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천문대 스케치

기자명 김태훈 기자 (kikos13@skkuw.com)

▲ 별을 관측할 수 있는 대전시민천문대의 망원경/ 김은정 기자 ej1001@skkuw.com
별은 친숙하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반짝반짝 작은 별’로 시작하는 동요를 배우고, 초등학생들은 그리스로마 신화 속 별자리 이야기를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중·고등학생이 될 즈음엔 누구나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한 번쯤 읽어봤기 마련이고, 가수들은 별이 빛나는 아름다운 밤을 노래한다. 하지만 우리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별이 친숙하다고 말할 때, 정작 우리는 하늘에 있는 별보다 별이란 ‘단어’가 더 친숙한 것은 아닐까? 하늘 한번 올려다 볼 여유마저 주지 않는 도시의 삶, 인공불빛과 대기오염 때문에 도시에서 별이 잘 보이지 않는 광(光)공해 현상은 별과 우리를 가까운 듯 가깝지 않은 묘한 관계로 엮어 버렸다. 
 

그런 별을 다시 우리네 삶 속으로 가져오려는 곳이 있다. 바로 2001년 5월 3일 설립된 국내 최초의 시민천문대, 대전시민천문대(천문대장 최형빈)가 그곳이다. 천문학 연구가 목적이 아닌,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별을 볼 수 있게 하겠다는 설립 취지에 맞게 대전시민천문대는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멀어진 별을 다시 일상으로 가져오려는 그곳, 대전시민천문대를 방문했다.


평소에는 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많다는 대전시민천문대지만 취재 당일은 날씨가 흐려 천문 관측이 불가능했다. 안내를 맡은 교육팀의 임상순 차장은 날씨가 추울수록 하늘은 더 맑아지기에 며칠간 이어졌던 따스한 날씨가 천문관측에는 오히려 방해가 됐다고 말해줬다. 낮에는 태양의 흑점을, 밤에는 성단과 성운 등을 관찰하는 3층 보조관측실은 이날 예정된 관측이 없어 천장이 닫혀 있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천장개방을 요청하자, 공간을 울리는 기계음과 함께 슬라이딩 돔 형식의 천장이 걷히고 대전의 밤하늘이 머리 위로 가득 채워진다. 비록 흐린 날씨로 별이 보이지 않음에도 천문대 위 끝없이 펼쳐진 밤하늘은 매력적이다. 보조관측실 건너편에는 더 웅장한 느낌의 원형돔 형태인 주관측실이 있다. 주관측실에는 평소 은하와 행성들을 관찰한다는 대형 굴절망원경이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


날씨 때문에 별을 직접 관측할 수는 없었지만, 천체투영실에서 가상의 밤하늘을 투영해 별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는 대형 돔 스크린과 편히 누워 관람할 수 있는 좌석이 구비돼 있으며 별자리와 천체운행에 대한 전문가들의 설명도 이뤄진다. 천체투영실은 천문대에서 진행하는 대표적 행사인 별낭송회와 별음악회가 진행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지역 커뮤니티 회원들이 진행하는 별낭송회와 별음악회는 각각 매주 금요일, 토요일 밤 이뤄진다. 두 행사는 독특하게도 관객이 돔 스크린에 투영된 밤하늘을 바라보며 진행된다고 한다. 혹시 그 외에 다른 행사가 있는지 묻자 임상순 차장은 전국에 있는 다양한 별 관련 단체들이 참석하는 별축제에 대해 설명해줬다. 별축제는 청소년들을 위한 천문체험, 야외 별음악회, 야간 천체관측 등의 내용으로 진행된다. 지난 2012년 행사 때 전국에서 온 손님들로 붐벼 관측시간을 넘겨도 관측 대기줄이 줄지 않을 만큼 많은 성원을 받았다고. 이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열리던 별축제는 올해부터 매년 5월 개최할 예정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머릿속에 막연히 떠오르는 별에 대한 관념이 실제의 별이라는, 잘못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머릿속 관념의 별에서 진짜 별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이번 겨울,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의 ‘진짜 별’을 느끼러 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