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독문11)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토마스 모어의 대표작 <유토피아>의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으로 현실적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유토피아'는 영국의 산업혁명 초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해당 작품은 2부로 구성되는 공상소설이다. 1부에서는 당시 영국사회의 현실을 대화의 형식으로 비판하고 있다. 2부에서는 유토피아라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 국가의 제도와 사상 등에 대해 설명한다. <유토피아>에서 토마스 모어는 학자이자 선원인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에게서 ‘유토피아’라는 이상 국가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공상소설이라는 장르에 비춰 볼 때, 이처럼 제3자에게서 이상 국가를 듣는 형태의 서술 방식은 영국에 대한 간접적 비판을 내포한다.
저자는 유토피아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던 당시 영국 사회의 부정적인 사회 현상을 고발하기 위해 비교와 대조를 통해 유토피아를 표현했다. 그가 지적한 현실의 문제점은 대략 이러하다. 사회 지도층들은 양 떼 생산을 위해 무자비로 경작용 농지를 목장으로 만든다. 가옥을 헐고 마을을 없앤다. 땅을 없애니 농사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는다. 또한 양모장사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돼 가격은 계속 오른다. 생계비는 자연스럽게 오르고 가신들은 집 밖으로 쫓겨난다. 이들이 도둑질을 시작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이용하여 더 가지게 되고 평범한 자들은 오히려 가난해지는 사회 구조가 형성된다.
또한 토마스 모어는 그 당시의 무차별적인 사형 집행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사회 구조적 원인 때문에 사람들은 선택은 선택의 여지 없이 도둑질을 하도록 내몰리고 있는데, 그들을 사형하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토마스 모어는 주장한다. 형벌은 살인을 제외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어떤 형벌이 통치 방법으로서 적절한지 충분히 숙고해야 한다는 것이 토마스 모어의 의견이다. 형벌의 목적은 악을 없애고 사람을 구제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구제할 방법은 근본적인 구조의 개혁이다.
유토피아는 허균의 <홍길동전>과 같은 방법으로 작품이 쓰일 당시 영국 사회를 비판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유토피아란 개개인의 기준에 따라 모두 제각각이어서 특정한 모습이나 형태로 정의할 수는 없다. 필자를 비롯해 <유토피아>를 읽는 모든 사람은 토마스 모어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가 유토피아의 경제, 문화, 사회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할 수 있었던 것도 단순히 ‘이상 사회는 이럴 것’이라고 상상하는 방식이 아닌 당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방식으로 책을 써내려갔기 때문이다. 현대 세계에서는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사상이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비판하며 반성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제법 커지고 있다. 불안한 현 상태를 사유재산폐지와 공동 소유 제도 실시를 통해 해결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하나의 보완책으로서 고려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의도에서 잠시 벗어나 생각해보면, 자신이 소망하던 이상이 현실화된다고해서 그 현실에 평생 만족할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 것인지 의문이 든다. 사람의 욕심을 의식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언가가 결핍된 상황에서 해당 부족분을 채우는 것만으로는 인간의 욕심을 충족시킬 수 없다. 닿을 수 없는 곳, 설령 닿는다 하더라도 곧바로 손끝에서 멀어져버리는 곳.
이상향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나 답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으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 잘 살기 위해,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류가 탄생한 이래 계속해서 진보는 거듭돼 오지 않았던가.

▲ 김현지(독문11)