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화장실문화 전시관 해우재 스케치

기자명 김태훈 기자 (kikos13@skkuw.com)

1호선 자과캠 성균관대역 앞, 건널목을 건너려 사거리에 서니 바로 ‘해우재 2km’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길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2-1번 마을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을 더 가 종점에 도착하자 한적한 거리에 음식점 몇 개, 집 몇 채가 늘어서 있는 소소한 풍경이 펼쳐졌다. ‘해우재 300m’라고 쓰인 표지판이 서 있는 길을 따라 5분여 남짓을 올라가자 오른편 나무 사이로 흰색의 아담한 건물이 보였다. 건물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면 ‘해우재’라고 적힌 입석이 반긴다. 입석 오른쪽에 서 있는, 멀리에서는 보이지 않던 벽돌담에는 배설하는 모습을 화려한 원색으로 강렬하게 그려져 있었다. 사람 하나 없는 조용한 박물관 풍경. 해우재의 첫인상은 박물관이라기보다는 한적한 갤러리에 가까웠다.

▲ 해우재 외관의 사진.김태훈 기자 kikos13@

박물관 내부 풍경도 이런 첫인상과 완전히 합치했다. 일반적으로 화장실 박물관이라고 하면 변기가 잔뜩 나열된 모습을 상상할 법한데 해우재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박물관 1층은 화장실 문화를 설명하는 상설전시가 이뤄진다. 2층은 세계화장실협회를 창립자이자 해우재 건물을 기부한 ‘미스터 토일렛’ 故 심재덕 선생을 기념하는 공간이자 기획전시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1층 전시공간은 △세계화장실협회 사업소개 △해우재 안 화장실 △화장실이 인류에게 가지는 의미 △흥미로운 세계 화장실 문화 등이 전시돼있다. 이중 주목할 것은 해우재 안 화장실이다. 화장실은 일반적으로 은밀한 공간이기 마련이지만, 이 화장실은 조금 특별하다. 1층 가장 한가운데 자리를 잡아 어디에서나 보이게 설치됐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네 벽 중 두 군데를 유리벽으로 만들어 화장실 안 변기까지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 기념사업회’의 이연숙 홍보팀장은 “숨기고 싶은 공간인 화장실이 사실은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화장실은 한때 실제로 사용됐던 화장실이라는 점이다. 수원시장 재직시절부터 화장실문화에 큰 관심을 뒀던 심 선생은 2007년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을 기념하기 위해 자신이 집던 집을 헐고 변기 모양을 한 현재의 해우재를 건축, 세상을 뜨기 전까지 2년간 생활했다. 해우재는 완공 직후 국내 최대의 화장실 조형물로 한국기록원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2층은 화장실 문화를 세계적으로 공론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심 선생의 업적을 설명하는 글과 그의 유품전시, 그리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황금똥 그림잔치’ 공모전 수상작들의 기획전시가 이뤄지고 있었다.

▲ 1층 상설전시관. 가운데 해우소 내 화장실이 보인다. 김태훈 기자 kikos13@

박물관 내부가 화장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 이를 확장하는 공간이었다면 박물관 외부에 전시된 조형물들은 사람들이 피하려고만 했던 기존의 화장실과 배설의 이미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배변이 얼마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지 일깨워 준다. 삼국시대 변소를 재현한 조형물 외에도 △똥지게 메는 사람 △똥통문 △응가 조형물 △좌변기 쉼터 등이 설치돼 있다.
▲ 외부 조형물 중 하나인 똥지게 메는 사람이다. 김태훈 기자 kikos13@

4년 전 개관 이후 누적관광객 1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둔 해우재이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수원시가 화장실문화센터와 세계화장실체험관을 같은 부지에 설립하여 세계 최초의 화장실 테마공원을 조성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개강 초 이런저런 일로 스트레스가 가득한 요즘, 근심을 푸는 집 해우재(解憂齋)에 잠시 들러 모두 놓아버리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