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다영 기자 (gaga0822@naver.com)

우리는 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손을 잡고 싶을까? 왜 힘든 친구의 어깨를 감싸줄까?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데스몬드 모리스는 ‘인간이라는 동물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기술로 ‘접촉’을 연구했다. 힐링과 행복한 삶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접촉’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달희 신체심리치료센터장의 저서 『닿는 순간 행복이 된다』에서는 접촉이 우리 사회를 위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 ⓒJ.McPherskesen
네가 접촉하는 순간, 세상은 멈췄어
내 피부에 다른 사람의 피부가 닿는 접촉의 순간 어떤 감정이 드는가? 64만 개의 감각 수용체를 가진 민감한 우리의 피부는 다른 느낌의 접촉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리고 아주 잠깐 내 몸에 ‘멈춤’의 순간이 온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연속이다. 나의 정서는 신체와 함께 ‘연속성’을 가진다. 이 연속된 느낌을 간직하고 있던 신체에 접촉이 ‘분리’의 계기를 주면서 정서가 멈춘다고 느끼는 것이다.
▲ 『닿는 순간 행복이 된다』의 저자인 이달희 신체심리치료센터장. /유수빈 기자 newbien@
우리 몸이 감각을 수용하는 과정을 알면 ‘멈춤’의 순간을 이해하기가 쉽다. 상대방의 피부에 있는 감각기관은 우리의 손을 통해 전달되는 자극을 전기적 신호로 변환한다. 이는 신경세포인 뉴런의 말단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뇌 속으로 전달되도록 돕는다. 뇌의 신피질에는 감정적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와 편도체라는 기관이 있다. 인간이 과거의 안 좋은 정보에 집착하는 것은 편도체의 기억 때문이다. 그런데 자극은 그 편도체를 불활성화시킨다. 그래서 접촉을 통해 지금, 여기에서 느껴지는 자극은 과거의 기억보다 현재의 새로운 기억과 느낌에 집중하도록 한다. 이것이 우리가 접촉에서 ‘멈춤’을 느끼는 이유다.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
펜필드가 제시한 뇌지도 ‘호문쿨루스’를 보면 뇌의 감각 피질 부분에서 손과 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우리 뇌의 양옆, 귀 바로 위에 있는 측두엽도 오로지 손 모양과 움직임에 반응한다. 접촉과 표현에 손이 많이 사용되고, 손이 예민한 감각을 감지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손’을 통한 부드러운 접촉이 옥시토신을 가장 많이 분비시킨다.
그렇다면 ‘모성의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은 무엇일까. 이 호르몬은 여성이 자연분만을 하고, 수유를 하는 동안 많이 분비된다. 이는 산모에게 만족감과 편안함, 행복감을 준다. 동시에 혈압을 낮추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시솔의 농도를 떨어뜨린다.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 편안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이 <네이처>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옥시토신을 코에 뿌리면 상대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진다고 한다.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옆 사람이 더 친밀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밖에도 이 호르몬의 분비는 수줍음이나 우울증, 자폐증 치료에도 효과적인 기능을 가진다.

그런데 왜 터치하지 못해?

▲ 힐링은 혼자 이뤄질 수 없다./ⓒwikimedia commons

그렇다면 ‘멈춤’의 시간과 사랑의 호르몬을 주는 터치를 왜 하고 있지 못하는가? 우리의 전통 육아법은 일주일 동안 외부인의 접근을 막고 아이와 엄마만의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아이는 터치를 통해 충분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와 베이비붐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는 터치에 인색해졌다. 자립심을 가지고 혼자 성장해나가는 것을 터치보다 먼저 배웠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지금도 접촉하는 것에 어색하고,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터치의 부재에서 온다.
다른 이유로는 스마트한 기기로 개인공간이 침범된 것을 들 수 있다.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인간의 개인공간에 대해 설명한다. 개인공간은 자신을 보호하는 물리적인 공간이다. 홀에 따르면 연인의 관계에서는 15~45cm, 친구 사이의 거리에는 75~120cm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을 보호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첨단기기의 사용은 이러한 개인공간의 거리 개념을 없애버렸다. 첨단기기는 우리가 언제 어디서든 세상의 모든 정보나 대상에 접속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개인공간을 벗어나 온라인 속에 항상 접속하고 있으니, 거리개념과 동시에 남과 나의 경계가 사라져 버렸다. 누군가와 연결돼 있지 않을 땐 집단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을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그래서 기기를 손에 잡고 있는 중독행위에 빠져든다. 자연히 피부간 접촉은 감소했다. 개인공간을 넘어선 온라인 세상 속에서는 ‘멈춤’ 의 시간이 없다. 자기만의 공간에 머무르려는 ?코쿤족’ 이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서 대화를 하지 않는 ?디지털 무언족’ 모두 터치 부재의 사회를 뜻하는 용어들이다.

터치로 힐링하자
‘힐링’이 유행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은 그만큼 외롭고 고통스러운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OECD 국가 중 우울증과 자살률 1위를 달리는 우리 사회의 ‘힐링’은 무엇일까. 현대인의 병은 모두 관계로부터 온다. 혼자서는 진정한 힐링을 할 수가 없다. 미국의 심리학자 셸리 테일러 교수는 저서 ?보살핌:너와 나를 묶어주는 힘?에서 개인 간의 연결이 무너진 것이 현대인의 스트레스 요인이고, 병의 이유라고 본다. 그리고 ‘보살핌’을 통한 인간적 유대가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보살핌은 우리가 아기였을  받은 느낌처럼, 따뜻한 터치를 통해 이루어진다. 당신의 옆 사람과 접촉하는 것, 그리고 서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당신에게 필요한 진정한 ‘힐링’이다.

※해당 기사를 작성하기까지 이달희 신체심리치료센터장과 그의 저서 『닿는 순간 행복이 된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