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민 기자 (skkusue@skkuw.com)

  처음 성대신문의 문을 두드렸을 때가 생각난다. 논술 시험 보던 날, 간단할 거라고 생각했던 예상을 깨고 나에게 주어진 논술 시험지는 몇 페이지. 그때 그 당혹스러움. 시험지 속 쉽지 않은 논술 문제들을 보면서, 역시 성대신문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곳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1학년 신입생 때 성대신문에 지원하지 않았던 이유도 그거였다. 그때 내가 막연하게 그리던 성대신문의 모습은 뭔가 진중하고, 논리적인 구조를 갖춘 글을 써내려가는 엘리트들의 모임 같았다. 그래서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2학년 2학기, 늦었다면 한~참 늦었다고도 볼 수 있는 시기에 성대신문에 지원했다. 나는 꼭 '기자'가 되고 싶어서 성대신문에 지원한 것이 아니다. 2학년 여름방학에 갑작스럽게 글 쓰는 일에 흥미를 느꼈고, 계속 쓰고 싶었다. 정말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 목적 하나만으로, 글을 많이 쓰고 배우고 싶어서 지원했다. 그리고 성대신문은 그런 나의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켜주는 곳이다. 정말 많이. 가끔은.. 과잉충족. 힘들고 화가 날 때도 있겠지만, 그간 6주간의 트레이닝을 끝마쳤다는 사실에서 큰 위안을 얻는다. 트레이닝 당시에는 정말 힘들어서 왜 이렇게 길까,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하기 싫다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근데 끝나고 보니 트레이닝을 온전히 마쳤다는 사실 자체가 앞으로를 견뎌낼 힘이 된다.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트레이닝은 '신문사의 시작'인가보다.

나에게 있어서 성대신문은 어떤 존재가 될까. 그리고 성대신문에게 나는 어떤 존재가 될까. 수습이라는 이름표를 떼고 준정기자가 되는 이 시점에서 한번쯤은 이런 진지한 고민을 해본다. 근데 나는 이런 존재론적 문제를 거론하기에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신문사에는 참 여러 방면으로 다양한 지식을 가진 선배, 동기 기자들이 많다. 가끔씩은 초라함을 느낀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은 그런 법이다. 항상 그랬듯이 부족한 만큼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오늘 깨져도 내일이 있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는 법이다. 내 앞에서 셔틀 줄이 잘릴지라도 다음 셔틀은 온다. 비록 지금 내 위치가 아디다스일지라도, 한차만 지나면 서브웨이다.

이제 성대신문사는 나에게 다르게 보인다. 예전엔 마냥 거리감 있는 나와는 어울리지 않은 곳이었는데 지금은, 무지 힘든 곳인데 적응하고 싶은 곳. 더 친해지고 싶은 곳. 여기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