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태훈 기자 (kikos13@skkuw.com)

A 학우는 오늘도 급하게 호암관 3층 프린터매니저 기기(이하 프린터)로 뛰어간다. 미처 과제물을 출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 프린터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프린터가 얼마 없는 것은 둘째 치고 단 두 대밖에 없는 프린터 중 하나는 작동이 안 돼 남은 프린터 하나에만 사람이 몰린 까닭이다. 결국, 과제물을 출력하기 위해 경영관 프린터까지 다녀온 A학우는 강의에 늦고 말았다.

▲ 호암관 3층 프린터매니저 2대에 모두 오류메시지가 떠 있다.
우리 학교 학우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프린터 이용 경험담이다. 항상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우리 학교 프린터, 무엇이 문제고 해결방법은 없는 것일까. 본지에서 프린터 운영 실태를 조사해 봤다.
우선 불만의 실체를 확인해 보기 위해 나섰다. 사전취재를 통해 프린터 회사에서 양 캠 내 모든 프린터의 위치와 대수를 제공받았다. 인사캠에는 총 46대, 자과캠에는 49대의 프린터가 설치돼 있었다. 지난 20일 인사캠에 설치된 프린터의 전수조사를 시행하는 것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프린터를 이용하려는 학우들이 몰리는 오전 쉬는 시간에 △경영관 △경제관 △국제관 △법학관 △수선관 △인문관 △호암관을 돌며 프린터의 오작동률과 대기인원을 조사했다. 6시간이 지난 후 다시 한 번 같은 장소에 방문해 오전에 오작동이 발생한 프린터가 복구됐는지를 확인했다.
처음 조사가 진행된 호암관에는 설치된 총 6대의 프린터 중 2대가 오작동했다. 뒤이어 조사한 인문관에서는 4대 중 1대가 출력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두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들의 프린터 운영 상황은 비교적 양호했다. 결과적으로 조사 대상이었던 인사캠 7개 건물 34개 프린터 중 오류가 난 프린터는 최초에 발견된 3대와 법학관에서 발견한 1대뿐이었다. 다만 6시간 뒤 4대의 프린터를 다시 돌아봤을 때 4대 중 3대가 복구되지 않은 채 방치돼있어 관리의 허술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21일 자과캠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모든 프린터가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 후 발견한 사실은 생각 외로 프린터의 오작동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역시 부족한 프린터 수량이 긴 대기시간을 유발한 가장 큰 이유였을까? 우리학교 정보통신처 박상근 과장에게 프린터 확충 의향을 묻자 간단명료한 대답이 돌아온다. “지금까지 학생들의 요청이 전혀 없었습니다. 불편이 접수된다면 프린터 회사 및 각 건물 행정실과 협의 후에 증설할 수 있습니다.” 결국 프린터 부족에 불편을 느끼는 학우들은 많았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약간의 수고를 감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혹시 호암관과 인문관에 방치돼 있던 오작동 프린터에서 프린터 사용 대기시간이 길었던 것에 대한 또 다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박 과장에게 물어보니 현재 교내 모든 프린터는 경영관 지하에 있는 복사실에서 총괄한다고 답했다. 해당 복사실로 찾아가 정기적인 관리가 이뤄지는지 물어봤다. 복사실 직원에 따르면 아침과 저녁 두 번에 걸쳐 프린터 점검이 실시된다. 그 사이에는 오류 신고에 따라 오류가 발생한 곳에 수리인원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제 앞서 제시된 상황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A학우 이전에 프린터를 이용했던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수리를 문의했다면, 혹은 정보통신처에 프린터의 증설을 한번이라도 요청했다면 다음 시간에 급하게 프린터 앞으로 뛰어온 A학우는 강의시간에 늦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것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나중을 위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