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종윤 기자 (burrowkr@naver.com)

지난달 14일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연합 11개국은 내년 1월부터 토빈세를 도입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야권 후보들의 경제 공약으로 등장하며 줄곧 논의돼 왔다. 최근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 역시 투기성 단기 외국 자본을 규제할 수 있는 외환거래 과세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등 토빈세는 경제 정책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 유수빈 기자 newbien@
토빈세는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의 이름에서 따온 개념이다. 토빈 교수는 1970년대 외환금융시장의 불안을 일으키는 투기성 단기 자본을 규제할 목적으로 외환거래에 대한 과세를 제안했다. 토빈세를 통해 급격한 외환의 유출입을 방지함으로써 환율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 환율 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경제 위기들이 발생할 때마다 토빈세는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토빈세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토빈세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토빈세가 자본의 유동성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환율 변동의 탄력성을 높여 금융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낮은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기존 토빈세의 방침으로는 환율의 불안정성을 축소한다는 보장이 없어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평상시에는 낮은 세율을, 위기 시에는 높은 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식의 ‘2단계 토빈세’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토빈세 도입에 대해 찬성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환율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일찍부터 토빈세 도입에 긍정적인 태도를 밝혀 왔다. 국회에서도 지난해 11월 19일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을 필두로 한 26명의 의원이 ‘2단계 토빈세’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좀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우리나라로 과도하게 외국 자본이 몰릴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를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한다. 만약 자금이 국내로 급속히 유입되면 국내 통화에 대한 수요가 커져 환율이 급변동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1997년과 2008년에 극심한 외환 변동성으로 경제 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러한 선진국들의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토빈세 도입으로 발생하는 세수확보의 효과에도 주목한다. 토빈세를 통해 확보된 세수가 내수 경제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토빈세는 전 세계 국가들이 동시에 채택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떠안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토빈 교수는 개별 국가들에 토빈세의 이행을 강제하고 세수를 관리할 IMF나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일부 국가에서만 토빈세를 적용한다면 토빈세를 부과하지 않는 곳으로 자본이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다수 학자들이 “우리나라만 독자적으로 세금을 부과할 때 오히려 자본유출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 협조해 토빈세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히고 있다.
양적완화=초저금리 상태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으로, 정부의 국채나 여타 다양한 금융자산의 매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