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장 정규성 교수 인터뷰

기자명 조수민 기자 (skkusue@skkuw.com)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귀갓길. 문득 올려다본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본 적 있는가?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별의 반짝임이, 가끔은 우리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희망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별은 항상 우리의 주변에, 그리고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그런 별을 40년간 쫓아온 사람이 있다. 정규성 건양대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 교수는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의 학회장을 맡고 있는 아마추어 천문학자이다. 열 살 때부터 별을 보기 시작했다는 정 교수는 인생의 5분의 4를 별과 함께했다. 그에게 있어서 별은 감성이고, 희망이다. 대학에서 화학을 강의하는 정 교수에게 별은 생활이다. 집에서 망원경으로 별을 보기도 하고, 주말이면 다른 아마추어 천문학자들과 함께 관측을 떠나기도 한다. 아직도 소년 시절의 마음으로 한결같이 별을 쫓고 있는 정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정규성 교수가 아마추어 천문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bejust16@skkuw.com

조수민 기자(이하  조) : 교수님께서 처음으로 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건 언제인가요?
정규성 교수(이하  정) : 저 어린 시절, 그러니까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반에는 별이 잘 보였어요. 서울인데도 마당에 나가서 하늘을 보고 있으면, 은하수도 보이고 그랬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별을 자주 보게 됐던 것 같네요. 그러다가 초등학생 시절에 과학 잡지에 실린 ‘한국아마튜어천문가회’라는 단체를 알게 됐어요. 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매달 정기적인 모임도 하고 세미나도 하는 곳이었죠. 그래서 그 단체를 통해 연세대에 가서 교수님 연구실에 같이 모여서 연구도 하고, 별 얘기도 하곤 했죠. 거기엔 어른들밖에 안 계셨는데, 다들 저를 어린 꼬맹이라고 귀여워해 주셨죠.

조 :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정 : 정식으로 지금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의 회장을 맡게 된 것은 작년부터입니다. 우리 학회는 대중과의 교류에 관심이 많습니다. 누구나 길을 걷다가 한번쯤은 별을 보고 호기심을 가지고, 관심이 생기게 되죠? 천문학은 다른 과학 분야보다 훨씬 친근합니다. 이런 장점을 살려서 우리 학회는 과학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행사를 통해서 시민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죠. 대표적인 행사가 ‘대한민국 별축제’입니다. 1년에 한번 열리는 상당히 큰 행사인데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 천체관측행사입니다. 다 같이 망원경을 보며 천체를 관측하고, 공연이나 다른 이벤트도 함께 열리는 행사죠. 또 ‘전국학생천체관측대회’는 일종의 학생 올림피아드입니다. 지부별로 예선을 거쳐서 선발된 학생들이 1박 2일간 필기실기시험을 치르며 겨루는 대회입니다. 또 지금까지 약 1,500명 정도를 배출한 천문 지도자 연수도 지부별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전시민천문대와 같은 시민천문대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이 모두 이런 천문 지도자 연수를 거치신 분들이죠.

조 : 아마추어 천문학이 그냥 천문학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 : ‘아마추어’라는 단어가 앞에 붙은 ‘학문’ 보셨어요? 원래 아마추어라는 단어는 잘 모른다, 프로가 아니라는 뜻이죠. 하지만 아마추어 천문학은 천문학에 대해 잘 모른다는 뜻이 아닙니다. 천문학의 또 다른 분야입니다. 일반 천문학자는 별을 볼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특정한 별을 보고 연구를 해서 논문을 내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하지만 아마추어 천문학자는 그런 연구 목적으로 일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여러 별을 보고 관찰할 수 있겠죠. 다양한 별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새로운 초신성이나 혜성을 발견하기도 하죠. 천문학자와 아마추어 천문학자를 딱 구분 지을 수는 없고, 서로 하는 일이 다른 보완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추어 천문학자가 없으면 천문학도 발전할 수 없습니다.

조 : 아마추어 천문학자로 살아오시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정 : 개인적으로 행복했을 때는, 보기 어려운 천체를 마침내 봤을 때 상당히 기쁩니다. 그리고 제가 드디어 모든 태양계의 행성을 다 봤을 때도 기억에 남네요. 한 10년 전쯤이었는데, 정말 기뻤죠. 뿌듯할 때는, 사람들에게 교육을 할 때에요. 특히 선생님들에게요. 선생님들은 천문학, 아마추어 천문학을 배워서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직접 가르치잖아요. 그분들에게 제가 천문학이라던가 과학을 가르치고 또 여러 가지 교육 방식이나 연구 방법 등에 있어서 내가 제안한 내용을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을 할 때. 그때가 가장 뿌듯합니다.

조 : 교수님이 시민들과의 교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 언제인가요?
정 : 우리 학회와 같은 모임을 하면서예요. 별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그냥 집에서, 여행 가서 혼자 보면 돼요. 근데 단체라는 곳이 여러 사람이 모여 정보를 나누고, 취미를 공유하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시골 같은 곳에 내려가서 다 같이 망원경으로 별을 보는 모임이 종종 있는데, 그럴 때면 사람들이 다 구경하러 와요. 다 모여들어서 신기하다고, 보여 달라고 하십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도 “그럼 아예 우리 하루 날 잡아서, 사람들한테 다 보여주는 행사를 열자. 어차피 우리끼리만 보기도 아깝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우리가 하는 일에 일반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니까,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조 : 아마추어 천문학자로서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정 : 별은 혼자 봐도 되는데 왜 굳이 단체를 조직해서 여러 행사를 여느냐. 별은 과학 분야 중에서 가장 친근한, 과학의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학을 대중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죠. 물리학과 수학, 화학을 대중화시키려하면, 과연 가능할까요? 과학이나 수학 영재들은 관심 있을지 몰라도 집에 있는 주부가 이런 곳에 관심을 두진 않겠죠. 하지만 별은 누구나 접할 수 있잖아요. 가끔 길을 걷다가 별을 보고 관심이 생길 수도 있죠. 그래서 저희의 목적은 과학을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과학을 접할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거에요. 그런 의미에서 시민 천문대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하고요.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별을 더 많이 보여주고, 일반 시민에게도 관측할 수 있는 장소와 기회를 많이 제공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지식 기부라고도 볼 수 있겠죠.

조 : 지금까지 천문학이 우리 사회에서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는데요. 그럼 앞으로는 어떨까요? 천문학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정 : 미래는 융합시대라고 하잖아요. 다양한 방면에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일명 ‘스펙’이라고 해서 스펙 쌓는 것만 중요하게 여기잖아요. 그러다 보니 별 볼 시간은 당연히 없게 되겠죠. 우리 아이들도 너무 불쌍한 것 같아요.  매일 학원만 다니고, 영어 수학 똑같은 공부나 하니까 취미 생활이란 게 없죠. 이런 교육이 과연 옳은 걸까요. 지금 우리 아이들이 너무 한 쪽에만 치중해 있는 현실 속에서, 천문학이 이런 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탈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가지만 잘하는 게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지식을 가져야 미래 인재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부모님과 교사분들이 아이들에게 별을 보는 즐거움을 알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별은 연구 대상이기도 하지만, 문화의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별을 주제로 한 그림이나 음악, 문학 작품이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별은 감성이고, 낭만이고,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별은 미래 우리 사회에서도 충분히 주목받을 가치가 있는 소중한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