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유진 기자 (nipit616@skkuw.com)

2회에 걸친 새내기 문화생활 특집기획이 끝을 맺었다. 웬 특집을 2회에 걸쳐서까지 연재했냐고? 당신이 기억할는지 모르지만, 우리 학교의 인사캠, 자과캠은 각각 서울과 수원에 따로 존재한다. 정문의 대학로와 후문의 북촌을 다루는 특집을 개강호에 내놓았으니 그 다음 호는 자과캠 새내기들이 즐길 만 한 문화공간을 소개해야 했다. 자과캠의 문화생활이라, 학교 근처에서 TV나 만화책이나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것이 왜 문화라고 불릴 자격이 없겠냐마는 신문에서 ‘소개하겠다’라며 내놓으려면 어느 정도의 번거로움과 예술스러움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대학로나 북촌에서 사람들이 기대할법한 의미의 ‘문화생활’이 가능한 곳을 수원에서 찾아봐야 했다.
없었다. 없는 인맥을 쥐어짜 자과캠 주변의 ‘문화적’장소를 수색해 봤지만 찾고 있는 ‘번거로운 문화생활’의 냄새는 맡을 수 없었다. 범위를 수원 전체로 넓혔다. 수원지역의 대학생들이 수원역에서 자주 모인다는 제보를 듣고 찾아가 봤다. 수원역은, 큰 블록을 끼고 왼 쪽으로 한 바퀴 돌 때마다 그 풍경이 바뀌어, 경악을 선사해줬다. 마지막으로 코너를 돌아 수원역으로 내려올 때 걸었던 그 까만 유리창 길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찾던 문화공간은 찾지 못하고 충격만 안고 돌아왔다.
한편 지난 목요일에 찾은 행궁길 공방거리는 낙후된 구도심에 몇몇 공예가들이 자리를 잡고 거리를 가꿔, 문화예술의 거리로 탈바꿈시킨 곳이었다. 처음 수원문화재단 옆의 작은 골목길에 공방거리가 위치한다는 말에 그저 그런 뒷골목을 보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 앞섰다. 골목에 발을 딛고 나서 그것이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골목 안은 다른 세상처럼 아기자기했다. 여기저기 음식점과 공방들이 예쁜 나무간판을 달고 늘어서있었다. 기웃기웃하다가 들어갔던 공방은 ‘나녕공방’과 ‘나무아저씨’였다. 처음 만나는 사이임에도 공예가분들은 기자를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했다. 나녕공방 김난영 대표는 앞으로 어떻게 거리를 가꿔나갈 계획일지 물으면 눈을 반짝이며 대답해 주었고, 그간 있었던 어려움에 대해 질문하면 열정적으로 설명해 줬다. 나무아저씨(박영환 서각공예가)가 “저녁 먹었니?”하고 물어 얼결에 식사를 같이하기도 했다. 따스한 경험이었다. 오늘 만난 공예가들이 공방거리를 가꾸며 부딪혔던 어려움이 안타깝게 다가올 정도였으니까. 아직 공방거리는 발돋움할 날이 많이 남았다. 공방거리가 수원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의 거리가 되려면 그 날들을 함께할 발길이 필요하다. 공방거리를 찾는 것과 같은 ‘새삼스러운’, TV보기, 노래방 가기와는 약간 거리감이 있는 문화생활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개인의 짧은 여유시간에 발길을 어디로 돌리는가가 어떤 도시를 만드는지를 결정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 이유진 기자 bejust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