으로 한 입자의 위치를 측정하면 운동량이 불확실해지고, 반대로 운동량을 정확히 측정하면 위치가 불확실해진다. 이 불확정성 원리 때문에 순간이동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됐다. 왜냐하면, 한 물질의 상태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순간이동, 되는데요?
양자적 순간이동 실험을 하려면 3개의 대상 △A △B △C가 필요하다. 여기서 B와 C는 ‘양자적으로 얽혀’있다. 이 둘은 모든 성질이 동일하지만, 서로 정확히 반대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B를 관측하면, C를 관측하지 않았음에도 C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B와 C 사이를 아무리 벌려놓아도 이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이런 조건에서 A와 B를 접촉시키면 A의 정보가 B로 옮겨가면서 멀리 있는 C도 동일한 정보를 획득하게 된다. 즉, C가 A의 복사본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것은 A가 C로 순간이동 한 것과 동일한 결과이다.
1993년 미국 IBM의 과학자 찰스 베넷은 원자 규모에서 순간이동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이후 물리학자들은 광자를 비롯해 세슘 원자 하나를 통째로 순간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이렇게 원자 알갱이를 실험실 벽 너머로 순간이동시키는 정도이지만, 수십 년 안에는 생체 분자도 순간이동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의 몸을 순간이동시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워낙 많은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에 한 번에 그 정보들을 모두 전송하는 기술을 만들기가 어렵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몇백 년 안에는 사람도 순간이동시키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약속에 늦어도 ‘도로가 막혀서요’라고 변명할 수 없는 시대가, 한 걸음씩 인류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