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수빈 기자 (newbien@skkuw.com)

먼 곳을 간 것도 아닌데 험난한 여정이었다. 정류장을 세 번이나 지나치고 말았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초침이 계속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럴 때면 정말이지 애가 타는 것이다. 건널목을 가려면 신호등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것도 모른 채 10분을 제자리에 있기도 했다. 나는 좋은 기자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게다. 이번 취재에서 나는 길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고생을 해가면서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인문만화교양지이다. 인문만화교양지라니! 참으로 거창한 이름을 가진 잡지시다. 이 잡지가 만들어지는 길찾기 출판사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날 맞이하는 것은 프라모델들이었다. 그것은 충격과 공포였다. 내 못된 편견 탓에 인문과 프라모델은 어쩐지 머릿속에 잘 연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에 나는 감히 그런 마음을 먹었던 것이 부끄러웠다. 인문이라는 게 숭고미가 넘치는 단어는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린 그 말을 너무 많이 포장해왔다. 실은 그런 재밌는 취미들이야말로 인문 중에서도 솔직하고 일상적인 면인 것이 분명하다.

대화가 끝나고서 출판사 안을 죽 둘러볼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건 인문만화교양지를 이해하기 위한 취재의 일부였다. 이름을 정확히 듣지는 못했지만 크고 아름다운 건담 프라모델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유명 웹툰의 괴수도, 전차도 구경했다. 부엌 옆에서는 밀리터리 관련 책들이 진열돼있었다. 이 사람들은 정말이지 열정적으로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의 시선은 아직 너그럽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사는 사람들은 존경할만한 사람들이다. 무언가 하나에 굉장히 몰입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선망했던 것이다.

말하건대 그곳은 이상하고 신기한 나라였다. 물론 지금 나는 거기서 나와서 덕이 사라진 일상적인 세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지금 보니 이 세상은 말로는 인문을 찬양하면서 실제로는 홀대하신다. 인문이란 당연히 아주 무겁고 위대하고…또, 학술적이다. 사실 여기가 더 이상하고 신기한 나라로구나, 아주 재밌는 일이다.

유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