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지은 편집장 (skkujen10@skkuw.com)

최근 일부 학우의 ‘미팅 스캔들’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일개 학우의 미팅치고는 사람들의 관심이 심상치 않다. 해당 학우가 이대 학생과의 미팅 자리에서 장애인 인권 모독 행위를 일삼아서다. 혹자는 이를 이른바 ‘JM 사건’이라 명명한다. 'JM'은 일정한 형식에 따라 자기소개를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인 ‘FM’의 변형이다. ‘JM을 하는 것’은 ‘장애인 흉내를 내며 자기소개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설에 오른 학우는 미팅 당시 이대 학생에게 JM을 할 것을 종용했다. 당시 미팅에 참석했던 이대 학생의 전공은 특수교육과였다. 특수교육과는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연구하는 과다. 장애아에 대한 존중을 중히 여기는 이대 학생은 JM 제안에 불쾌감을 표했으나, 미팅 자리에서의 요구는 한동안 계속됐다. 이후 해당 사건의 경위가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논란은 가열됐다.

상황을 악화시킨 건 미팅에서 JM 제안을 했던 학우의 사후 행동이었다. 미팅 후 이대 학생은 JM 제안의 부적절성을 다시금 지적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뒤늦은 사과와 ‘JM은 우리 학교의 문화’란 발언이었다. 심지어 한 학우는 SNS에 이대 특수교육과 학생을 비하하는 발언도 올렸다. 진심 어린 반성은 부재했다.

혹자는 개인의 잘못을 우리 학교 차원의 잘못으로 과도하게 일반화한다. 이에 필자 역시 같은 학교의 일원으로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필자는 2010년도에 대학에 입학했다. 2013년 현재 필자는 나름 장기간 학교생활을 지속한 고학번이다. 그러나 필자에게 JM은 금시초문이다. 주변에도 JM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다. ‘JM은 성대의 문화’라는 명제에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이번 사건이 특정 개인에게만 귀속된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영국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는 이렇게 말했다. “선(善)의 방관은 악(惡)의 승리를 꽃피운다.” 이번 사건은 학내에 존재하는 ‘선의 방관자’에 의해 촉발됐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JM을 장난으로 치부하며 제재하지 않았던 학우들이 바로 선의 방관자다. 사전에 많은 이들이 JM의 부적절성을 지적하지 않고 방관했기에 논란 속 학우들은 미팅에서도, 그 이후에도 자신의 잘못 앞에 당당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이대 학생은 잘못을 방관하지 않고 잘못을 지적했다. 그러자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의 비판 여론 속에 JM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문제를 일으켰던 학우가 소속된 단과대 학생회는 입장문을 올리며 본격 대응에 나섰다. 해당 학우에 대한 사후 조치가 학생회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만약 이대 학생 역시 JM을 방관했다면, 그에 대한 문제의식은 지금처럼 이슈화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대 학생의 작은 실천이 상황을 바꿨다.

앞서 소개했던 에드먼드 버크는 이런 말도 했다. “작은 일밖에 할 수 없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큰 실수는 없다.” 지금 행동하기를 주저하고 있는 당신에게, 필요한 조언이다.

                                                    정지은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