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지은 편집장 (skkujen10@skkuw.com)

MIT 학생을 대상으로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에 관한 실험이 행해진 적 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의 연구다. 해당 연구에서는 MIT 학부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교우 관계를 측정했다. 연구 결과 방의 위치가 가까운 학생들끼리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리적 거리의 단축이 심리적 거리의 단축을 초래했다는 의미다.

해당 실험 결과는 우리 학교 구성원들에게 시사점을 준다. 우리 학교가 이원캠퍼스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서다. 현재 우리 학교 인사캠은 서울에, 자과캠은 수원에 각각 위치한다. 둘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상당하다. 각 캠퍼스 소속 학우의 심리적 거리 역시 그에 못지않다. 실제로 대부분 학우는 졸업할 때까지 상대 캠퍼스에 방문하는 일이 거의 없다. 평소 상대 캠퍼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과와 이과의 ‘분절’이 곧 ‘단절’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하나의 성대’를 표방하는 우리 학교의 기조와 모순된다.
 
그렇다면 ‘하나의 성대’를 실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양 캠 간 물리적 거리는 현실이다. 당장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심리적 거리의 변화는 추구해봄 직하다. 심리적 거리의 단축은 ‘접점’의 증대를 통해 가능하다. 양 캠이 서로 연결돼 있다고 인식하게 할 접점이 학교생활 곳곳에 스며들어야 한다.
 
그러나 ‘접점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학생 대표자들 간에는 충분히 공유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지난주 25일과 28일에 자과캠과 인사캠에서 각각 진행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가 그 단적인 예다. 전학대회는 한 학기에 한 번 남짓 열리는 중요한 회의다. 해당 회의에서 논의되는 안건은 한 학기 동안의 학생 사회 운영을 판가름할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각 캠퍼스에서 상정된 안건에는 캠퍼스 간 ‘접점’이 결핍돼 있었다. 양 캠퍼스에서 함께 논의돼야 할 사안이 한 곳에서만 다뤄졌다. 자과캠의 ‘총학생회 선거 개표를 위한 투표율 요건 유동화’ 안건과 인사캠의 ‘신 캠퍼스 사업 관련 전학대회 의결 권고안’, ‘학과 학생회장 장학금 인상안’이 바로 그것이다.
 
학생 사회 내 접점의 부재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주 인사캠 전학대회 도중 건의사항으로 지적됐던 총학생회 홈페이지 문제도 일례다. 현재 양 캠 총학생회는 공통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자과캠 총학생회는 독자적인 홈페이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인사캠 총학생회엔 홈페이지가 부재하다. 각 캠퍼스의 총학생회칙 역시 다르다. ‘하나의 성대’를 외치면서 독자적인 운영 방식을 채택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제시된 실험에서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우편함 혹은 계단 근처에 위치한 방을 쓰는 학생이 폭 넓은 교우 관계를 형성한다고 밝혀진 것이다. 이처럼 이미 주어진 물리적 한계(방의 위치)는 접점의 증대로 극복할 수 있다. 이원캠퍼스 체제 하에서 우리 학교에 필요한 것 역시 ‘접점’이다. 학생 사회 내 양 캠 간 접점의 증대, 그것이 ‘하나의 성대’로 향하는 ‘길’이 될 것이다.
 
▲정지은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